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 MAU 현황 인스타그램 MAU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포/ 김윤아 기자
인스타그램 MAU 현황 인스타그램 MAU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포/ 김윤아 기자

  요즘 어딜 가든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린다. 그야말로 인증샷 전성시대다.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생겨난 ‘인증샷 문화’는 개인을 넘어 우리 사회 모습까지 바꿨다.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인스타그래머블함’은 과연 무엇이고, 정사각형 프레임 속 담기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인스타그래머블이란?

  인스타그램의 MAU(Monthly Active Users)가 작년 10월 20억 명을 넘어섰다. MAU는 한 달 동안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 순수 이용자 수를 의미한다. 인스타그램이 2010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해 MAU 10억 명을 달성하기까지는 8년이 걸렸지만, 10억 명을 추가로 모으는 데는 불과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인스타그램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이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영단어 ‘able’을 합친 조어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이라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인스타그래머블과 비슷한 의미의 단어로 ‘인스타 감성’ 등이 통용된다.

신세계 백화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의 모습이다. 사진/ 신세계 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의 모습이다. 사진/ 신세계 백화점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변화하는 사회

  각종 업계는 자사의 ‘인스타그래머블함’을 내세우기 위해 다양한 홍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 백화점 본점은 발광다이오드(LED)로 연출한 ‘매지컬 홀리데이’ 영상을 건물 외벽에 전시했다. 해당 장소는 SNS 상에서 ‘인증샷 명소’로 불리며 젊은 층의 인기를 얻었고, 영상이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탄 작년 12월 신세계 백화점 본점의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40% 증가했다. 쇼핑몰 인증샷이 인스타그램을 도배하면서 매출이 상승하는 효과까지 본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숙박업계, 요식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에는 호텔이 단순히 여행지 근처에서 숙박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면, 최근에는 호텔 자체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호캉스’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호텔을 선택하는 기준 역시 여행지에 대한 편리한 접근성과 주변 편의 시설 등에서, 그럴듯한 외관과 시설, 심지어는 호텔에서 제공되는 어메니티나 음식의 비주얼로까지 확대됐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김밥 없는 김밥집’은 인증샷을 찍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실제로 해당 음식점은 드라마와 달리 김밥이 아닌 우동, 덮밥, 오므라이스 등을 판매하지만,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도 방문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점 측이 사진 대기 줄과 식사 대기 줄을 따로 구분해 놓기도 했으며,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우영우김밥’ 수는 약 7천여 개에 달해 높은 인기를 입증했다.

  한편,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지의 여부는 하나의 소비 기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을 보낼 때 사용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에서는 검색창에 ‘감성’이라는 단어만 쳐도 ‘감성 조명’, ‘감성 컵’ 등 다양한 추천 검색어가 쏟아져 나온다. 라이프스타일 인기 플랫폼 ‘오늘의 집’에서도 ‘방 안 곳곳을 포토존으로 만드는 감성템’과 같이 요즘 세대를 공략한 광고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인스타감성에 빠져드는 이유

  그렇다면 요즘 세대가 ‘인스타 감성’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스타그램은 ‘인스턴트 카메라(instant camera)’와 ‘텔레그램(telegram)’의 합성어로, ‘세상의 모든 순간을 포착하고 공유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설립됐다. 또한 시각물 중심의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1세대 SNS인 싸이월드·블로그, 2세대 SNS인 트위터·페이스북과 구분된다. 3세대 SNS에 속하는 인스타그램은 활자보다 사진과 영상에 익숙해 이미지를 통한 직관적인 소통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의 소통 방식과도 부합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가상은 현실이다(2019)’를 저술한 주영민 작가는 “인스타그램은 삶이 온전히 스트리밍되는 공간”이라며 “어떤 디지털 공간도 인스타그램만큼 우리 삶을 생생하게 저장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용자가 사진 및 영상을 게시한지 24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는 ‘스토리’ 기능과 타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방송’ 기능은 인스타그램의 동시성을 잘 드러내는 대표적인 기능이다. 

  요즘 세대는 이러한 기능을 적극 활용해 타인과 일상을 끊임없이 공유하고 자기 존재감을 확장하기 위한 인정욕구를 실현한다. 또한 자신의 삶을 SNS에 생중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거나 확립하기도 한다. 우리 학교 강아솔(언론정보학·2) 학우는 “직접 만나지 않아도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인스타그램의 가장 큰 특징인 것 같다”며 “다른 이들과 일상을 공유할 때 느껴지는 친밀감이 있다”고 말했다.

  감성 담긴   프레임 속 이면

  인스타그래머블함을 추구하는 삶이 가져온 문제점도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확장하는 과정에서 가상 공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경우다. 주영민 작가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삶을 “타인에게 좋아요 받는 것을 지향하는 삶, 완벽한 피상성이 지배하는 삶, 사회적 인정에 대한 집착이 이끄는 삶”이라 비유했다. 일상을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닌, 사진을 찍기 위해 일상을 계획하고 활동하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프레임 속 세상을 담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본질을 잃어가는 공간이 늘기도 했다. 우리 학교 김채원(경영학·2) 학우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카페가 넓고 예뻐 보여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좁고 사람만 많았다”며 “건물이나 음식의 일부만 보이도록 찍는 사진이 많아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으로 보기엔 완벽하지만 정작 맛이 없는 식당이나 카페도 존재하는 것이다.

  한편, 과도한 인스타그래머블함으로 대중의 비난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한 연예인이 제주에서 운영하는 카페는 자연친화적인 감성이라며 풀숲에 시공된 콘크리트 위에 변기를 설치해 화제가 됐다. 일부 카페 이용자가 “화장실조차 감성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냐”고 비난해 인터넷상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개인 사업장뿐만이 아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현대 백화점 더 현대 서울’의 한 팝업스토어는 매장에 방문한 방문객들에게 공지를 SNS로 확인하라고 안내해 논란이 됐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백화점에 위치한 팝업스토어마저 인스타 감성(?)에 지배당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이후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이 같은 상황을 희화화하기도 했다. 네티즌 역시 매장에 있는 직원이 직접 안내할 수 있음에도 SNS로 휴무, 안내사항 등을 공지해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겪게 하는 인스타그램 내 전달 방식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인스타그래머블한 세상, 당신은 어떤 모습인가요

  변화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문화를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으며 새로운 문화는 나타나고 기존 문화는 때때로 소멸되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인스타그래머블함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 삶의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상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선 자신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목적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가 아닌 진정한 ‘나’를 아끼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세상이 인스타그래머블함으로 가득한 지금,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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