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K. 레슬러 저,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저,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오래 전 여름, 시립도서관에서 친구는 명작 영화의 원작인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를 찾았고 그 옆에는 <살인자들과의 인터뷰>가 꽂혀있었다. 당시 친구가 나에게 추천을 했든, 제목이 궁금해서 뽑아보았든 표지의 책 소개와 목차를 읽은, 심야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해주던 범죄수사시리즈물을 챙겨보던 사람은 그 책을 빌려 단숨에 읽게 된다. 책의 저자는 1970년대 전 FBI요원이자 행동과학팀(Behavioral Science Unit)을 만든 사람 중 한명인 로버트 K. 레슬러였고, 그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통한 범죄 수사의 선구자들 중 하나이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의 원제는 <Whoever Fights Monsters: My Twenty Years Tracking Serial Killers for the FBI>이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와 ‘Whoever Fights Monsters’ 모두 책의 한 챕터에서 따온 제목인데, ‘Whoever Fights Monsters’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 봤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테니까…”의 첫 부분이다. 이 구절은 실제 번역본 ‘차례’의 앞 장에 적혀있는 문구이다. 즉 범죄현장에서 행위자의 심리를 분석해 범인상을 추측하는 이들, 그것을 위해 유죄판결을 받은 범죄자를 면담하는 이들을 ‘괴물과 싸우는 사람’으로 레슬러는 본 것이다.

  또한 ‘괴물’은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언급하고 있듯 ‘살인괴물’, 즉 살인자들에 대한 것이다. 특히 레슬러가 재직하던 당시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범’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찰스 맨슨이나 테드 번디 등 미디어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들의 범죄심리를 분석하거나 면담하기도 하면서 프로파일링을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레슬러는 어린 시절 그는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 ‘대체 어떤 사람이’, 그러니까 누가 이런 일을 일으킬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또한 당시 범인에 대한 감정을 두려움과 매료됨으로 표현하고 있다. 범인에 대해 ‘괴물은 아닐지’ 의심할만큼 전혀 다른 존재로 느껴지는 동시에 깊게 빠져들어 공상할만큼 궁금했으며 매료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프로파일링이란, 레슬러가 밝혔듯,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용의자의 유형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 작업은 행동과학의 원리를 응용한 것으로 범죄현장의 증거을 조사한 결과들이나 이미 기소된, 혹은 유죄판결이 난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얻은 산물들을 토대로 진행된다. 레슬러는 프로파일링 자체로 살인자를 잡을 수는 없으며, 범인을 잡는 것은 경찰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책은 프로파일링과 관련된 레슬러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들, 그리고 FBI가 된 이후 행동과학팀(Behavioral Science Unit)의 필요성을 느껴 만드는 과정과 연쇄살인범들을 면담하기 위해 겪은 과정들이 서술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로 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내용과 그 내용을 기반으로 이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분류한 흥미로운 기준들, 어떤 환경과 주변 요소들이 사람을 살인자로 변화시키는 데 일조하는지에 대해서도 레슬러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서 그가 프로파일링을 통해 유력한 범인상을 추측해내는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심야케이블채널에서 방영해주던 범죄수사시리즈물을 챙겨보던 시절은 지났지만 최근 몇 년간 관련 드라마나 OTT시리즈, 전문가들의 미디어 등장으로 프로파일링이나 범죄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대부분 1970년대 미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현재와 다른 부분이 느껴질 수 있으나, 작가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이 곳곳에 드러난 에세이 형식으로 읽는 내내 재미를 유지할 수 있으며, 끝까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최수이 (언론정보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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