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건수 추이 - 지속적으로 혼인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인포그래픽/ 신소민 기자
혼인 건수 추이 - 지속적으로 혼인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다. 인포그래픽/ 신소민 기자

  동거 가족, 이혼 가족, 자발적 한부모가족, 비친족 가구. 

  최근 결혼 문화가 변화하고 주거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가족의 의미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 등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 ‘정상 가족’이라는 프레임에 속하지 않는 이들을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정상’이라 치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정상 가족’은 과연 무엇이고, 과연 ‘정상 가족’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전국 비친족 가구 추이 - 비친족 가구와 비친족 가구원이 증가하고 있다. 인포/ 신소민 기자
전국 비친족 가구 추이 - 비친족 가구와 비친족 가구원이 증가하고 있다. 인포/ 신소민 기자

  ‘정상 가족’ 

  우리 사회는 아직도 ‘정상’이라는 협소한 틀에 맞춰서 가족제도를 가두려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에서 암묵적으로 간주하는 ‘정상 가족’의 의미는 부모와 그들의 자녀로 구성된 전형적인 핵가족 형태에 근간을 두고 있다. 우리 사회는 가족이라는 집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 가족 내에서 구성원 각자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이는 곧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 사회 전반에 작용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2018년 여성가족부가 진행한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서 한부모가족의 약 16%가 이웃 주민, 학교·보육시설, 심지어는 가족과 친척으로부터 차별을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같은 해 진행한 다문화가족 실태조사에서는 30.9%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사회는 이렇게 ‘정상 가족’이라는 기준을 만들어 놓고, 기준에서 벗어난 가족에 대해서는 차별적으로 바라본다. 세상은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인식과 제도의 개선은 그 속도를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가족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혼인 건수는 2011년 33만 건에서 ▲2015년 30만 건 ▲2017년 26만 건 ▲2019년 24만 건을 거쳐 2021년에는 19만 건까지 감소했다. 이는 10년 만에 42%p나 감소한 수치인 것이다. 또한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결혼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51%의 응답자가 ‘결혼을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 중 2030 세대의 60% 이상이 이와 같은 응답을 하며, 해당 자료는 결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로 결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이혼율 증가와 더불어 꼭 혈연으로 가족을 구성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하면서 기존 ‘정상 가족’에서 벗어난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바로 최근 우리 사회에 새로 등장하고 있는 자발적 한부모가족, 청소년 부모 가족, 비친족 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조립식 가족'과 '고딩엄빠' 미디어 속 다양한 가족 형태다. 사진/ tvN, MBN 제공
'조립식 가족'과 '고딩엄빠' - 미디어 속 다양한 가족 형태다. 사진/ tvN, MBN 제공

 

  가족을 재구성하다

  - 자발적 한부모가족

  한부모가족은 부모 중 한 사람과 18세 미만의 미혼 자녀들로 구성된 가족을 말한다. 최근 사회 흐름과 문화가 변화하면서 사별 외에도 이혼, 비혼모 증가 현상 등이 한부모가족 형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중 비혼모란 비혼 출산과 비혼 양육 등의 원인으로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를 키우는 여성을 가리킨다. 과거 미혼모의 원인은 혼전 임신 증가와 10대 미혼모 증가 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우려는 추세가 이어지면서 비혼모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아직 혼인하지 않음’, ‘혼인하지 못함’의 의미가 내포된 미혼모보다 의도적으로 ‘혼인하지 않음’을 뜻하는 비혼모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비혼모의 대표적인 사례는 연예인 사유리이다. 지난 2020년, 사유리는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하며 비혼모를 선언했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사유리는 “자연임신이 어렵고 시험관 시술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는 말에 비혼모가 되기로 했다”며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히 찾아서 결혼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국에서는 미혼 여성이 시험관 시술을 받는 것이 어려웠다”며 시술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과 사회 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가족의 기능이 변화하고 남녀 역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부모가 각각 주체적으로 자녀를 양육하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 청소년 부모 가족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매우 이른 나이에 부모의 길로 들어선 청소년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현재 MBN, K-STAR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고딩엄빠 2>는 10대에 부모가 된 이들이 세상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실제로 2019년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기본법상 만 24세 이하 청소년이 낳은 신생아 수는 1만 2,409명으로 2019년에 태어난 전체 신생아 30만 2,676명 중 4.1%를 차지한다. 이들은 나이가 어린 청소년이기 때문에 사회의 도움이 가장 절실함에도, 편견과 외면으로 임신·육아에 대한 정보에 소외되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청소년 부모를 낯설게 여기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이들은 공동체에서까지 자연스레 소외된다.

  - 비친족 가구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비친족 가구도 증가하는 추세다. 비친족 가구는 시설 등에 집단으로 거주하는 가구를 제외한 가구 중 친족이 아닌 5인 이하의 구성원으로 이뤄진 가구를 말한다. 혈연관계의 가족이 아닌, 친구들과 살거나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가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4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이후부터 5년간 대전 비친족 가구의 수는 80% 증가해 지난해 1만 3,237가구에 이르렀다. 이러한 흐름은 비단 대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전국의 비친족 가구는 47만 2,660가구로 집계됐고 가구원은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하며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많은 사람이 혈연으로 이뤄지지 않은 가족을 구성하는 이유는 바로 주거 비용 절감 등이다. 우리 학교 A 학우는 “월세뿐만 아니라 가스비, 수도·전기세 등 각종 관리비를 모두 개별 부담하는 것이 버거웠다”며 “친구와 함께 생활하니 비용도 절감되고 안전 문제도 걱정되지 않아 좋았다”고 밝혔다. 

