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 97년 역사 문화기행을 다녀와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개인적인 출생이라든가 사회의 생성, 또는 새로운 이론 등의 다양한 탄생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기억하려 노력하는데, 우리는 흔히 그것을 ‘역사’라고 부른다. 인간 삶의 전체를 담는 의미로서의 포괄적인 역사는 곁가지 형식의 수많은 흐름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뿌리찾기’의 한 일환으로 민족 충남대 대학원 총학생회에서는 매달 마지막 일요일에 역사 · 문화현장을 직접 탐방함으로써 우리것에 대한소중함을 일깨우고, 우리땅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새롭게 하기 위한 ’97 역사 · 문화기행을 기획하였다.
 1차 기행(97년 3월 30일 일요일)은 백제문화의 산실이면서도 자취가 많이 사라진 부여와 공주일대를 답사함으로써 기행자들에게 새로운 역사와 문화의 시각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새벽을 깨우는 부여에서는 능산리 고분군, 국립부여박물관을 거쳐 백제 여인의 절개와 충절로 대표되는 역사적 명소 부소산성을 들렀고, 금강변에서는 신동엽의 시 ‘금강’을 떠올려 보기도 하였다. 부여를 지나 공주에서는 무령왕릉과 공산성을 둘러 보았고, 동학농민군의 피로 물든 우금치 고개를 지날 때에는 국권을 빼앗기지 않기위해 목숨을 다한 농민군의 원혼을 마음속에 새기었다.
 1차기행을 다녀와서 다시금 생각하게 된 것은 역사란 무엇이며, 현재를 사아가는 우리가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의 물음이었다.
 역사에 대한 많은 정의들이 있겠지만, 나는 이번 기행을 통해 역사를 ‘현재와 연계하는 역동적인 실체’로 파악하게 되었다. 특히나 국립부여박물관과 공주박물관을 견학하면서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화의 척도가 어느 특정한 시기에 인위적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라 과거 조상들의 지혜와 유산물을 차용하고 현재에 맞게 변용한 것임을 여실히 느낄수 있었다. 무기의 발달수준에 따라 한 나라의 흥망성쇄가 바뀐다는 역사적인 반복, 그리고 가제도구나 의복, 장신구 등의 형태에서 모양이나 외형은 지금과 다르더라도 그 원리는 동일한 것이라는 점을 통해 현재는 과거와의 변증법적 발전과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하고 소중하게 보존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번 공주와 부여일대의 기행은 파편적으로 남아 이쓴 백제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우리땅의 숨결을 직접 느끼고 우리땅을 밟아보았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역사 · 문화지역을 기행하면서 역사의 주체이자 변혁의 원동력인 당대 민중들의 지난한 삶과 숨결을 가까이서 체험할 수 없었던 점이 못내 아쉬웠다. 대부분의 유적지나 박물관이 문화 ‘향유자’들인 지배층이나 고등종교의 전유물들로 지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역사의 전체적인 면모와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민중들의 삶과 유물, 그리고 면면히 이어오는 민족정신을 되살리는 발굴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는 과거의 것을 되새겨 현재의 삶에 투영시킬 수 있는 창조적이며 역동적인 ‘역사적 주체’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첫발을 내딪는 새로움으로 2차 기행(97년 4월 27일 일요일)을 준비할 것이다. 전북 부안군과 익산시 일대(태안→개암사→변산해수욕장→채석강→→내소사→부안→죽산→대야→이리→익산미륵사지)를 함께 기행할 뜻있는 사람들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김 정 숙
(국문 석사1, 대학원 총학생회 문화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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