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교정은 화려한 꽃과 향기로 가득하고 어느 계절보다도 아름답고 귀한 시간들로 꽉 차인 시기이다. 이런 아름다움 속에서 각자 뜀박질하듯 이리저리 강의실로 옮겨 다니는 바쁜 모습과 한가한 시간을 즐기는 모습들을 연구실 창밖으로 5월과 함께 멀리 내려다 볼수 있다.
 그러나 오가는 학생의 대부분은 강의를 받기 쉬운 편안한 옷차림이지만, 혹 어떤 경우는 강의를 받기에는 부담스러워 보이는 너무 현란한 모습의 여학생, 계절이 아닌데도 가죽부츠 차림의 고대 기사(?)족과 같은 차림새의 여학생도 있다.
 어느날 여느때 처럼 학교에서 생수를 뜬 물통을 차 속에 넣고 그날 따라 농과대 쪽으로 퇴근하는데 아리랑 고개 중턱에 왔을까 길가에서 한 여학생이 손을 들고 차를 세우지 않는가? 창문을 열고 응대하니 농과대까지 태워달라는 것이었다. 흥쾌히 문을 여는 순간 진한 화장품 냄새가 차내를 진동하더니 금새 역겨워져 얼마동안 숨이 막힐 듯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딸을 키우는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써 이 일이 있은 후부터는 여학생들의 화장 및 치장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동서고금을 통해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이 처절할 정도로 집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장이란 도배나 위장이 아니다.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면서 아름답게 보이고 남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정도로 자신을 가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화장이란 외면적인 화장과 더불어 내면의 화장도 포함하는 것이다.
 학문을 탐구하는 인격을 도야하는 상아탑 속에서는 바깥으로 풍기는 아르다움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갈고 닦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보인다. 나의 35년전 학창시절로 돌아가보면 그 당시 대학생은 현재만큼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5월의 싱그러움에 맞춰 남학생은 셔츠 차림, 여학생은 흰 블라우스와 까만 주름치마차림에 크림 정도만으로 치장한 모습이 대부분이였던 것을 기억이 남아있다. 진부하거나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애기지만 그때는 유행이나 대중 매체도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대부분의 학생은 특별한 행사때만 자기 나름대로의 옷차림과 화장을 즐겼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차를 태워주었던 그 여학생을 생각하게 된다. 20대 초반의 싱그러운 작은 숙녀가 도배(?)와 위장(?)으로 자신을 꾸미고 있었던 모습들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써 또한 미래의 숙녀로써 순수하고 은은한 외모와 마음을 만들어 갔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류 정 인
(기계공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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