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에게는 들으면 미소 짓게 되는 이름들이 많이 있다. 3년 전 그 이름들은 봉준호, 류현진, 방탄소년단(BTS)이었는데, 2022년 그 이름들은 윤여정, 손흥민, 임윤찬, 황동혁, 허준이 등 분야는 더 넓어지고 이름은 더 많아졌다. 우리는 어째서 그 이름만 듣고도 미소 짓게 되는 것일까?

  먼저 영화감독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2019년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만 해도 지난 세기 다른 아시아 영화감독들이 이룩한 업적에 반세기 가량 뒤졌지만, 마침내 우리도 해냈다는 뿌듯함이 생겼었다. 그런데 <기생충>은 오스카상의 주요 4개 부문까지 휩쓸면서 한국 영화가 다만 아시아의 성취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훨씬 더 강력한 것임을 보여줬다. 이는 세계 속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스스로 발견한 사건이었다.

  다음 해 영화 <미나리>에서 배우 윤여정의 오스카 수상으로 그 성과가 일회성 사건이 아님을 보여줬다. 그리고 2021년 9월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나타났다. 황동혁 감독이 대본을 쓰고 연출한 <오징어게임>은 이런 경쟁 시스템을 통해 넷플릭스가 서비스 중인 모든 국가에서 1위의 흥행기록을 수립했다. 평단으로부터도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 받는 등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끝에, 2022년 미국 에미상 드라마 시리즈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손흥민이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반열에 들어간 기간은 매우 오래 됐다. 그저 한두 해 반짝하는 스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세계에서 가장 멋진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상인 푸스카스 상을 수상하고, 영국 프리미어리그 2021~22시즌 최다골 기록까지 세웠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팀은 4강 신화도 이룩했는데, 어느덧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선수를 보유한 매우 위협적인 강팀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중음악 분야에서 BTS는 빌보드차트 13주 1위 등 몇 년째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유엔 본회의장 연설과 공연 등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용기를 주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다가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2022년 반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만 18세의 한국 청년 임윤찬이 우승을 거둔 것이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된 그의 연주는 선우예권에 이어 2연속 수상이라는 객관적 기록 이상의 놀라운 수준을 보여줬다. 그의 수상과 함께 2022년에 클래식 음악의 각종 부문에서 이미 최우수상을 수상한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허준이 교수. 그는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며 4년에 한 번 열리는 필즈상을 수상했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유학을 한, 어떤 의미에서는 특별하지 않은 교육의 경로를 따라왔고, 그 점이 우리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요즘 허준이 교수의 서울대 졸업식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데, 그에 앞서 서울대 수리과학부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며 들려준 말도 귀 기울여 들을만하다. 그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대해서 말했다고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우리에게 유연성을 갖게 해주고, 어려움을 극복할 힘을 주고, 삶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이다. 이 대목은 지금 나열한 여러 이름들이 어째서 우리를 시시때때로 미소 짓게 해주는지, 그 미소가 우리 안에서 불러일으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한다. 우리의 행복한 미소가 개인과 국가와 세계 앞에 놓인 21세기의 온갖 파고를 넘어서는데 어떤 힘이 되어줄지를 잘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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