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여성 성폭력 사망, 예외적 사건 아니다

  예외적인 사건은 없다. 모든 사건은 표면적 의식뿐만 아니라 겉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사회적 무의식, 문화적 아비투스, 젠더화된 매트릭스 안에서 촘촘히 연결되어 발생한다. 개인은 언제나 사회, 문화, 역사 속에서 구성된 존재이고, 개인의 행위와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사건은 그가 속한 사회/문화/역사의 의식과 무의식을 압축적으로 반영하는 소우주다. 따라서 어떤 사건이든 예외적인 사건으로 축소되거나 은폐될 수 없다. 이번 인하대 사건은 사회적 의식과 무의식의 기저인 ‘불평등한 성별 인식과 권력관계’를 노출하는 “징후적 사건”이다. 

  지난 7월 15일 새벽 인하대 캠퍼스에서 그 학교 남학생이 동료 여학생을 성적으로 폭행하고 그 여학생은 단과대학 건물 3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가해자는 성범죄 혐의를 인정했다. 이 사건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20년 고려대 전 여친 살해사건, 2021년 서울에서 발생한 전 여친 스토킹 살해, 2022년 천안 전 여친 살해사건들, 그 외 수많은 여성 대상 폭력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본질은 “여성이라서 당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여성’이란 개념은 매우 복잡하다. 이때 ‘여성’은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생성하는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이 아니다. 이때의 ‘여성’은 뤼스 이리가라이가 지적하듯이 이미 오 천년 가부장제가 개념화한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틀의 내부에서 굳어진 남성의 타자, 남성의 거울로서의 ‘여성’이다. 그래서 가부장제의 ‘여성’은 언제나 인간이 아닌 남성의 성적 대상, 남성의 하위주체, 남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악세서리로 비하된다. 이런 ‘여성’ 개념은 남성들만 가지고 있는 생각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가부장제 시스템에 푹 잠겨있는 사람이면 개별남성이나 개별여성이나 할 것 없이 누구에게나 보편적이고 지배적인 ‘여성’ 개념이다. 그런 ‘여성’이라서 당한 것이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술과 옷차림 탓이 아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남성의 정신이 멀쩡해도, 여성의 옷이 단정해도 무참히 일어난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술과 옷 때문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통제할 수 없을 때 물리적 폭력과 살해를 선택해도 된다고 믿는 가부장제 시스템 탓이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사건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충격적이다. 우리 대학에서도 언제든지 그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2021년 대전/세종연구원 여성가족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 충남대 학생들이 활용하는 “에브리타임” 모니터링 결과 다수의 반페미니즘 정서와 혐오 표현이 발견되었다. 그런가 하면 학내 교양과목인 “페미니즘과 고전”이라는 과목을 수강할 때 수강생들은 학우들의 눈치를 보기도 한다. 가부장제가 규정한 여성 개념을 폐기하고 새로운 주체를 생성하려는 페미니즘의 노력을 적대시하는 것이 만일 충남대의 일부 정서라면 이는 위험하다. 

  인하대 사건 이후 여가부는 허겁지겁 대학의 성평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대책을 내놨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한다면 우리 대학도 벌써 성평등 교육 강화에 대한 대책을 내놨어야 한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우리 대학은 학내의 성평등 교육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으로서 성주류화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여 인하대 성폭력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우리 대학 안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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