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대신문이 복수(부)전공 이수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포/ 최지수 기자
충대신문이 복수(부)전공 이수 학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포/ 최지수 기자

  정규학기가 끝나고 복수(부)전공 선발 시기가 되면, 우리 학교 홈페이지의 학사상담 게시판과 에브리타임에는 복수전공에 관한 질문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만큼 복수전공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다는 뜻이다. 복수전공생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막상 이수 과정에서 복수전공을 신청한 것을 후회하거나, 예상 밖의 난관에 봉착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학생이, 어떤 이유로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걸까? 과연 모든 학생이 복수전공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걸까?  

우리 학교가 복수(부)전공 이수 학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포/ 최지수 기자
우리 학교가 복수(부)전공 이수 학우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인포/ 최지수 기자

  셋 중 하나, 복수전공  

  - 복수전공이란? 

  복수전공이란 학생이 소속한 주전공 학과 이외의 전공 과정을 이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복수전공은 학위 인정이나 과목 이수구분이 주전공과 동등하게 취급된다는 점에서 부전공과 차이가 있다. 또한, 복수전공은 두 개 이상의 관련 학과가 연계해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연계전공과 달리 주전공과 관련 없는 학과까지 체계적으로 이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우리 학교의 경우, 복수전공 학과의 졸업요건과 이수 조건인 39학점을 충족할 시 학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복수전공은 36학점을 취득하고 3학기 이수 완료·예정자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복수전공 신청 자체는 성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각 학과에 따라서는 최저 기준점을 제시하는 곳도 있다. 또한, 모집 인원보다 신청 인원이 많을 경우 대부분의 학과가 성적순으로 선발하므로 평점이 높을수록 합격할 확률이 높다. 

   단, 학과에서 배우는 교육과정 특성상 타 학과 학생이 특정 학과를 복수전공 하는 것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 학교는 ▲약학대학 ▲의과대학 ▲수의과대학 ▲간호학과 ▲국가안보융합학부 ▲건축학과 ▲회화과· 조소과·관현악과를 복수전공 제한학과로 규정하고 있다. 

2022년 JOB ROCKET 취업박람회 사진/ 대외협력실 제공
2022년 JOB ROCKET 취업박람회 사진/ 대외협력실 제공

  -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이유  

  1996년, 수도권 일부 대학을 시작으로 많은 대학이 복수전공제를 도입하며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이 점차 늘어났다. 지난 2021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4년제 대학생 1,0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생 복수전공 현황’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4년제 대학생 3명 중 1명은 복수전공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이유로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걸까?  

  충대신문이 우리 학교 학생 1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공 이수 현황’은 ▲복수전공 이수(43%) ▲주전공만 이수(37.8%) ▲부전공 이수(8.9%)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복수(부)전공을 이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인문대학과 사회과학대학 소속이 많았다. 또한, ‘복수(부)전공을 하게 된 이유’는 ▲취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44%) ▲새로운 진로를 찾기 위해서(25%) ▲해당 전공을 공부해보고 싶어서(19%) 순으로 집계됐다.  

  우리 학교가 발표한 2022학년도 CNU 대학생활조사 역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2학년 이상의 학부생 중 복수(부)전공을 이수하는 학생 340명에게 복수(부)전공 선택 이유를 물었다. 그 결과 ‘취업 도움 기대(39%)’와 ‘해당 전공에 대한 흥미(35%)’가 과반을 차지했고, ‘자신의 성장 및 발전(18%)’과 ‘사회적 수요(6%)’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선택합니다

  - 새로운 진로를 찾는 첫걸음 

  모두가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학문을 선택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아니다. 입결이 더 높은 대학에 가거나, 성적을 맞추려다 보니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 학과를 선택해 진학하는 학생들 역시 많다. 하지만 이렇게 대학의 ‘간판’만 보는 선택은 전공에 대한 후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021년 12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발표한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지 여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입 구직자 796명 중 38.1%가 전공 선택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이유는 ‘내 적성과 맞지 않아서’가 43.2%로 가장 많았으며, ‘채용이 적은 분야여서’가 36.6%로 뒤를 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예상과는 달리 전공이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2020년 당시 역사학 전공생이었던 김채은 씨는 영현대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할 때는 역사 공부가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대학에 오니 적성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역사 외에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 일본 교환학생을 계기로 일어일문학과를 복수전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복수전공은 입학할 때 선택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다양한 학문을 배우려는 학생에게 여러 전공을 배울 기회를 제공하고자 등장한 제도다. 따라서 복수전공은 잘 활용한다면 전공 선택을 후회하는 학생에게 새로운 진로를 찾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 취업을 위한 자구책   

  새로운 진로를 찾거나 다양한 학문을 배워보고 싶어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학생도 있지만,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취업을 위한 자구책으로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학생 역시 적지 않다. 

