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나수현 기자,  행정학부
나수현 기자, 행정학부

  지난 21일 2022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 카타르 월드컵이 개최됐다. 사상 처음으로 중동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은 카타르의 더운 날씨 탓에 최초로 겨울에 시작했다. 이처럼 이번 월드컵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대회 시작 전부터 현재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계 각국은 개최국인 카타르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성,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인권탄압을 지적하며 카타르가 전 세계인의 축구 축제라고 불리는 월드컵을 개최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 공사에 동원된 약 10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은 공사가 시작됐던 2010년 말부터 약 10년 동안 카타르의 불볕 더위 속에서 착취와 학대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국 언론사 가디언은 이 과정에서 사망한 이주노동자의 수가 6,700명에 달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이주노동자들의 인권탄압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주 노동자들뿐만이 아니다. 여성, 성소수자(LGBTQ)에 대한 탄압도 심각하다.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는 동성애가 불법이며 법을 어길 시 최대 사형까지 선고된다. 혼외 성관계 또한 불법이다. 이를 어길 시 최대 징역 7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이 법 때문에 여성들은 성폭행 당해도 가해자를 신고하거나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현재 카타르에선 이주노동자와 여성,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카타르 당국은 인권탄압을 둘러싼 사실을 일절 부인하고 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카타르가 ‘스포츠 워싱’을 목적으로 월드컵을 개최했다는 말도 나왔다. 스포츠 워싱이란 스포츠 정신과 게임 열기를 앞세워 인권 유린 같은 부정적 평판을 세탁하려 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카타르 역시 자국에서 일어난 인권탄압으로 추락한 국가 브랜드 가치를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개선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도 카타르 당국은 “월드컵 기간 내내 인종, 종교, 배경, 성별, 성적 지향성 또는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을 환영한다”며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각국에선 해당 월드컵을 보이콧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잉글랜드축구협회(FA) 회장을 맡고 있는 영국 윌리엄 왕세자는 카타르의 인권 문제 등을 이유로 “카타르에 방문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또한 프랑스의 주요 도시들은 거리 응원을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월드컵 보이콧이 거세지자 FIFA는 32개 참가팀에 “축구는 이념적,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지적하며 오직 축구에만 집중하기를 권고했다. 

  기자도 원래는 축구가 이념적, 정치적 싸움에 휘말려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전 세계인의 축제여야 할 월드컵이지만,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모두 정치적인 논란이 제기됐다. FIFA는 대중들에게 “축구에만 집중해달라”고 강조한 바 있지만, 그들의 비전처럼 축구의 세계적인 인기를 활용하여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파하고 이를 육성하는 것 또한 FIFA가 할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미 월드컵은 시작됐지만, FIFA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지적된 여성, 성소수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침묵하지 않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중들도 경기 결과에만 관심을 갖기보단 이러한 문제 해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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