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획일화

권나연 기자,  언론정보학과
권나연 기자, 언론정보학과

   ‘화난 듯한 인물이 원샷으로 잡히고 배경은 아웃포커싱’, ‘다투는 듯하거나 화기애애한 느낌의 남녀 투샷’, ‘볼드하고 딱딱한 폰트로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 하나 넣으면 화룡점정’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유튜브 섬네일 특징’이라는 글이 화두에 올랐다. 글 내용에는 위 문구와 함께 디자인이 비슷한 유튜브 섬네일 사진이 여러 장 게재됐다. 이는 현재 유튜브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스케치 코미디’ 채널을 일컫는다.

  현재 유튜브는 스케치 코미디가 판을 치고 있다. 스케치 코미디는 10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로 이뤄진 코미디를 의미한다. 스케치 코미디 채널 ‘너덜트’와 함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숏박스’는 일상 속의 상황을 세밀하게 묘사해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자아내며, 영상의 짧은 길이는 지루함을 최소화하고 재미를 극대화했다.  

  너덜트와 숏박스의 인기가 급부상함과 동시에 이와 유사한 스케치 코미디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비슷한 디자인의 섬네일, 연출, 편집 스타일 등 현재 다양한 스케치 코미디 영상은 자연스럽게 너덜트와 숏박스를 연상하게 된다. 이로 인해 두 채널의 연관검색어에는 ‘표절’이란 단어가 따라붙고 있다.  

  그러나 이는 유튜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의 포맷을 차용해 제작하는 일명 ‘프로그램 베끼기’는 방송계에도 고질적인 문제로 남아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으로 인기를 끈 TV조선은 “MBN이 당사의 포맷을 도용해 ‘보이스퀸’과 ‘보이스트롯’을 방송했다”며 MBN 측에 포맷 도용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뿐만 아니라 육아 예능의 원조 ‘아빠! 어디가?’와 그 뒤를 이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가 엄마가 아닌 아빠와 함께 생활한다는 점에서 포맷이 비슷하다고 이미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이렇듯 미디어 콘텐츠가 현재 인기 있는 프로그램과 비슷하게 제작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최근 미디어 환경은 급변했다. 유튜브와 OTT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TV 프로그램은 존재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과 다르게 프로그램 베끼기 문제는 여전하다. 물론 방송의 가치와 방송사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기 위해 그들만의 차별점을 찾고 있다. 현 논점은 그저 화제성에만 급급해 비슷한 콘텐츠를 양산하는 현상을 꼬집는 것이다. 

  바야흐로 콘텐츠 전성시대이다.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하다. 시청자의 풍성한 볼거리를 위해, 우리나라 방송 시장의 발전을 위해 콘텐츠제작자의 도전은 계속돼야 한다. 이제는 모두가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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