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의 부캐 ‘유산슬’과 김신영의 부캐 ‘김다비’ 홍보 포스터  인포그래픽/ 이연우 기자
유재석의 부캐 ‘유산슬’과 김신영의 부캐 ‘김다비’ 홍보 포스터 인포그래픽/ 이연우 기자

 ‘한국지리 1타강사 문쌤, 문상 기자, 군인 문 이병’ 이들은 모두 동일 인물이다. 이는 방송인 문상훈의 부캐로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요즘 소셜미디어에서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캐릭터로 부활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연예인도 많이 보이며 부캐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증가하는 추세다. 게임과 TV 속에서 시작해 소셜 미디어 등 일상 속까지 스며든 부캐 문화가 우리 사회에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보자.

부캐를 만든/만들고 싶은 이유, 부캐 문화 관련 설문조사이다. 인포그래픽/ 이연우 기자
부캐를 만든/만들고 싶은 이유, 부캐 문화 관련 설문조사이다. 인포그래픽/ 이연우 기자

  부캐릭터

  - 부캐란? 

  부캐는 부캐릭터의 줄임말로 본캐릭터(이하 본캐)와 별개로 만든 새로운 캐릭터를 의미한다. 즉, 서브 캐릭터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사실 부캐는 예전부터 흔하게 접할 수 있었던 용어로, 원래 게임에서 본캐 외에 새롭게 만든 캐릭터를 지칭했다. 이러한 부캐는 2020년 연예계에서 큰 인기를 끌며 사회·문화적인 의미로 확장됐다. 

  - 부캐의 발전, 부캐 문화

  현재 연예계에서 부캐는 평소 자신의 모습과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설정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즉, 연예인은 새로운 이름과 성격을 만들고 마치 다른 사람에 빙의된 것처럼 해당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중 앞에 서는 것이다. 

  ‘유산슬’이라는 캐릭터가 주목받으면서 연예계 부캐 열풍이 시작됐다.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자신의 부캐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 드러머 ‘유고스타’ 등을 연기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유재석은 대중에게 익숙한 본캐 ‘국민 MC’라는 틀에서 벗어나, 기존에 하고 싶었던 노래와 춤을 선보일 기회를 얻은 것이다. 

  실제로 유재석은 유산슬이라는 부캐 신분으로 MBC 신인상을 받으며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로 대접 받았다. 뿐만 아니라, 가수 이효리, 개그우먼 김신영 등 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의 부캐를 만들어 본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러한 현상은 과거에 인기를 끌지 못했거나, 시간이 지나 인기를 잃은 연예인들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 무명 연예인들은 부캐를 만들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 하나의 본체, 다양한 부캐 

  최근 한 사람이 다양한 부캐로 활동하고 있지만, 대중은 전혀 거리낌없이 모든 부캐를 받아들이고 있다. 일례로, 최준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물로 무명이었던 개그맨 김해준의 부캐이다. 최준의 눈을 반쯤 가린 헤어스타일과 느끼한 말투는 김해준 본래의 점잖은 이미지와 달리 능청스러운 이미지로 새로운 자아를 표출한 것이다. 김해준은 최준 이외에도 사업가 조정구, 의류 판매원 쿨제이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탄과 제이호로 이뤄진 보이그룹 ‘매드몬스터’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뮤직비디오와 음원을 공개한 뒤, 음악 방송과 예능, 광고를 촬영하는 등 아이돌의 역할에 충실히 하는 모습을 보인다. 매드몬스터의 본캐는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이지만, 대중은 그들의 본체를 떠올리지 않고 부캐에 집중한다. 또한, 이창호는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김갑생할머니김’ 회사를 운영하는 재벌3세 이호창 등으로도 맹활약 중이다. 이처럼 많은 연예인들이 다양한 부캐로 활동하며 카메라 밖 현실에서도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일상에 스며든 부캐 문화

  부캐 문화가 연예계에서만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인 역시 자신의 여러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어 한다. 잡코리아가 지난 2021년 성인남녀 1,7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캐 관련 설문조사에서 16.3%는 부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56.3%는 ‘현재는 없지만, 향후 가지고 싶다’고 응답했다. 또한, 부캐를 가지고 싶은 이유에 대해서는 ‘또 다른 내 모습을 만들거나 표출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43.7%로 가장 높았다. 

  연예계의 부캐 문화는 내면의 다채로운 모습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욕망을 자극했다. 이는 부캐로 활동하는 연예인을 향한 환호를 넘어 대중이 직접 자신의 부캐를 만들게 한 것이다. 일반인의 부캐 활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신의 새로운 캐릭터를 드러내는 것부터, 부캐를 활용한 콘텐츠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기까지 이른다.

