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론

 지난 17일 12 · 12와 5 · 18 사건의 핵심인물이었던 전두환 ·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결이 있었다. 이번 재판의 확정판결은 폭력을 통한 정권찬탈과 헌정유린에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미 저질러진 행위에 대한 처벌의 의미를 넘어서 앞으로 그와 같은 행위에 대한 철저히 단좌하겠다는 의지와 경고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재판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부터 부정부패와 쿠데타로 점철되어온 오욕의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첫걸음인 것이다. 아울러 12 · 12와 5 · 18에 대한 진정한 역사적 평가가 마무리되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피해자들의 보상과 명예회복 문제 등 아직 해결되고 규명되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정부는 5월 18일을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법정기념일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5 · 18행사를 정부주관으로 치르고 정부예산을 들여 망월동 묘역을 단장하고 성역화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련의 이러한 조처도 실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닌 하나의 형식에 그침으로써 여전히 알맹이는 빠져 있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러한 형식적인 조치조차도 무색하게 하는 전두환 · 노태우 씨에 대한 사면론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것은 명분상으로는 국민화합을 위한다지만, 명백히 대선을 앞두고 대구 · 경북을 포함한 옛 여권을 끌어안옴으로써 정권 재창출을 달성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권찬탈 후 특정지역에 편중된 개발 및 인사정책과 각종 특혜로 지역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국민화합을 저해한 두 책임자에게 국민화합을 위한 사면이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5 · 18 희생자에 대한 보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현 시점에서 두 사람을 사면시킨다는 것은 광주학살 희생자들의 허탈감과 피해의식만을 가중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지역대립의 해소와 진정한 국민화합에 오히려 해만 끼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 노씨에 대한 사면을 주장한다는 것은 대구 · 경북지역의 위기의식을 등에 업고 TK세력을 끌어안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일 뿐, 전 · 노씨 처벌이 주는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는 전혀 안중에도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따라서 5 · 18에 대한 진상규명과 올바른 역사적 평가가 아직 완료되지 않은 현재, 전 · 노씨에 대한 사면은 희생자들에게 또 다른 죄를 범하는 것이다. 이들의 희생은 이 땅에서의 진정한 민주화의 실현을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희생의 의미를 외면한 채, 가해자들에 대한 형식적인 처벌과 의례적 행사로 5 · 18이 마무리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코 기념일로 화석화된 껍데기로서의 5 · 18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5 · 18은 역사적으로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항쟁이며,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항쟁이다.
 이번 재판은 5 ·18 진상규명에는 여러모로 미흡했지만, 전 · 노씨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최소한의 긍정적인 평가도 전 · 노씨에 대한 올바른 형집행을 전제로 할 때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두사람에 대한 처벌은 반드시 실행되야 한다. 여기서부터가 미완의 5 · 18을 올바르게 매듭짓는 출발점인 것이다.

김 영 주
(사회 ·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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