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비포유

  “좋아해서 그랬어요” 

  스토킹 사건 가해자들이 하는 흔한 변명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말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고, 가해자들의 범죄에 분노하곤 한다. 하지만 미디어에 등장하는 스토킹은 여전히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게 용인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모든 것: YOU>는 캐럴라인 케프니스의 동명 소설 <YOU>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로, 어느 날 서점 매니저 ‘조’가 우연히 서점에 온 작가 지망생 ‘벡’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조는 벡이 책을 결제하기 위해 카드를 사용하는 걸 보며 ‘책을 살 현금이 있지만 내게 이름을 알려주고 싶어서’ 카드를 사용했다고 착각한다. 이 첫 만남 이후, 조는 이름을 검색해 찾아낸 벡의 SNS를 통해 가족관계, 대학, 집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아냈고 그녀가 사는 집 앞을 서성이거나 그녀를 미행하며 모든 행동을 감시했다.  

  이러한 조의 행동은 미행에서 그치지 않았다. 조는 시즌1 내내 벡의 남자친구나 친구 등 주변 인물을 죽였고, 마지막엔 자신이 사랑하던 벡마저 납치·감금 끝에 살해했다.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그의 행동이 정상이 아니라는 게 나타나지만, 조가 자신의 범죄를 뉘우치거나 법적 처벌을 받는 내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조는 이 모든 게 벡을 위해서라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이러한 조의 행동이 명백한 범죄임에도 ‘로맨스’로 포장하여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너의 모든 것: YOU>를 ‘위험한 매력의 소유자, 집착의 끝을 보여주는 남자. 그의 소름 끼치는 로맨스가 시작된다’며 그의 범죄 행위를 로맨스로 치부했다. 

  또한 언론과 시청자들 역시 ‘로맨스릴러’, ‘싸이코 사랑꾼’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해당 작품을 로맨스물로 취급했다. 

  실제로 <너의 모든 것: YOU>에서 조를 연기한 배우 펜 바드들리의 SNS 계정에는 조의 캐릭터성에 매료된 팬이 “(벡처럼)나를 납치해줘요”라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작품의 인기가 높아지며 시청자가 늘어나자 벡의 행동을 두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없다”, “답답하다”며 그녀가 안일했기 때문에 스토킹을 당한 것처럼 책망하는 반응도 늘어났다. 기자는 <너의 모든 것: YOU>가 스토킹이라는 범죄를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입장에서 가볍게 다뤘기에 이러한 문제점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스토킹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너의 모든 것: YOU>처럼 작품의 주된 이야기가 될 때도 있고, 작중에서 주인공이나 주인공의 주변 인물이 겪는 작은 사건·사고로 다뤄질 때도 있다. 콘텐츠는 스토킹을 로맨스로 포장하거나 위험성을 축소함으로써 시청자들이 로맨스로 치부하게 만든다. 

  그러나 스토킹은 콘텐츠 안에만 존재하는 망상이 아니라 심각한 범죄다.

  좋아해서, 사랑해서 그랬다는 말은 자신의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범죄자의 변명에 불과하다. 이미 수많은 피해자가 스토킹으로 인해 작품 밖 현실에서 고통받고 있다. 이제는 스토킹을 삐뚤어진 사랑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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