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복절 밤, 우리 학교 서문 인근에 무단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다. 사진/ 신소민 기자
지난 광복절 밤, 우리 학교 서문 인근에 무단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이다. 사진/ 신소민 기자

  지난 15일 오후 9시 무렵, ‘충남대학교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이하 소추위)가 서문 인근 교정에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을 기습 설치했다. 이에 22일 학교는 총장 명의의 ‘국유재산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원상복구 요청’ 공문을 소추위 측에 송부하며 행정 대집행을 예고했다. 

  2017년 총학생회 ‘티우미’는 소녀상 건립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산하 기구로 소추위를 결성했다. 당시 소추위는 소녀상 설치를 위한 모금 및 여론 수렴에 나섰지만, 학교 측이 제시한 설치 요건을 충족하지 못 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앞서 학교 측은 조형물 심의위원회 통과와 학내 구성원 대다수의 공감대 형성을 조건으로 내건 바 있다.  

  지난 4월, 소녀상 관련 협의체가 새롭게 출범하면서 1차 협의회를 진행하는 등 타결에 속도를 내는 듯했으나, 2차 협의를 앞두고 소추위가 소녀상을 돌발 설치하면서 평화로운 건립은 수포로 돌아갔다. 정온유(정치외교학·4) 추진위원장은 “2017년부터 학교에 지속적인 협의를 요구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계속해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대학 본부뿐만 아니라 협의체 내 직능 단체장들도 명확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아 설치를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 주장은 조금 다르다. 우리 학교 윤대현 학생처장은 “지난 5년 동안 학교가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지만은 않았다”며 “협의체 내 대다수가 교내 설치를 우려해 소추위 측에 이를 해소할 방안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소녀상을 상징물 자체의 의미로만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치적 이념과 더불어 해석될 여지가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이어 “1차 협의 당시 학교가 국유지라는 점에서 비교적 논란의 소지가 적은 교외 설치 방안이 제안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6일 서문 삼거리 잔디밭에서는 소녀상 건립을 자축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하지만 기자회견에 참석한 30여 명의 인원 중 우리 학교 재학생은 단 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일각에서는 건립의 주도권을 외부 단체에 빼앗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윤 처장은 25일 소추위와의 면담을 진행한 “양측 모두 해당 사안에 문제가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 해결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상당 부분 형성했다”고 말했다. 또한 “학내에서 발생한 일인 만큼 학교 구성원끼리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향후 학교 측은 소녀상을 불법 조형물 설치의 선례로 남기지 않기 위해 소추위와 함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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