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한 통합 추진을 우려하는 교수 모임’,  법학전문대학원 최인호 교수 사진/ 김보섭 기자
‘졸속한 통합 추진을 우려하는 교수 모임’, 법학전문대학원 최인호 교수 사진/ 김보섭 기자
‘인문대TF’, 중어중문학과 이근석 교수 사진/ 김은지 기자
‘인문대TF’, 중어중문학과 이근석 교수 사진/ 김은지 기자
‘밀약 통합 반대 추진위원회’, 한밭대 김영달 교수 사진/ 신소민 기자
‘밀약 통합 반대 추진위원회’, 한밭대 김영달 교수 사진/ 신소민 기자

  지난 10월, 제4차 대학평의원회에서 한밭대와의 통합 논의 개시가 최종 결정됐다. 우리 학교와 한밭대의 통합이 거론된 지 불과 8개월 만이다. 본부는 학내 구성원, 특히 ‘학생들의 동의 없는 통합’은 진행하지 않는다고 단언했지만, 학생들의 통합 반대가 96.3%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통합 추진 의사를 끝내 굽히지 않았다. 이에 학생들은 학내 민주주의 부활을 위한 분향소를 운영하며, 구성원 동의 없이 진행되는 통합을 중단하라 외쳤다. 우려의 목소리는 우리 학교와 한밭대 교수진 사이에서도 터져 나왔다. 이들 역시 성명문을 발표하고, 대자보를 내거는 등 각자의 위치에서 목소리를 냈지만 각 본부에 닿지 않았다. 이에 충대신문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촉구하고자 여러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Q. 현재 소속된 단체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최인호: 안녕하세요, ‘졸속한 통합 추진을 우려하는 교수 모임’의 최인호입니다. 저희 단체는 ‘통합 여부가 숙고의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가 구현된 공론의 장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출발했습니다. 

 A. 이근석: 안녕하세요, ‘인문대TF’의 이근석입니다. 통합 후 인문대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인문대TF’는 앞으로의 통합 계획, 인문대 교수들이 제기하는 문제의 해결 등을 본부에게 요구하기 위해 인문대 일부 교수들과 함께 결성했습니다.

 A. 김영달: 안녕하세요, ‘밀약 통합 반대 추진위원회’의 김영달입니다. 한밭대 최병욱 전 총장은 “충남대와의 통합 건에 대해 전혀 이뤄진 것이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 총장은 지난 6월 대학발전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학 발전 명분 아래 통합 논의 시작과 관련된 회의를 했으며, 이에 대한 대부분의 일정과 내용을 거의 비공개로 운영했습니다. 이처럼 한밭대의 밀실 속 통합 논의를 저지하기 위해 ‘밀약 통합 반대 추진 위원회’가 결성됐습니다.

Q. 현재까지 단체는 어떠한 활동을 전개해 왔나요? 

 A. 최인호: 지금까지 간담회, 설명회, 연구 용역 보고서 발표회에 참석해 통합과 관련된 질의하고 개인적으로는 교수회 주관 공청회에 통합 반대 패널로 참여했습니다. 또한 성명서와 의견서를 작성해 교수님들 전체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그중 일부는 학교 곳곳에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통합 추진 진행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하며 관련 정보를 분석했고, 정부의 대학 관련 정책 변화를 검토하면서 통합 추진의 대외적인 여건이 성숙되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습니다. 

 A. 이근석: 저희는 본부에 통합 관련 컨설팅 결과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정보를 요구했습니다. 학교 측의 외부 용역 선정 기준과 선정 업체명, 의뢰 내용 등 향후 컨설팅 결과를 전체 공개하자고 문의한 것이죠. 또한 ▲통합 진행 일정표에 찬반 투표 절차 명시 ▲찬반투표 전 TF팀이 마련한 통합 방안 관련 설명회 개최 ▲설명회를 zoom이나 유튜브 등 비대면으로도 실시해 정보공유 채널의 확대 ▲통합 논의 개시를 위한 투명한 의견 수렴 절차 공개 등을 요청했습니다.  

 A. 김영달: 저는 비공개 통합 논의 진행을 알리기 위해 지난 9월 세 차례에 걸쳐 대학 정문에서 1인 시위를 벌였으며, 이 내용을 교내 구성원에게 메일로 발송함과 동시에 언론 보도도 진행했습니다. 또한, 밀약 통합 반대 토론회를 개최해 한밭대가 지금까지 모든 일정을 비공개로 진행한 이유와 대학발전특별위원회가 충남대 일정에 맞춰 통합 논의 시작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이유 등을 주제로 토론했습니다. 

  이외에도 지난 9월 학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한밭대 구성원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설문조사에 관한 진상조사를 대학 본부에 요구하는 등의 노력을 보였습니다. 

Q. 통합에 대한 단체의 입장은 무엇인가요? 

 A. 최인호: 통합이 학교 발전을 위한 여러 대안 중 하나라고 인식하지만, ‘졸속한 통합 추진’은 필연적으로 실패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합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표일 순 없습니다. 통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과 ‘실행 가능한 통합모델의 수립’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합니다.  

