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게도 노래가 필요해

                                                               김복희

 

내일이 있는 것처럼

조용히 일만 하겠다

 

위생을 철저히 지켜서 

물건에 껍질을 씌우고

라벨을 붙이고 돌아 나오겠다

 

지침대로 기르던 노래가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온다

 

저기, 너 말이야

죽으면 계속 커진다 생물일 때 꼼꼼하게 해

사수의 말이 들려와 

두 손을 열심히 움직였다

고속도로를 타고 물건들은 떠난다

납기일 내에 사라져야 한다

 

실수로 부풀기 시작하면 

트럭이 터져 버릴지도 모른다 

쫓겨날지도 모른다

영혼이니 마음이니, 

사수는 그런 것 다 핑계라고 

벨트 위를 보는 건

오직 두 눈이라고 말했다

벨트가 멈추고 소등이 시작됐다

나는 방진복과 마스크를 벗고 멀어진다

승객이 되어 차에 실려 졸다 보면 

집에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디로.

나로부터

멀리, 

이것을 추락이라고 말하던 노래가 있었다

 

  환한 여름 햇살을 머금고 자라난 뜨거운 공기가 여러 번의 숫자들을 지나치고는, 가을로 접어들었습니다. 저에게 9월은 약간의 불안함을 선사하는데요, 아마 영원할 것 같았던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고 긴장감을 주는 계절로 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김복희 시인의 <노래에게도 노래가 필요해>도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지는 시입니다. 

  저는 이 시를 읽고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가 떠올랐습니다. 방진복을 입고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일하는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죠. 물건에 껍질을 씌우고 라벨을 붙이는 반복되는 일을 합니다. 

  영혼과 마음이 없는 컨베이어 벨트와 물건은 같은 간격으로 움직이는데 그 반대의 나는 계속 속도를 놓치고, 또 놓치려고 하는 순간 사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너 말이야/죽으면 계속 커진다 생물일 때 꼼꼼하게 해”라고 말이죠. 사수의 말로 인해 내 두 손은 더 바쁘게 움직이게 됩니다. 컨베이어 벨트가 멈추고 나서 소등이 돼도 다시 승객이 되게 하는 것이죠.

  작은 컨베이어 벨트를 벗어나면 조금 더 큰 벨트, 그 벨트보다 더 큰 벨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끊임없이 중첩된 벨트를 ‘내가 되지 못한 나의 모습’ 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내가 되지 못한 나의 무서운 모습, 여러분들에게도 그러한 모습이 있으신가요?

  마지막 문장에서 시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이 문장이 고요한 노래처럼 들려오죠. 그동안 쌓아 왔던 무거운 마음을 사라지게 만드는 노래입니다. 이 같은 추락은 내가 바라던 내 모습으로 가는 추락입니다. 컨베이어 벨트 같이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나 진정한 내가 되도록 알려준 고요하고 부드러운 노래. 하지만 노래와 컨베이어 벨트 또한 나의 모습입니다. 노래에게도 노래가 필요해, 노래에게도 노래를 지우는 노래가 필요해. 나에게도 나를 지우는 내가 필요해. 

 여러분들의 마음을 차지한 여러 노래 중 가장 빛나는 노래가 들려오는 가을이길 바랍니다. 약간의 불안감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노래 말이죠. 

박시현 (국어국문학·4) @garnetstar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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