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웨이브 현수막 훼손 당시를 재현한 모습, 사진/ 나수현 기자
빅웨이브 현수막 훼손 당시를 재현한 모습, 사진/ 나수현 기자

  지난 25일, 우리 학교 에브리타임에 ‘현수막 훼손하신 분 보세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은 학내 여성주의 실천 동아리 ‘BIGWAVE’(이하 빅웨이브)의 홍보용 현수막이 19일 학교 쪽문에 게시된 지 하루 만에 훼손됐다는 내용으로, 현수막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공감 69개, 댓글 142개가 달리는 등 많은 학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으며, 댓글에는 동아리를 비방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동아리 자유로 현수막 설치한 건 알겠지만, 진짜 님들 때문에 부끄러워요. 그냥 티 안 내고 조용히 여성주의 하면 안 될까요?’라는 댓글은 200개에 달하는 공감을 받으며, 여성주의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을 드러냈다.       

  또한, 일부 학우는 동아리 측에서 학교의 허가 없이 현수막을 설치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하지만 총무과는 “지정된 현수막 게시대 외의 구역에 설치된 현수막은 허가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만사항이 제기될 경우에 한해 철거한다”며 “해당 동아리 현수막과 관련된 불만사항은 없어 철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빅웨이브 측은 “동아리가 창설된 2018년도부터 축제 부스 참여 동아리원 무단 사진 촬영, 에브리타임 내 살해 협박, 대자보 훼손 등의 피해 사례가 꾸준히 발생했다”며 “이로 인해 정상적인 동아리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빅웨이브는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총동아리연합회(이하 총동연) 측에 신규 동아리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모두 탈락했다.  그 과정에서 빅웨이브는 총동연으로부터 명확한 사유를 듣지 못한 채 ‘과반수에 의한 결과’라는 답변만 전달받았다.  

  이에 총동연은 “해당 연도 회의록에 찬반 비율만 기록돼 있어 탈락 사유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2019년에 적용된 이전 회칙 내용을 보면 총동연의 목적인 ‘건전한 대학 문화 창달’과 성격이 어울리지 않는 동아리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신규 동아리 탈락 사유를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박찬종 교수는 “페미니즘은 그 오랜 역사와 다양성이 사상된 채 지난 수년간 일부 남성 커뮤니티와 정치인들에 의해 너무나 얄팍하고 납작하게 의미화돼 사용됐다”고 말했다. 이어 “페미니즘에 대한 단편적 인식이 남성 커뮤니티 내부에서 자가증식하며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공격하는 행위가 빈번하게 나타났다”며 “현수막 훼손 사건 역시 그런 행위를 정당화하는 분위기가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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