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런 거 안 팔아유

  때는 약 4년 전, 저는 친구와 붕어빵을 나눠 먹으며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었음에도 끼니는 때우지 못했고 손에 들린 건 붕어빵뿐이었습니다. 붕어빵을 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나 혈기 왕성한 20대 청년 두 명을 배불리 먹이기엔 붕어빵은 어딘가 모자란 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으니… 바비큐 트럭이었습니다. 

  어두운 저녁, 쨍한 화로 사이로 익어가는 목살이 있었습니다. 열선 주위로 균일하게 열을 쬐며 노릇노릇 구워지는 모습은 걸어가던 우리를 사로잡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저희는 바비큐 트럭으로 향했고 만 이천 원어치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들 하죠. 목살을 주문한 시점에서 이것을 먹게 될 것이 기정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입에 넣고 싶었습니다. 마침 손에는 먹다 남은 붕어빵 한 마리가 들려있었습니다.

  친구가 말했습니다. “와… 진짜 못 참겠다.” 저는 대답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당연히 도마 위에서 썰리는 고기를 보고 한 이야기겠거니 싶었습니다. 동상이몽이라고 하죠. 우리는 같은 곳에 있었지만 생각하는 건 달랐나 봅니다. “못 참겠다”라는 한마디를 끝으로 친구는 제 붕어빵을 낚아챘습니다. 어이가 없었습니다. 탓을 해본들 이미 붕어빵은 사라진 신세… 저는 한탄했습니다.

  에휴~ 저기 꽂혀서 돌아가는 게 불쌍한 돼지가 아니라 네놈이었어야 하는데. 그러자 우리 대화를 가만히 듣고 계시던 트럭 아저씨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유~ 우린 그런 거 안 팔아유~” 그 말은 들은 즉시 웃음은 터져버렸고 추운 겨울 길바닥에 서서 남자 셋은 한참이나 웃었습니다. 가슴 한 켠에 따끈한 무언가가 차오르던 순간이었습니다.

  2. 반려동물

  저는 경상북도 울진 출신입니다. 특산물은 대게입니다. 제가 무슨 울진 대게 홍보대사라서 뜬금없이 특산물 홍보를 하는 게 아닙니다. 이번에 말씀드릴 이야기는 배경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 출신인지에 따라 자주 듣는 질문은 정해져 있기 마련입니다. 부산 출신에게는 “집 앞에 바다 있어?” 영광 출신에게는 “굴비 좋아해?” 전주 출신에게는 “한옥마을 가봤어?” 등등.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울진은 “대게 먹어봤어?”라는 질문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셨겠죠.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왜냐구요? 사람들은 울진 특산물이 대게인지 모르거든요.

  아는 형님께서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느그 동네는 그럼 대게 목줄 묶어서 산책시키냐?” 대게를 먹어본 적이 있냐던가 대게가 저렴하냐라던가 하는 질문은 받아본 바 있지만 이런 질문은 처음이었습니다. 동시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모멸감이 느껴졌달까요. 저는 말했습니다.

  아 그건 아니구요. 지자체에서 1가구당 1개씩 대게 전용 수조를 배포하는데 저희 동네는 집집마다 한두 마리씩은 대게를 키워요. 근데 대게가 야행성이라서 그런가 밤만 되면 쳇바퀴를 그렇게 돌리거든요. 한날은 너무 시끄러워서 쳇바퀴 돌리던 대게를 꺼내가지고는 냄비에 물 바글바글 끓는 걸 보여줬거든요. 그러더니 풀이 죽어서 조용해지더라구요. “푸하핫!” 형님은 자지러지셨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이건 뭐랄까… 상처뿐인 승리를 안고서 뿌듯해했습니다. 

홍민기 (사회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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