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T자형 골목, 이태원 참사가 발발한 T자형 골목을 재구성했다. 사진/ 문화일보 제공
이태원 T자형 골목, 이태원 참사가 발발한 T자형 골목을 재구성했다. 사진/ 문화일보 제공

  “사람이 깔려 죽었어요. 살려주세요.” 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112 상황실에는 대규모 압사를 암시하는 신고가 빗발쳤다. 이날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 골목에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약 10만 명이 모였다. 3년 만에 ‘야외 노마스크’라는 설렘도 잠시, 이태원동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대전 ‘빵모았당’ 축제, 올해 빵모았당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 문화일보 제공
대전 ‘빵모았당’ 축제, 올해 빵모았당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사진/ 문화일보 제공

  이태원 핼러윈 참사  

  총 158명(11월 18일 기준)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핼러윈 참사(이하 이태원 참사)는 비좁은 골목에 대규모 인파가 몰리면서 벌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약 3년 만에 마스크를 벗게 된 사람들은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으로 모였다. 그러나 밤 10시 경, 누군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사람들까지 연쇄적으로 넘어져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좁은 골목에 5, 6겹씩 쌓인 사람들은 호흡 곤란을 호소하고 의식을 점차 잃어갔으며, 심지어는 수많은 인파로 인해 선 채로 의식을 잃은 사람도 즐비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태원에 긴급 출동한 소방관들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사람들에게 급히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대규모 인파에 비해 배치된 소방인력은 턱없이 부족할 뿐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이태원 해밀톤호텔 인근 T자형 골목의 폐쇄적인 구조는 대형 인명 피해를 일으킨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T자형 골목은 길이 40m, 폭 3.2m로 이곳에 약 10만 명이 모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비좁은 공간이다. 이태원의 핫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이 골목은 ‘이태원세계음식거리’와 이어져 유명한 술집 및 클럽 등이 밀집해 있을 뿐만 아니라, 근처에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출구가 있어 주말 밤이면 사람들이 항상 붐볐다. 이 골목에는 평소에도 많은 인파가 몰리긴 하지만, 10만 명을 감당하기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이태원 참사 당시의 상황을 ‘군중 파도(Crowd Surge)’라고 설명했다. 군중 파도는 1㎡당 9명 이상이 되면 목표한 대로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의지와 상관없이 군중의 흐름에 휩쓸려 다니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당시 현장의 군중 밀도는 1㎡당 16명으로, 위태로웠던 그날의 상황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해당 골목의 경사는 5.7도였으며, 압사 사고가 일어날 경우 뒷사람의 체중과 아랫사람을 찍어 누르는 힘까지 더해져 평지에 비해 엄청난 하중이 가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압사 사고는 앞사람에게 약 400kg의 힘이 실어져 10초 이내에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이처럼 사고를 둘러싼 악조건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고, 수많은 인명피해를 일으켰다.   

재난심리지원 상담전화, 정부의 재난심리지원 상담전화표를 재구성했다. 인포/ 권나연 기자
재난심리지원 상담전화, 정부의 재난심리지원 상담전화표를 재구성했다. 인포/ 권나연 기자

  예고된 인재(人災) 

  이번 이태원 참사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압사 징후는 사고 발생 4시간 전인 오후 6시부터 나타났다. 거리의 사람들은 일찍이 사고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녹취록을 살펴보면, 최초 신고자는 “사람이 내려갈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것 같다”며 “통제 좀 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고자는 당시 ‘압사’를 언급할 정도로 생명에 위협을 느꼈지만, 경찰은 이를 단순히 ‘일반적 불편 신고’로 처리할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후에도 압사 관련 신고는 약 4시간 동안 총 11건 접수됐으나 경찰은 단 4건의 신고에만 출동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번 참사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고 발생 이틀 전인 10월 27일, 용산구는 ‘핼러윈 데이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부서별로 핼러윈 데이 자체 계획 및 추진 사항 등을 점검했으나, 방역과 거리 청결 및 시설 점검이 주를 이뤘다. 협의안은 ▲이태원 일대 방역·소독 실시 ▲시설물 안전점검 ▲이태원 관광특구 등 방역관리 및 청소대책 ▲소음 특별점검 등으로 해당 안건에서는 대규모 인파 대비 안전사고 예방과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올해 핼러윈 축제가 정부의 사전 대책이 미비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핼러윈 시기 대규모 인파 우려는 이전부터 지적된 바 있다. 지난 10월 27일 용산경찰서의 ‘핼러윈 데이 치안 대책’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핼러윈 데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축제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핼러윈 주말에는 일일 약 10만 명 가까운 인원이 이태원 중심으로 모이다 보니 치안이 우려된다”고 언급됐다. 이에 용산경찰서는 치안 및 교통체증 등을 대비하기 위해 핼러윈 주말 3일간 총 200여 명 이상의 경찰 인력을 현장에 배치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사고 당일 경찰 인력은 한없이 부족했다. 참사 당일 투입된 경찰 인력은 137명으로 계획과는 상이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마약 및 성범죄 단속 수사는 54명, 교통 26명, 지역 경찰 32명 등으로, 질서유지 및 안전 예방에 주력하는 지역 경찰 수는 오히려 2019년(39명), 2018(37명)보다 적었다. 핼러윈의 규모를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상응한 조치는 미흡한 실정이다.

