_기자수첩

김은지 기자,  영어영문학과
김은지 기자, 영어영문학과

  봄철만 되면 벚꽃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것. 일부 단과대 학우들이 실습 시 1인당 50장씩은 사용하는 것. 1학 99카페 바닥에 물기 제거용으로 깔려 있는 것. 그리고 3학 화장실 쓰레기통 맨 아래에 놓여 깔개로 사용되고 있는 것. 이 모두는 충대신문으로 귀결된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간혹 학우들에게서 “실습 때 사용하려고 하는데 남아있는 이전 호가 있다면 얻을 수 있을까요? 최신 호는 사용하면 안 될 것 같아서요”라며 충대신문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연락이 오기도 한다는 점이다. 최신 호는 그래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감개무량할 뿐이다. 

  충대신문의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것. 그리 실망스럽지 않다. 내가 만일 학보사 기자가 아니었더라면, 나도 어쩌면 그랬을 것 같기 때문이다. 당장 지면 신문을 구독하고 있는 기자도 따끈따끈한 소식을 품고 있는 신문에 눈길 한번 주기 참 어렵다. 등교도 과제도 시험공부도 하기 바빠 죽겠지만 그럼에도 구독을 이어가고 있다는 건 그만큼 읽을 가치가 있는 신문이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소식들을 전해오는 신문도 읽기 어려운데 대략 한 달에 한 번 불규칙하게 발행되는 신문, 집으로 배달해주는 것도 아니고 가판대로 직접 가서 가져와야 하는 신문을 어떤 독자가 정성을 다해 챙겨볼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나날이 학보사 기자로서 회의감이 늘어가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남아있다는 건 충대신문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런 충대신문의 비극을 기자들에게 진작 알렸어야 한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하기 쉽지 않았다. 아직 애정도가 크게 쌓이지 않은 기자들이 충대신문의 입지가 실상은 이렇다는 것을 벌써부터 알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처음 퇴고 보고 있을 기자들에게도 심심한 사과를 전한다. 그리고 조금은 열정이 식을 것 같더라도 부디 처음 입사했을 때의 포부로 우리 대학의 언론기관을 지켜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기자들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을 갖고 학내를 열심히 뛰어다닌다고 해서 학보가 가진 이러한 문제점들이 해소될 수는 없는 법이다. 

  충대신문의 발행 주기, 발행 부수, 지면 개수는 해가 갈수록 줄고 있다. 예산 자체가 적게 배정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기자의 역량 강화도 발목을 잡힌다. 한번은 전문위원님께 학보사 기자들의 연수를 부탁드린 적이 있다. 안 된다면 신문사 견학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워낙 예산이 적은 탓에 교통비도 지원해주기 어렵다고 하셨다. 당장 학교도 현 재정 능력으로는 제대로 된 내부혁신을 실시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그보다 더욱 쥐꼬리만한 예산을 배정받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자체 혁신 시도하고, 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결국은 ‘돈’이다. 돈이라는 윤활제가 있어야 신문사도 삐그덕대지 않고 잘 굴러갈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이 말이 통합을 찬성한다고 주장하는 바는 아님을 전한다) 

  학교도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한다. “충대신문도 혁신하고 싶습니다. 부디 지금보다는 더 충분한 예산을 배정해주시기를 사장님께 간곡히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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