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없는 버스 포스터, 대전시는 7월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현금없는 버스 포스터, 대전시는 7월부터 현금 없는 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주문은 키오스크에서 해주세요” 

  우리는 식당, 은행 심지어 병원을 가도 키오스크를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도 더 이상 현금을 받지 않는 등 우리 사회는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직접 가게에 방문하거나 업무를 수행할 때 디지털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편리한 삶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모두가 이러한 사회를 달가워하는 것은 아니다. 편리함만을 추구할 것 같은 청년들이지만 하루가 달리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도 있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고충은 무엇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아날로그가 사라져가는 사회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아날로그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전시는 지난 7월 1일부터 일부 노선에서 ‘현금 없는 버스’를 시범 운행했으며, 10월부터는 대전시 전체 노선으로 확대했다. 버스를 탈 때 현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는 과정에서 버스 기사님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거나 대화를 하던 과거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동네 서점 및 출판사 역시 위기에 놓여 있다. 과거 서점을 방문해 책들을 비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사람들은 인터넷 서점이나 e-book을 활용한다. 실제 YES24의 2020년 매출액은 6,15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했다. 하지만, 인터넷 서점, 온라인 대여 서비스 등 온라인을 통해 책을 접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동네서점은 멸종 위기에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발표한 ‘2020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19년 전국 서점은 1,976곳으로 2,116곳을 기록한 2015년보다 감소했다. 서점이 한 곳뿐인 서점 멸종 위기 지역은 42곳에 달했다.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 무인 기계, 무인 매장 등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실제 키오스크를 중심으로 하는 무인 주문 결제 시스템의 성장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8.9%씩 성장했다. 지난 2월 매일경제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음식을 주문하는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 또한 2019년 9조 원대에서 2021년 25조 원대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에 의하면 인터넷 뱅킹 입출금 거래 비중은 2017년 기준 60%를 넘어섰을 만큼 온라인 뱅킹 역시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이다.  

  음식점이나 은행에서는 직원과 고객, 혹은 판매자와 손님 등 사람과 사람 간에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 줄어드는 등 아날로그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사회의 모습은 시공간의 제약이 적기 때문에 편리성과 접근성 측면에서는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현실의 벽 앞에 놓인 청년들도 존재한다. 

  늘어나는 청년들의 짐

  - 해결되지 않는 취업난 문제

   아날로그가 사라져가는 사회는 아무리 디지털에 익숙한 대학생일지라도 구직에 있어서만큼은 달갑지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17년에 청년 실업자가 42만 명을 돌파했다. 청년 실업률은 9.8%로 10%에 육박했으며 현재까지 5% 미만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청년들의 체감 실업률은 26%에 달한다. 

  청년 실업률은 비단 정규직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용돈벌이 혹은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아르바이트 역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하늘에 별 따기다. 지난 2019년 구인구직 포털사이트 ‘알바천국’이 회원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키오스크와 같은 무인기계가 아르바이트 일자리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문항에서 ‘일자리가 줄어든다(93.3%)’는 응답이 압도적인 결과를 보였다.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조현문 학우(토목공학·1)는 “용돈벌이로 아르바이트를 하고자 했지만 일자리가 없어 단기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택했다”고 말했다. 

  - 교육의 빈부격차

  아날로그가 사라져가는 사회 속 디지털 역량에 대한 고민 역시 지나칠 수 없다. 사회가 디지털 및 IT 기기에 익숙해질수록 해당 분야에 대한 전공 지식이 중요하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서비스가 발전함에 따라 비전공자와 전공자의 차이는 무시할 수 없어지고 있다. 

  올해 3월 리서치앤리서치에서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2년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올 상반기 대졸 신규채용 계획 인원 10명 중 6명은 이공계 졸업자였다. 디지털 서비스가 확대됨과 함께 과거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 인간관계의 적신호  

  요즘 청년층 사이에선 기념일에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선물을 주고받는 게 증가하는 추세다. 가게에서 상대방을 생각하며 선물을 고르고 손편지를 통해 직접 마음을 전달하던 과거의 모습은 점차 볼 수 없게 됐다. 또한, ‘좋아요’, ‘맞팔’, ‘소통’ 등 많은 이들은 SNS를 통해 관심사 혹은 취미가 맞는 사람과 교류하는 데에 거리낌 없다. 요즘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냄으로써 사회적 유대감을 쌓는 모습보다 처음 보는 사람과 화면 속에서 소통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보며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도 분명 존재한다.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 우리 학교 A 학우는 “개인 SNS계정의 필요성을 못 느껴 지금까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고 있는데 요즘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계정 아이디를 물어본다”고 말했다. 학우는 “지인들이 SNS를 통해 대학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모습을 보니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친해지기 어려울까봐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온라인 속 관계 형성은 SNS를 하지 않는 이들에게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아날로그가 사라져가는 사회는 일상 속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청년층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청년들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거나 소외감을 느끼는 일은 우리가 사회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청년층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성을 제공한다. 이들이 더 이상 또 다른 소외를 당하지 않게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청년들 

  아날로그가 사라져가는 사회 속에서 청년들은 아날로그를 다시금 찾고 있다. 청년들 사이에서 필름 카메라, 헤드폰, LP판 등 아날로그 제품이 유행이다. 음반 및 도서 판매처 YES24에 따르면, LP 상품 구매자 중 2030의 비율은 2019년 27%에서 2021년 40.8%로 크게 늘었다. 한국후지필름에 따르면, 즉석 필름카메라인 인스탁스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3%나 증가했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인 엠브레인이 지난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아날로그 감수성 관련 인식 조사를 한 결과, 20대 응답자의 경우 50%가 ‘아날로그 상품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다.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우가빈 학우(언어학·2)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고, 종이책을 모으기도 한다. 학우는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은 인쇄가 어려워 추억을 실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구매하게 됐다”며 “아날로그 제품은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어 좋다”는 아날로그의 장점과 함께 아날로그식 제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새로운 방안이 필요한 이유 

  현재 정부에서는 무인 기계 도입에 맞서 청년디지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디지털플랫폼 추진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청년들의 고충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제도나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군가에겐 편리하고 익숙한 디지털 사회가 또 다른 누군가에겐 넘어야 할 벽과 같이 느껴지는 게 현 상황이다. 이러한 사회를 두려워하는 청년층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도나 방안을 통해 이들이 소외를 느끼지 않고 함께할 수 있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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