  - 안전 사각지대 

  또한 안전 매뉴얼의 부재도 이번 참사에 한몫했다. 경찰은 지난 10월 31일 기자간담회에서 축제의 주최자가 없는 경우, 다중 인파 사건에 대응하는 경찰의 매뉴얼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주최 측이 있는 축제는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들이 사전에 역할을 분담해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태원 참사는 주최 측이 없는 행사라서 안전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지역 축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상 ‘지역 축제 안전관리 매뉴얼’의 적용을 받는다. 작년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매뉴얼에 따르면, 순간 최대 관람객 1천 명 이상 참가가 예상되는 지역축제는 개최자가 축제 30일 전 안전관리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또한 개최자는 지역 축제 행사장의 동시 최대 수용인원을 검토해 수용 대책을 마련하고, 축제 진행 중 공간 수용 한계를 넘을 때를 대비해 적절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해당 자료에는 축제 준비부터 종료 단계까지의 안전 매뉴얼을 체계적으로 담아냈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정확한 주최자 없이 대규모 인파가 몰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해당 안전 매뉴얼은 무용지물이었다. 따라서 이태원을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서 등 안전관리 유관기관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했던 것이다. 이태원은 매년 핼러윈 축제로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안전 매뉴얼이 부재한 사각지대로서, 관할 기관이 사전에 철저한 안전관리계획을 세웠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과연 청년들의 잘못인가 

  이태원 참사 당일, 사고 소식을 접한 대중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태원 참사 사망자 대다수가 20대로,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핼러윈을 즐기기 위해 이태원에 방문했기 때문이다. 그저 청춘을 즐기고자 했던 20대 청년들은 꽃 피지도 못한 채 져버렸다. 

  - 사망자에 대한 악의적 비방 

  이태원 참사 사망자에 대한 여론은 첨예하게 나뉘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등에는 사망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다수 게재됐다. 온라인상에서는 ‘이태원에 간 게 잘못이다’, ‘놀러 갔다가 죽은 건데 왜 애도해야 하냐’ 등 사망자를 조롱 및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됐으며, 이번 참사가 마약과 연관됐다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기도 했다.  

  실제로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에서도 ‘원래 이태원은 질 나쁜 애들이 가는 곳 아닌가’, ‘놀다가 사고가 났는데 보상금을 준다니’ 등 사망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존재했다. 우리 학교 A 학우는 “인구밀집이 예상되는 장소에서 유흥을 즐기다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은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사망자를 보호하는 입장  

  이태원 참사를 사망자 탓으로 돌리는 악의적인 비난은 피해자와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각종 비방과 허위 사실로 떠들썩한 상황 속에서 사망자를 비난하는 이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이들도 존재했다. 소재원 소설가는 자신의 SNS에 “꼰대들은 ‘그러게 왜 저길 가’라는 앞뒤 꽉 막힌 소리를 내뱉는다”며 “거리에 나간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우리 학교 B 학우는 “이태원에 놀러 간 사람들에게 ‘이태원을 왜 갔냐’,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게 이해가지 않는다”며 “이러한 인식은 핼러윈 축제뿐만 아니라 많은 인파가 모이는 콘서트나 행사 모두 열리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자에 대한 악의적인 비방을 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싼 각종 여론에 우리 학교 언론정보학과 양은경 교수는 “이번 사고를 기점으로 청년 세대의 놀이문화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청년 세대가 왜 이런 놀이문화를 향유하게 됐는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는 충분한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문화에 사회적으로 주목할 필요성은 있지만, 이것이 엘리트적 관점에서의 폄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 놀이문화의 결점 

  청년 세대의 놀이문화는 특정한 공간에서 색다른 의미를 창출해 내는 특성이 있다.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 일명 ‘핫플레이스’에 모여 친구들과 추억을 쌓는 문화는 유독 청년층에서 활성화돼 있다. 예를 들어 이태원은 다양한 외국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흔히 ‘젊은이들의 성지’라고 불리며 그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태원에서는 핼러윈을 기념해 그 특유의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부실하다. 즉, 요즘 청년들은 별도의 문화적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청년들이 특별한 날 술집 및 클럽에 가거나 감성 카페에 방문해 추억을 쌓는 것은 청년문화의 상징이 되고 있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안전 문제와 같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 

  건국대 경영학과 윤동열 교수는 매일경제 사설에서 “핼러윈 축제가 커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청년들이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창구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며 놀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 필요하다”며 취·창업과 학업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놀이와 관계, 소통을 위한 청년 공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양은경 교수는 “문화 향유의 주체인 청년들에게 필요한 제도적 지원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이를 공론화해 국가에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규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전하지 못한 청년들의 거리

  이렇듯 현재 청년들의 놀이문화는 그 환경이나 지원 체계 등이 미흡하다. 이는 곧 ‘안전’과 직결돼 또 다른 위험 요소를 야기한다. 올해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인산인해를 이뤘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리는 철저하지 못했다. 이에 대중들은 불안에 떨며 우리 지역, 우리 마을의 안전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 대전은 안전한가  

  그렇다면 우리 대전 지역의 안전은 어떠한가. 올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활성화된 대전 내 축제에서도 안전사고가 우려됐다. 