  경영학부를 복수전공 하고 있는 우리 학교 강유정(일어일문학·3) 학우는 “일본어가 좋아서 일어일문학과를 주전공으로 선택했지만 취업을 준비할 때 일본어 능력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 판단했다”며 “또 다른 관심 분야인 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경영학부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경영학부를 복수전공 하고 있는 우리 학교 A 학우는 “상경계열 학위를 입사 지원 필수 요건으로 두고 있는 기업이 많고, 필수가 아니더라도 우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해당 분야에) 흥미를 가진 건 아니었지만 폭넓게 활용되는 학문이라 취업을 위해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복수전공이 실제로 취업 준비를 할 때 도움이 될까? 만약 취업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우리 학교 컴퓨터융합학부 김형신 교수는 “일반적으로 복수전공이 단일전공보다 더 넓은 취업의 기회를 갖게 된다”며 “취업 분야가 두 배로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단일전공을 하며 자신의 진로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하는 학생에게는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추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리 학교 인재개발원 역시 “우리 학교 졸업생 중에도 인문계열 주전공생이 경상계열을 복수전공해 재무·회계 분야에 가거나, 자연계열 주전공생이 공과계열 복수전공을 통해 전기분야로 취업하는 등 복수전공을 이수해 취업하는 사례가 꽤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당 사례의 학생들은 복수전공 외에도 직무 관련 역량을 준비했고 인재개발원 취업상담과 프로그램 참여 등을 통해 취업 준비에 노력을 기울였다”며 “복수전공만 하고 다른 역량이 전혀 보완되지 않는다면 취업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복수전공, 따라오는 불편사항은?

  많은 학생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복수전공을 선택한다. 이들은 복수전공을 시작하면 분명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질 거라고 나름대로 각오한다. 하지만 수강신청을 하거나,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어려움은 생각보다 많다. 

  - 시작부터 난관  

  복수전공 신청기간이 시작되기 전,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는 해당 학기의 복수전공 학생선발 계획이 올라온다. 학생들은 이 계획을 통해 복수전공의 추진일정과 신청방법, 학과별 세부 선발기준 등 복수전공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선발 계획만으로는 각 학과(부)별 복수전공 최저 합격 평점 평균 기준, 이른바 ‘전년도 복수전공 합격선’을 알 수 없다.  

  복수전공 합격선을 알기 위해 개별적으로 학과 사무실에 문의해도 알려주지 않거나 모호한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복수전공 학과에 지인이 없다면,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아 매번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실제로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에는 ‘과사무실에 전화해서 복수전공 합격선 여쭤보면 실례일까요?’, ‘○○학과 복수전공 합격선 어느 정도인가요?’ 등 복수전공 관련 정보를 구하는 학생들의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이에 경영학부의 경우 지난 2021학년도 2학기부터 합격 학생 명단과 함께 합격선을 공개했다. 그러나 경영학부와 함께 ‘인기 학과’로 꼽히는 무역학과, 소비자학과, 컴퓨터융합학부 등 대부분의 학과가 여전히 복수전공 합격선을 공개하지 않아 학우들의 불만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복수전공 신청 역시 학기당 한 학과만 신청할 수 있어 어떤 학과를 신청해야 합격할 수 있을지 학생들의 고민이 많았다. 우리 학교는 이러한 불편을 개선하고자 올해부터 ‘융복합창의전공 지망제’를 새롭게 시행한다. 융복합창의전공 지망제란 최대 두 학과까지 복수전공을 신청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1지망 학과를 탈락하더라도 2지망에 합격할 수 있게 돼 학생들의 고민이 줄어들 전망이다.  