  - 소셜 미디어 속에서 표출되는 진짜 모습 

  흔히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한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의 부캐를 표출하는데, 소셜 미디어마다 부캐를 드러내는 방식에 차이를 보인다. 인스타그램은 ‘인스타용’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용자의 눈길을 끌거나 동경을 느끼게끔 하는 연출로 자신의 부캐를 표출한다. 반면, 블로그는 긴 글로 일상을 기록하거나 자신의 솔직한 면모를 드러내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 학교 조성연(언론정보학·2) 학우는 “블로그는 나만의 공간 같은 느낌을 줘서 사소한 일도 마음껏 기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유튜브는 영상을 통해 자신의 부캐를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다. 현재 유튜버로 활동하는 우리 학교 이종우(지질환경과학·1) 학우는 “현실에선 평범한 학생이지만, 유튜브에선 스포츠 영상 PD로 인정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부캐 문화 열풍 시대

  - MZ세대의 주요 키워드, 부캐

  사실 MZ세대는 어릴 때부터 부캐 문화와 함께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와 게임에서 여러 캐릭터를 직접 만들거나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이종우 학우는 유튜브 시작 계기에 대해 “학창시절 취미로 유튜브를 시작했다”며 “채널이 성장하면서 유튜버인 나를 또 다른 부캐로 인식하게 됐다”고 답했다. 

  실제로 MZ세대는 일상생활에서 부캐 열풍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주은신 교수는 “MZ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막연한 미래에 대한 기대나 헌신보다 현재의 확실한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라며, “부캐 문화는 이러한 MZ세대의 가치관과 욕망이 잘 투영돼 있는 놀이 문화”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부캐 문화는 다양한 가능성과 즐거움을 표출하고 싶어 하는 MZ세대의 욕망을 해소하는 문화적 출구가 되고 있다. 

  이는 최근 화제인 메타버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상 공간을 배경으로 한 메타버스가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함에 따라 MZ세대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통해 정체성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다. 

  - 왜 열풍인가 

  MZ세대, 나아가 대중이 부캐 문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연예인이 본캐와 다른 이름과 직업 등을 설정해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행동하거나 자신만의 세계관에서 활동하는 것은 대중에게 신선한 재미를 준다. 

  부캐 문화를 소비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 학교 이은송(언론정보학·2) 학우는 “부캐 콘텐츠는 컨셉이 독특하거나 새로워서 더 궁금해진다”며 “여러 SNS에서 부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며 재미를 얻는다”고 덧붙였다. 

  탄탄하게 잘 짜진 세계관, 이것이 현실로 이어지는 연결성 또한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부른다. 부캐는 본체의 또 다른 자아이므로 이 자아가 실현될 수 있는 현실 세계와는 다른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연예계에서는 이러한 공간이 세계관이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이는 설득력 있는 스토리로 사람들이 부캐에 과몰입하게 한다. 나아가 사람들은 SNS상에서 세계관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세계관을 설정해 부캐 문화를 실현하는 모습은 마케팅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재미와 소비를 모두 원하는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는 ‘부캐 마케팅’을 대표적인 예시로 들 수 있다. 연예인의 ‘부캐’를 모델로 기용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브랜드를 대변하기 위해 새롭게 탄생한 부캐도 등장하고 있다.   

  일례로, 빙그레는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라는 가상 캐릭터와 빙그레 제품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만들어 빙그레 왕국 세계관을 이어 나가고 있다. 기존 빙그레 왕국 세계관은 이벤트성 마케팅으로 기획됐지만, MZ세대의 큰 관심을 끌자 해당 세계관을 2년째 지속 확장해오고 있다. 

  부캐 문화의 미래

  자신의 숨겨진 모습이나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하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특성은 부캐 문화를 더욱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나날이 높아지는 부캐 문화의 인기만큼, 윤리적인 측면에서 많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캐는 설정의 제한이 없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캐릭터의 성향과 모습을 정할 수 있다. 이에 부캐가 수익 창출만을 위한 콘텐츠 요소로 활용될 경우, 과도한 연출과 자극적인 요소 등으로 정서상 부적절한 캐릭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다. 우리 학교 주은신 교수는 “부캐 문화의 자극적인 요소가 시청자들에게 심각한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며 “가상 공간에서의 비상식적인 일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온라인 자아로 자신이 원하는 정체성을 가지게 된다면 오프라인 자아와 온라인 자아 간의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우리 학교 김연우(소비자학·1) 학우는 부캐 문화에서 우려되는 점에 대해 “오로지 타인을 향한 ‘보여주기 식’의 캐릭터는 현실과 부캐 간의 괴리감을 유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부캐 문화는 세대를 막론하고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신의 미래를 위한 부캐를 만들고자 노력한다면 지속 가능한 자아 실현의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