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D.P’ 드라마, ‘D.P’에서 묘사된 군대 군기 장면이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D.P’ 드라마, ‘D.P’에서 묘사된 군대 군기 장면이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

  지난해 11월 28일 강원도 인제 육군 최전방부대 GOP(일반전초)에서 20대 초반 이등병이 총상을 입고 숨진 사건, 지난 1월 13일 강원도 태백에서 혹한기 훈련을 받다가 숨진 이등병 사건 등 군 사건·사고는 지금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2014년 ‘윤 일병 사건’과 ‘임 병장 사건’으로 군 장병 처우,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 처음으로 제기된 후 정부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사고로 인해 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런 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배경과 영향, 더 나아가서는 해결 방안에 대해 대학생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장교들의 임관선서, 신임 장교들이 장교 합동임관 예행연습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장교들의 임관선서, 신임 장교들이 장교 합동임관 예행연습 중이다. 사진/ 연합뉴스 제공

  끊이지 않는 군 사건·사고

  과거 ▲병영 내 집단 따돌림 ▲미흡한 병사 관리 ▲열악한 근무 환경 ▲폐쇄적인 군 조직 문제에 대한 개선 필요성은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14년에 발생한 윤 일병, 임 병장 사건을 계기로 병사 처우와 인식 개선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됐다. 

  윤 일병 사건은 대한민국 육군 제28보병사단 포병여단 977포병대대 의무대에서 선임 병사들이 후임 병사를 집단 구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이는 해당 사건의 피해자 故 윤승주 일병의 이름을 따 윤 일병 사건으로 불린다. 임 병장 사건은 대한민국 육군 제22보병사단 제55연대 GOP에서 발생한 군무이탈 및 총기 난사 사건으로 가해자인 임도빈 병장의 이름에서 따와 임 병장 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사건 발생 초기엔 단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회에 알려졌으나 이후 재판과정에서 근본적인 사건 발생 원인이 임도빈 병장에게 가해졌던 지속적인 따돌림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군 장병들의 인권 보장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9일 순직 판정을 받은 ‘故 이예람 중사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이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근무하던 당시 선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이 중사는 해당 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이를 철회하라는 등 다른 상관들의 회유와 협박에 시달리다가 2021년 5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렇듯 2014년 윤 일병, 임 병장 사건 이후 병영문화 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군과 민간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군 사건·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국방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와 주변 병사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본 군대는 어떤 모습일까?

군대 생활 인식, 한국갤럽이 청년들에게 군대 생활 인식에 대해 물은 결과다. 인포/ 나수현 기자
군대 생활 인식, 한국갤럽이 청년들에게 군대 생활 인식에 대해 물은 결과다. 인포/ 나수현 기자

  대한민국 군대의 현실 

  - 2023년 병사들의 현실 

  실제 병사들이 생각하는 군 장병들의 처우와 인식은 어떨까? 

  국방부가 지난 11월에 공개한 ‘2022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병영생활 여건 개선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병사 88.2%가 나아졌다고 답했고, 간부를 조사한 결과 97.7%가 개선됐다고 답했다. 이를 통해 실제로 군 장병들의 처우가 과거보다 나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군내 인권 보장 정도’에서는 남성 41%만이, 연령별로는 19~29세의 35.4%가 보장되고 있다고 답해 아직도 군대에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군대에 다녀온 우리 학교 A 학우는 “물론 각 부대 특성상 부대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폐쇄적인 조직에서 생기는 문제점, 병영 내 따돌림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며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음을 강조했다.  

  - 2023년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

  그렇다면 사회에서 바라본 군대에 대한 시선과 인식은 어떨까.

  앞서 소개한 ‘2022년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군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를 묻자 응답자의 36.6%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서 언제든 전쟁의 위험이 있는 국가임에도 10명 중 4명꼴로 군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은 간과하기 어렵다. 군대에 관한 학우들의 인식 역시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우리 학교 신영은(국어국문학·4) 학우는 “군대에 가지 않는 입장에서 군대는 분단국가인 한국에 필수 불가결한 존재이지만 군대 내에서 소모품 취급을 받는 군인, 군인 간의 뿌리 깊은 악습, 이성·동성 간의 성범죄 은폐 등 인권 침해의 관점에서 많은 개선이 필요해 보이는 곳”이라고 답했다. 이어 “주변 친구들이 군대에 간다고 하면 다치지 않길 바라기도 하지만 군대 내의 악습을 배워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군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자체가 낮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위 자료에 따르면 ‘국방문제에 대한 관심도’를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41.9%가 ‘관심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연령별로는 19~29세의 48%가 관심이 없다고 응답해, 입대를 앞두고 있거나 완료한 나이대임에도 절반 가까운 사람이 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병사들의 처우,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 정부 차원의 노력

  앞서 살펴본 군 장병들의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군과 민간에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군 복무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은 2000년 ‘신 병영문화 창달’부터 2012년 ‘병영문화 선진화’까지 2014년 이전에도 존재했다. 그러나 2014년 발생한 윤 일병, 임 병장 사건으로 인해 기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민관군병영문화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를 출범해 군에 개혁과제들을 권고하는 등 병영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기존 정책과 이름만 바꾼 처방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9년이 지난 지금, 병사들의 처우와 인식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중점이 되는 정책으로는 ▲군인복지 기본계획(2013-2022) ▲군 인권보호관(2022) ▲국방혁신4.0(2023) 등이 있다. 