  미디어에서도 이러한 사회적 흐름을 프로그램에 담아내고 있다. 지난 5월에 종영된 tvN <조립식 가족>은 자발적으로 가족이 된 새로운 형태의 가족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소개했다. 이민정 PD는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돌파하고 있는 시대에 서로의 필요와 선택에 의해 ‘자발적 가족’이 된 이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처럼 현재 가족 구성의 흐름은 1인 가구의 증가에서 그치지 않고, 이들이 모여 실제로 가족을 이루는 등 새로운 가족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꼭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아도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공회전만 거듭하는 현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지원 제도는 진전이 없는 듯이 현실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다. 더 이상 사회에서 규정하던 가족만이 ‘정상 가족’이 아니다. 가족을 구성하는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는 만큼 현실도 그 속도를 따라잡아야 한다.

  - 사회 인식

  앞서 비혼모를 선언한 방송인 사유리가 KBS2 육아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하자 일부 누리꾼들은 이에 항의했다. 이들은 “사유리의 출연이 비혼 출산을 부추긴다”며 “공중파 방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까지 게시했다. 이는 4,415명의 동의를 받는 등 비혼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반응을 여실히 드러냈다. 심지어는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각 중단해달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된 바 있다. 이에 강봉규 CP는 “사유리의 가정 역시 다양하게 존재하는 가족의 형태 중 하나일 뿐”이라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청소년 부모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 <고딩엄빠> 역시 청소년들의 임신과 출산, 육아라는 주제를 예능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많은 논란이 일었다. 방영 후에도 <고딩엄빠> 시청자 게시판과 유튜브 댓글에는 “청소년이 임신하는 걸 미화하고 부추긴다”, “차라리 성교육이나 제대로 하는 게 좋겠다”며 방영을 반대하고 폐지를 요구하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제작진은 편견 대신 이들이 생명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방송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요즘 예능, 영화 등 각종 미디어에서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보여주며 기존에 사회가 규정한 ‘정상 가족’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 가족의 범주에서 벗어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보여주며 진정한 가족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우리 학교 사회복지학과 김태연 교수는 “기존 가족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포용하고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줄여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사회적 흐름에 발맞춰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바라보는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개인과 조직의 노력을 통해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점차 개선될 수 있다.

  - 지원 제도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부정적인 사회 인식뿐만이 아니다. 한부모가족 중 아버지와 자녀로 이뤄진 부자(父子) 가정이 겪는 어려움은 출생신고 문제가 대표적이다. 원칙적으로 미혼모만 가능했던 혼외자 출생신고는 2015년 사랑이 법(가족관계등록법) 제정으로 친모의 인적 사항을 모르는 경우에 한해 미혼부의 혼외자 출생신고가 가능해졌다. 또한 지난해 2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으로 인해 친모가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을 때도 가정법원에 해당 사실을 입증하기만 하면 친모의 인적 사항을 알더라도 출생신고가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재판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거나, 출생신고에 대한 친모의 비협조적 태도를 친부가 직접 입증해야 하는 등 여전히 문제점이 존재한다. 출생신고를 못 한 아이들은 교육과 의료 등을 포함한 모든 공적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처럼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아이는 교육과 의료 등에 있어 사각지대에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1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9세 여아가 친모에게 살해되고 뒤이어 죄책감에 미혼부가 자살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들은 혼외자 출생신고 문제를 겪던 부자 가정이었다. 이러한 사례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임이 확인되면 출생신고를 가능하게 하는 등 미혼부의 출생신고 과정을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한부모가족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김태연 교수는 “한부모가족을 위한 복지 혜택은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는 조건이 까다롭다”며 “한부모가족을 지원하는 경제적 기준이 현실에 부합하도록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법적 가족이 아니어서 겪는 문제점이 있다. 주로 비친족 가구의 경우이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가족은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경우로 정의되고 있다. 따라서 법적으로 가족임이 증명되지 않은 이들은 수술과 같은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서로의 법적 보호자가 될 수 없어 수술 진행에 동의조차 할 수 없다. 두 친구와 함께 살고 있는 강한별 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함께 사는) 친구가 법적인 보호자가 될 수 없다 보니 결국에 수술하기 전에는 멀리서 사는 엄마가 왔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소득세 인적공제의 경우 호적상 배우자만 공제가 가능하며, 주택청약 특별공급 등도 신혼부부 등을 상정해 지원한다. 가족 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면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에서도 제외된다. 비친족 가구는 ‘가족’임에도 각종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두고 전문가들은 동거인이 수술 동의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사회 변화에 걸맞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

  그렇다면 진정한 가족은 무엇일까. 혈연으로, 법적으로 이뤄진 가족만이 진정한 가족일까?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만 18~69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62.7%는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 비혼·동거까지 확대하는 데에 동의한다고 답했으며, 혼인·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주거를 같이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는 82%가 동의했다.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점차 변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다양한 가족들이 존재한다. 이들도 엄연한 가족의 일부이기 때문에 함부로 ‘비정상’이라 규정할 수 없다. 과거 핵가족이 등장하기 전에는 대가족이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족 형태인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핵가족이 대중화되면서 당시 우리 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대가족의 붕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새로운 주거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사회는 가족 형태의 다양화를 단지 기존 가족 형태의 ‘붕괴’로만 바라보고 있진 않을까. 

  다양한 가족 형태가 등장하고 있는 지금 다양성을 인정하고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혈연이나 법적으로 이어진 가족이 아닌 새로운 의미의 가족을 규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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