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농정 4년의 평가

 30여년만의 문민정부임을 내세운 김영삼 정권의 출범은 농어업과 관련해서도 화려했다. 10대 농어업 정책공약을 내결고 “떠나는 농촌에서 돌아오는 농촌으로 만들겠다”고 국민과 약속했으며, “쌀만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막겠다”고 농민들을 안심시켰다. 농어촌구조개선을 위해 42조원을 연차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하여 사상 처음으로 농어업에 대한 체계적이고 비중있는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1년도 못되어 무너지기 시작했다.
 UR협상 과정에서 쌀과 기초농산물이 개방되었으며, 농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 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대국민사과를 발표했고, 국무총리가 2번, 농림수산부장관이 3번 바뀌었다. 급기야 대통령자문기구로 농어촌발전위원회를 구성하고, 농어촌발전대책을 발표하면서 농어촌특별세 15조원을 추가로 마련하기 위해 국민 모두에게 농어업의 희생을 위한 분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의 결과를 보면, ‘급하게 먹는 밥이 체한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UR과 WTO체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개방화와 국제경쟁력강화 분야에 정책목표를 두었으며, 이미 예고된 쌀 농사의 채산성 악화로 시설채소, 과수, 축산물로 작목이 대거 이동하면서 외국 농축산물의 범람과 국내 농산물의 과잉생산으로 농축산물 가격이 연쇄적으로 폭락하고 있다. ‘생산의 무정부 상태’가 농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농가부채만이 급증하고 있다. 42조원과 15조원의 재원 투자마저도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못하여 엉뚱한 곳에 투자되거나 제대로 쓰이지 못해 국고를 반납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문민정부 4년간의 신농정은 우리 농업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은 못한 채 오히려 문제를 심화 · 악화시켜 온 것이다.
 ‘辛’농정 또는 ‘쉰’농정이라는 힐난 받고 출발한 ‘新’부실성과 허구성, 6백만 농민은 물론 온 국민의 가슴에 못을 박은 쌀개방과 UR협상, 목소리만 높았던 양정 · 농지제도 및 협동조합제도의 개혁, 전시행정과 무절제한 낭비성 재정운영 등으로 인해 실효를 찾기 어려운 구조개선자금 42조원과 농특세재원 15조원 투자 등의 문제가 문민정부의 농정이 낳은 결과이다.
 문민정부 4년간의 농정은 최소한 공약사항은 지키고, 그외의 농정도 국제화와 통일시대에 상응하도록 지속적인 개선노력을 해야 하는데, 개혁을 지향한다고하는  문민정부의 구체적 실정은 이에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이러한 평가를 발판으로 한국농업이 희생하기 위해서는 농업을 살리고, 농어민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정권이 새롭게 수립되어야함을 각인해야 할 것이다.

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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