  ‘군인복지 기본계획’이란 국방부가 병사들의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국방의 의무 수행을 목표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다. 군인복지 기본계획의 핵심 추진사항에는 ▲복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 지급 ▲취업 지원 ▲자기 개발지원 ▲복무 여건 개선 ▲민, 군 협진으로 최선의 의료 제공 등이 있다. 

  ‘군 인권보호관’이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제도로 군대 내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를 조사하고, 필요한 경우 시정조치와 정책권고 등을 담당하는 기구다. 군 인권보호관 제도 도입에 관한 논의는 2014년 발생한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 병사들의 인권 문제를 전담할 기구의 필요성에 따라 시작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7월 1일 출범식을 통해 “군 인권보호관 제도가 출범하게 된 것은 그간 군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들의 희생으로 얻어진 것”이라며 “안타까운 인권침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맡은 바 임무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속적인 조직 및 인력 보강을 토대로 군 인권에 관한 종합적 권리구제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군 인권 보호 체계를 한층 공고히 할 계획을 밝혔다.  

  마지막 ‘국방혁신 4.0’이란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국방개혁안이다. 국방혁신 4.0의 속 병사 처우·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에는 ▲미래세대 병영체계 조성 및 장병 정신, 전력 강화 ▲군 복무가 자랑스러운 나라 실현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병사 봉급+자산 형성프로그램’으로 ▲병사 봉급 월 200만 원 실현 ▲군 특성에 맞는 의료체계 구축 ▲장병 의·식·주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전역한 우리 학교 B 학우는 “병사 복무 기간 단축, 일과 후 핸드폰 사용, 마음의 편지 등 병사들의 고충 해결을 위한 정책들이 갈수록 활발해져 확실히 입대 초기보다 병사들의 환경이 좋아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주변 병사들의 반응도 확실히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해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군의 노력이 실제로 효과가 있음을 밝혔다. 

  - 민간 차원의 노력

  군 장병들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군인권센터’가 있다. 군인권센터는 임태훈 인권운동가에 의해 2009년 창립된 군 인권 단체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상 한계를 극복하고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비정부기구의 필요성에 의해 설립됐다.  

  해당 기관은 군대 내 전반적인 인권 정책·제도·법률·관행을 감시하고 개선함으로써,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권 침해와 차별 문제로부터 군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증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임태훈 소장은 군인권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군대 내 인권 의식을 향상하고 나아가 법과 제도도 인권의 존중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힘쓰겠다”며 군인권센터의 설립 취지를 강조했다.  

  최근엔 ‘육군 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이하 육대전)라는 2016년에 개설된 페이스북 페이지 SNS를 통해 병사 처우와 인식개선을 위한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육대전’은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허용 전에는 단지 군 관련 정보와 유머 게시글을 올리는 게시판 기능뿐이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전면적으로 허용되며 각종 군 내부 사건·사고와 부조리 고발 등과 같은 제보성 게시물을 올리는 게시판으로 변화했다. 실제 이 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격리 장병들의 인권침해 사건을 비롯해 각종 고충과 요구사항이 공론화돼 병사들의 인식과 처우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군과 민간 차원에서도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실제 어느 정도 개선됐다는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군에선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사건·사고로 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역시 그리 좋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국민들의 인식이 실제 군 장병 인식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만큼, 군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해 

  ‘우리 모두는 자랑스러운 육군이었거나 육군이거나 육군의 가족이다’ 

  대한민국 육군협회의 이러한 슬로건처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진정한 군 문제 개선을 위해선 국가의 역할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심과 노력 또한 동반돼야 한다. 

  -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렇다면 앞으로 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복지 제공만이 답은 아닐지도 모른다. 

  지난 4일 육대전엔 한 병사가 생활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술을 마셨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큰 화제가 됐다. 이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군대 참 좋아졌다 공중전화만 쓰던 시절을 겪어봐야 한다”고 말하며 해이해진 군 기강을 지적했다.  

  군 관계자의 의견도 비슷했다. 한 관계자는 “군 장병의 처우와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장 해결해야 할 문제는 초급간부의 리더십 부재”라고 밝혔다. 또한 “청년들은 군대에 가서 얻는 이점이 없다고 생각해 군대를 꺼려하지만 리더십을 갖춘 초급간부가 많아진다면 의미 있는 군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군 관계자는 군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가 대부분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인 만큼, 이를 사전에 방지하고 관리할 초급간부의 리더십을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 우리가 해야 할 노력 

  병영문화가 과거에 비해 나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중들의 국방문제에 대한 관심은 낮은 수준으로 파악됐다. 사회적인 관심과 지지가 없다면 올바른 국방정책의 수립과 집행은 기대하기 힘들다. 사건·사고가 없어도 우리는 올바른 국방정책 집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국방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지를 보내야 한다. 무엇보다 군에 대한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군 관련 문제의 장본인인 20대 청년들의 군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해야, 군대 또한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  

  군에 입대하지 않은 청년들이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건네야 할 것은 위로의 시선이 아닌, 20대 때 제한된 생활을 하며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사회적 지지와 응원이다. 군 관계자는 군 입대를 앞둔 청년들에게 “군 복무를 원치 않더라도 1년 반이라는 복무 기간을 허송 세월로 보내지 않고 군대 내에서만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경험을 통해 의미 있는 군 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며 “군 생활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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