  - 끝나지 않는 애로사항 

  2022학년도 CNU 대학생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복수(부)전공 관련 개선 요구사항으로 ▲신청시기, 이수방법 등의 정보제공(29%) ▲수업부담 완화(25%) ▲성적, 인원, 선수과목 등 지원자격의 완화(24%)가 다수를 차지했다. 주요 기타 의견으로는 ▲수강인원 확대 ▲수강신청 개선 ▲복수(부)전공 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학사안내 및 졸업 지도 ▲주전공 학생과의 차별 금지 등이 있었다.   

  실제로 연계전공으로 통합과학을 복수전공 했던 우리 학교 졸업생 B 씨는 “복수전공 학과에 대한 연계와 정보가 너무 적고 관리가 잘 되지 않는다”며 “특히 고학년으로 갈수록 해당 학과 주전공 학생들에 비해 교수님과의 접점이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수강신청의 경우 “복수전공생임에도 강의 수강이 가능한지 일일이 학과 사무실에 연락하고 교수님께 허락을 받아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뿐만 아니라 불어불문학과를 복수전공 하고 있는 우리 학교 C 학우 역시 “복수전공생에 대한 학과 정보 제공이 매우 불친절하다”며 “휴강이나 보강 같은 필수적인 연락도 오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학교에서 복수전공 시스템을 잘 관리하지 않고 있고 단과대나 학과 단위에서도 복수전공생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고 밝혔다. 

  - ‘전문성 부족’ 꼬리표 

  한편, 일각에서는 복수전공생이 단일전공생보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낮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019년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복수전공 이수와 첫 일자리 성과’에 따르면, 복수전공을 이수한 학생은 단일전공생보다 취업률이 약 24% 높게 나타났지만, 정규직 취업과 월평균 임금은 낮게 나타났다. 이에 직업능력개발원 관계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복수전공을 하더라도 주전공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취업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형신 교수는 “수치적으로 본다면 복수전공생이 복수전공 학과의 단일전공생보다 해당 학과 과목을 39학점 정도 적게 수강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려는 학생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복수전공 최소이수학점인 39학점 외에도 추가로 학점을 이수해 전문성을 보완하는 걸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복수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주전공과 어떻게 접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어려움을 겪는 주전공생과 대학 

  그러나 복수전공으로 인한 어려움이 복수전공생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학우들이 복수전공으로 많이 선택하는 인기학과 주전공생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해당 학과에 복수전공생이 몰리더라도 학교가 학생들의 수요에 맞게 강사 수를 늘리거나 강의를 더 개설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전공생 우선 수강신청 제도를 운영하는 학교도 있으나, 우리 학교는 그러한 주전공생 우대 제도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어지훈(경영학·4) 학우는 “복수전공을 하는 학생들도 같은 학부 학생이므로 분반을 개설하거나 수강 인원을 증원하는 방향이 옳은 것 같다”며 “앞으로 수월하게 졸업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여러 방법을 검토해 수강신청 과정이 개선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우들 또한 계절학기 수요조사에 응하고 인원이 제한되면 적극적으로 증원 요청을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학은 등록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이 각광받으며 인문·사회계열 학생이 공학계열을 복수전공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계열 학생과 공학계열 학생 간의 등록금 차이가 심하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복수전공을 하더라도 주전공의 등록금만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공학계열을 복수전공 하는 다른 계열 학생에게는 추가 등록금을 청구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실습비 충당에 대한 고민이 크다. 

  복수전공에 제한을 두지 않는 서울 소재의 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복수전공으로 수강생이 늘어나는 만큼 수업에 투입되는 조교와 멘토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으면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대학생에게 취업 준비란 대학 생활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또한, 장기화된 취업난 속에서 복수전공은 취업 준비 시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취업에는 정답이 없고, 복수전공은 취업난을 해결할 만능 열쇠가 될 수 없다. 

  우리 학교 인재개발원은 “복수전공만이 취업 성공의 지름길이라고 여기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며 “복수전공은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아 취업 도전의 기회를 넓혀주는 하나의 교두보로 여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취업에 정답은 없으니 취업 성공을 위해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이고 취업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먼저 고려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학생들이 후회 없는 대학 생활을 보내기 위해서는 취업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복수전공을 택하기보다, 자신이 진정으로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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