 A. 이근석: 저희 단체는 지금과 같이 졸속하게 통합을 시도하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이러한 통합에는 엄청난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통합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감시하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설립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 김영달: 한밭대와 충남대가 서둘러 통합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급한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하므로, 현시점에서의 통합 논의를 반대합니다. 양 대학은 서로 다른 역사와 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토론을 거쳐 각 대학의 입장을 정리한 후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통합이 진행돼야 한다면, 통합에서 대학 간의 우위가 있어서는 안 되며 두 대학 모두 폐교한 후 새로운 대학을 설립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바입니다. 

Q. 현재 학내 통합 논의 전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최인호: 본부는 간담회와 설명회에서 통합의 당위성만을 강조할 뿐 통합의 구체적인 청사진과 부작용 최소화 방안은 없었습니다. 이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요식절차로 해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본부는 현재 과도한 언론 플레이로 통합 문제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고 있으며, 통합에 절대 반대하는 학생들을 설득할 의지조차 없는 것 같습니다.  

  더 큰 문제는 총장을 직접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대의기구인 교수회와 학무회의(이하 학장단)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학장단의 경우 총장과의 관계만 신경 쓰는 것처럼 보입니다. 또한,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의 장을 마련해 교수사회의 건전한 여론 형성을 주도해야 할 교수회도 존재감이 없습니다.   

 A. 이근석: 현재 학내 구성원과 본부 간의 의견 수렴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교수회가 실시한 통합 관련 설문조사에는 ‘통합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신 적이 있습니까’라는 문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본부는 해당 문항에서 ‘예’라고 응답한 교수들을 ‘통합에 찬성한다’는 의미로 왜곡해 간주한 바 있습니다.  

  대표자들만 참석하는 학무회의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 또한 상당히 의구심이 드는 사안입니다. 투표 원칙도,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학생이 주인이 돼야 하는 게 학교인데, 매번 이런 식이라 참 안타깝습니다. 누구를 위한 통합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 본부에서 통합의 단점을 제외한 장밋빛 미래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계획이나 대책 없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A. 김영달: 통합과 같은 중대한 사안은 모든 절차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그간 한밭대 내 통합 논의는 구성원 의견을 배제한 채 소수의 본부 관계자들이 비공개로 진행해 왔습니다. 지난 9월 26일, 통합 논의 시작 관련 설문조사를 위해 학생만을 대상으로 열린 한 차례의 설명회를 제외하고는 토론회, 설명회, 그리고 제대로 된 설문조사가 일절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학내 구성원에게 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고 보입니다. 

Q. 통합 논의 과정에서 상대교와의 소통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A. 최인호: 양교의 본부 관계자 간에는 지난해 초부터 꾸준한 접촉이 있었던 것 같으나, 그 내용이 일체 공개되지 않아 ‘밀실 협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습니다. 논의 과정이 불투명해 신뢰 문제가 제기되는 것입니다. 결국 두 대학에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논의 과정의 투명성 확보인 것이죠. 

 A. 이근석: 두 대학 간 소통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철저히 밀실입니다. 한밭대의 경우, 현재까지 설명회나 공청회도 거의 열지 않았습니다. 논의 내용마저도 총장의 직접적인 설명이 아닌, 외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경우가 많았고요. 지금보다 투명한 정보 공개가 절실한 시점입니다. 

 A. 김영달: 현재 충남대와 한밭대의 통합 논의 전개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양방향적인 대화가 겉으로 드러나지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진숙 총장이 학무회의를 열어 한밭대와의 통합 논의 시작을 선포한 것은 내면적으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반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해당 시점은 한밭대 총장 임명 지연으로 학내 여론뿐 아니라 학교의 입장 또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한밭대 구성원들에게 무례한 처사”였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각 학내 구성원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최인호: 가장 중요한 것은 연대와 관심입니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현명한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또한, 통합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내면 마치 학교 발전의 발목을 잡는 사람으로 매도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심은 인식과 이해의 부족을 낳아 여론을 왜곡시켜 공론화를 저해하는 중대한 요인이 됩니다. 

  따라서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하며, 교수진 또한 통합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다만, 현재는 통합에 무관심한 분들도 많아 안타까울 뿐입니다.

 A. 이근석: 지난 설문조사 투표율 저조는 학생들도 반성해야 하는 사항입니다. 학생 투표율이 80%가 넘었다면 본부가 무시할 수 있었을까요? 이러한 설문조사에서는 퍼센티지가 아니라 참여하는 학생 수가 많을수록 영향력이 커지는 겁니다. 통합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과들의 반영 비율 또한 높아야 합니다.

 A. 김영달: 통합과 같은 중대한 사항은 모든 상황이 공개적이어야 하며,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학교는 소수의 의견 또한 경청해야 합니다. 대학은 전문 지식뿐 아니라 인생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기에 대학은 학생들에게 본인의 이익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거나 짓밟는 모습을 더욱이 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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