  대전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부터 이틀 간 진행된 ‘대전 빵 축제 빵모았당’의 방문객 수는 10만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7배 증가했다. 그러나 축제가 진행된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의 공간 수용 한계는 약 1만여 명으로 해당 기간 방문객 수와 비교하면 그저 버거울 따름이다. 빵 축제에 방문한 천안 소재 대학생 이예지(22) 씨는 “저녁에 축제를 갔는데도 사람이 붐볐다”며 “특히 공연을 보러 이동할 때는 사람들과 부딪힐 정도로 걸어 다니기 힘들었다”고 불편함을 호소한 바 있다.  

  대규모 인파로 인한 사고 발생의 두려움은 올해 우리 학교 축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월 26일부터 3일간 진행된 백마 대동제는 3년 만에 야외 대면 행사로 개최돼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연예인 공연 등 저녁에 진행된 야간 행사는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대동제에 참가한 B 학우는 “(야간 행사를 관람할 때) 처음에는 앞에서 6열 정도에 서 있었는데, 분위기가 고조되자 점점 앞으로 밀리면서 3열까지 가게 됐다”며 “공연이 끝나고 퇴장할 때 사람들과 밀착된 채 이동하게 되니까 순간적으로 무서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그 후 정부  

  - 정부

  정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주재로 한 ‘다중 밀집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팀’ 2차 회의에서는 ▲현장인파관리시스템 구축 방안 ▲교통수단 인파 관리 개선방안 ▲경기장 및 공연장 인파 관리 개선방안 ▲학교 교육을 통한 안전의식 제고 방안 등이 논의됐다.  

  또한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은 지난 4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에는 주최자가 없는 지역 축제의 경우에도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등의 사안이 담겼다. 

  예를 들어 ▲1㎥당 3∼4명 밀도의 경우 주의 또는 경고 ▲1㎥당 5∼6명 밀도의 경우 경고 방송 및 안전관리 요원 배치 등 인구 과밀에 대한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이외에도 정부는 국민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재난 심리회복지원 24시간 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있다. 

   - 대전시 

  대전시도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책을 갖출 계획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연말까지 재난안전 대응매뉴얼을 체계적으로 확립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순간 참여 인원이 1천 명이 넘는 행사의 경우, 행사장과 주변 지역 도면을 놓고 안전 위험지역을 설정한 뒤 안전요원 배치 기준을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대전시는 이태원 참사 경험자를 지원하기 위해 ‘사회심리적 외상(트라우마) 회복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통합적 심리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대전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경우, 이태원 참사로 인해 심리적 외상을 겪고 있는 청소년·보호자·교사 등을 위해 24시간 동안 ‘1388 재난 심리지원 특별상담실’을 운영한다.   

  이태원 블루 주의보  

  참사 당일 각종 미디어에 여과 없이 드러난 현장의 모습은 그날의 절박한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태원 참사는 피해자가 본인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며 많은 이에게 트라우마를 안겼다. 특히 20대 청년들은 세월호 참사에 이어 다시 한번 또래의 죽음을 목격해 더 큰 괴로움을 겪어야 했다.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월호는 바다 위의 선박이라는 특수한 공간, 즉 일상에서 맞닥뜨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참사였던 반면에 이태원 참사는 사람들이 평소 다녔던 친숙한 장소에서 발생해 충격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이번 참사에서 비롯된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인식은 대중들을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빠뜨렸다.  

  실제로 미디어를 통해 이태원 참사 소식을 접한 B 학우는 “참사 다음 날 관련 영상을 보게 됐는데, 피해자분들이 심폐소생술을 받는 모습이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적나라하게 보였다”며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갑자기 우울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져 허망함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SNS에 유포되는 사진과 영상을 지속해서 접하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치유와 회복’이 필요한 청년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월 30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가 진행한 심리 상담은 3,600여 건에 달한다. 국민 대다수가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만큼, 정서적 건강을 위해 치유와 회복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건·사고에 대한 충격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본인의 특성에 맞춰 후유증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사회가 인정하고 자신만의 속도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학교 B 학우는 “이태원 참사 이후 심리적 안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며 “트라우마 극복 관련 설명서를 참고해 이태원 참사 소식이 나와도 다른 채널로 돌리는 등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설명서에 따르면,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누군가 탓하려는 태도 지양 ▲미디어 속 영상 시청 지양 ▲사건에 대한 과도한 몰입 자제 ▲나 자신과 주변 보호가 있다.  

  이태원 참사는 20대 청년을 비롯해 우리 사회 전 구성원에게 시사점을 안겼다. 모두가 혼란에 빠진 상황 속에서 사회 구성원은 특정 계층 및 세대를 배제하지 않고 함께 목소리를 규합하는 것이 긴히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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