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김윤아 기자,  언론정보학과
김윤아 기자, 언론정보학과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기자가 ‘2022년 최고의 한 마디’를 꼽는다면 단연 이 문구를 고를 것이다. 이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9%의 확률을 뚫고 16강 진출을 확정 지은 우리나라 선수들이 해당 문구가 적힌 태극기를 들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며 화제가 됐다. 

  사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처음 등장한 문구는 아니다. 이는 앞서 열렸던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팀의 주장 김혁규가 특정 인터뷰에서 “패배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요”, “우리끼리만 무너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요”라 발언한 데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후 한 언론사가 관련 보도에서 제목에 해당 표현을 사용하며 ‘어려운 조건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해낼 수 있다’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밈(meme)’은 넓은 의미로 인터넷상에서 인기를 얻고 소비되는 표현, 행동, 콘텐츠 등을 일컫는 말이다. 앞서 언급된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역시 밈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2022년에는 ‘중꺾마’ 이외에도 ‘가보자고’, ‘오히려 좋아’ 등 유독 긍정적인 의미가 담긴 밈이 유행했다. 일부 대중은 ‘오히려 좋아, 가보자고 등 이러한 유행어를 동시에 쓰다 보니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인생이 된 기분’이라 표현하며 이러한 밈에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반응이 나오는 이유는 그동안의 밈이 다소 부정적인 현실에 서로 공감하는, 비관적인 경향이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까지 줄곧 사용됐던 밈은 청년 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한 학생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유행어가 된 게 너무 좋다’, ‘그동안의 밈은 자기비하적이고 냉소적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현실적인 이유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 여기에 더해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5포 세대’, 이를 이은 ‘N포 세대’는 청년 세대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밈 중 하나이다. 또한, ‘악깡버(악으로 깡으로 버틴다)’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청년들의 상황을 대변할 때 사용되곤 했으며, ‘될놈될(될 사람은 된다)’은 노력을 해도 타고난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는 의미로 쓰이곤 했다. 이와 같이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던 밈이 지배적이던 사회에서 ‘의지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밈이 등장해 유행을 바꾼 것은 변화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 

  유행어는 그 시대를 반영한다는 말이 있다. 특히 인터넷과 현실의 간극이 뚜렷하지 않은 현대 사회, 요즘 세대의 밈은 어쩌면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미약하게나마 투영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청년들의 밝은 에너지가 담긴 기분 좋은 변화가 불어온 만큼, 올해는 이러한 바람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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