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최근 동료들 사이에서 단연 화제에 오른 것은 드라마 ‘더 글로리’ 시즌 2였다. TV에서 틀어주는 편성표대로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관람하던 때와 달리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 OTT 서비스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관람하는 요즘, 특정 콘텐츠를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오랜만에 돌았다. 지상파, 케이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달리 원하는 시간에 한꺼번에 몰아보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글로리’ 시즌 2가 상영되기 시작한 주의 주말은 드라마를 보느라 밤을 새웠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는 데 밤을 새는 것은 단연 드라마의 자극과 스릴이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도파민이 팡팡 돌게 하는”, 다시 말해 보는 이를 각성 상태로 만드는 반전과 폭력적인 장면이 난무했다. 교통사고, 추락사, 특수폭행, 불법 촬영물까지 시종일관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도 어떻게 끝이 날지 알 수 없는, 알고 싶은 장면이 이어졌다. 밤을 새고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는 이들이 여럿 있었다.

  뉴스에서는 마약 사건이 연일 보도된다. 한 유명 연예인은 검사 결과 5가지 마약을 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치킨값만 있으면 고등학생도 마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비교적 중독성과 후유증이 심한 마약이 일반인들의 삶에 침투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마약 김밥’, ‘마약 옥수수’라는 말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생겼다.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기에, 마약이라는 말 자체를 일상에서 떼어버려야 한다는 뜻이다.

  평범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평범이 무엇인지 기준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다양한 취미와 취향이 생기고 획일화된 삶에서 벗어난 양상이 많이 보일수록 다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사회가 가지는 인적자원과 문화의 풍부성도 더해진다. 환경, 아동, 자치, 청년정책 등의 분야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현저히 늘어난 반면 새로운 자극을 찾아 빠지는 사람들도 생겼다.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에서는 사이비 종교 교주들이 어떤 방식으로 교인들을 착취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시신 사진을 클로즈업하여 비춘다던가 성착취물 동영상을 그대로 송출하기도 했다. 매체에서 흔히 보기 어려웠던 장면에 긴장되고 불쾌한 기분이 들면서도 전에 없던 방식의 전달이기에 새롭고 흥분되고 신선하다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시청자는 그런 자극을 무의식적으로 쾌락과 동일시할 수 있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으면 콘텐츠의 윤리적 문제나 폭력성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재미를 위한다는 명목의 자극에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범죄로 이어진다면 타당한 처벌도 필요하다. 저런 폭력을 저지르는 게 가능하구나, 저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잘 살아가는구나 식으로 흘러간다면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원이 백신을 맞고 취약한 상태에 있는 입주민에게 졸피뎀을 탄 쌍화탕을 먹이고, 성관계를 시도했으며 불법촬영까지 저질렀는데도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하면, 그런 사건이 집중 조명받지 못하는 것을 보면 우리는 정말 여러 가지에 무뎌진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공연화 (여성젠더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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