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신소민 기자,  국어국문학과
신소민 기자, 국어국문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36일째. 개전 초기에는 군사력이 열세한 우크라이나가 패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예상 외로, 우크라이나의 강한 반격과 러시아군의 보급 문제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의 키이우 조기 점령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쟁이 처음 발발했던 당시와 8개월이 지난 현재, 사람들의 태도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전쟁을 둘러싸고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선 러시아에 대한 뜨거운 분노, 우크라이나를 향한 격려와 응원 등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응원과 지지의 물결은 SNS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의 국화인 해바라기 사진을 게시하거나 우크라이나의 국기 이모티콘과 함께 #StandWithUkraine(우크라이나를 지지합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뜨거운 지지와 격려도 잠시, 이러한 전쟁에 익숙해지기라도 한 듯 사람들의 관심은 점차 식어갔다. 하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신문을 읽는 이 순간까지도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 군사작전 승인과 함께 전쟁이 시작됐다. 그 이후, 우크라이나 각지는 러시아군의 공격을 동시다발적으로 받았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군사시설은 다수 파괴됐으며 무고한 시민들이 죽어나갔다. 8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최근 러시아가 수세에 몰리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 21일 군 동원령을 전격 발동했다. 이후 러시아 곳곳에서는 군 동원령을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고, 징집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를 탈출하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이 부분 동원령을 내린 21일 이후 나흘 만에 26만 명 이상이 러시아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러시아와 접한 14개국 국경에선 탈출 행렬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될 정도였고, 러시아 각지에선 반발 시위로 징집사무소 20여 곳이 불탔다.  

  지금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무고한 희생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하든 전쟁이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물론 전쟁 자체가 잘못이지만,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다. 사건의 초반에만 들끓어오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이 식어버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들끓는 관심이 끝까지 지속돼야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사실 이는 어쩌면 불가능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각자의 관심사가 모두 다르며, 그 정도도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사건에 대해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을 요구할 순 없다. 하지만 전쟁과 같이 윤리적인 문제에는 의무적으로, 의식적으로라도 꾸준한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과거를 잊으면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지난 6·25 전쟁 이후 지금까지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 국민들은 특히나 이 문구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우리에게도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에 익숙해지거나 무뎌지지 않아야 한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의 이기심과 무차별적인 폭력성, 이를 막기 위해 열심히 싸우는 자들의 노고, 무고한 이들의 희생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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