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이야기

 경제가 어렵다. 정치인과 은행관계자들은 비리사건으로 TV에 쉴새없이 출연하고 시민들은 얇아진 지갑으로 울화통을 터뜨리며 소주를 마신다.
 그러나 TV를 보면 우리나라가 GNP 1만불 시대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가 그렇다. 고급스럽고 화려한 외제 투성이의 소품과 소비 지향적인 내용으로 불경기를타지 않고 있다.
 MBC의 ‘별은 내가슴에’를 보면 주인공은 디자이너, 가수, 의류회사 사장이다. 수입 외제차를 몰고 다니고 “잠깐 다녀올께”라며 가는 곳이 이탈리아의 밀라노이다. 실내장식은 화려한 유리문과 화병, 외제 장식장을 쓰고 조명으로 더욱 환상스럽게 보인다. ‘신데렐라’는 아예 신데렐라 컴플렉스를 표방하고 있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받고 있다. SBS의 ‘꿈의 궁전’ 역시 프렌치 레스토랑을 무대로 고급스런 의상과 덴마크제 가구들을 배치했다. 이외에도 ‘모델’, KBS의 ‘욕망의 바다’가 유명상표와 해외촬영등으로 시청자들의 눈요기감으로의 진용을 갖추고 있다.
 이런 소모적이고 감각적인 트렌디드라마는 원조격인 ‘질투’, ‘사랑은 그대 품안에’, ‘느낌’등의 인기를 노리고 있다. 그리하여 인기만화영화 ‘캔디’를 소재로 삼는가 하면, 제목을 ‘신데렐라’라고 하는 등 진지한 고민이나 연구없이 눈요기거리로 시청률을 높이려한다. 당연히 문제다. 경제문제로 소득격차가 심한 지금에 이런 드라마들은 위화감이나 과소비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공된 인물은 만화처럼 단순하고 이들이 일으키는 사건은 허무맹랑하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꿈을 쫓는 차원을 넘어 이미 그러한 환상이 다가와 현실인 듯 착각하게 하고 있다. 어느 누구 고급 외제차를 타보고 싶지 않겠는가.
 그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현실에서 힘겹게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들, 대다수의 사람들의 모습들이 들어있지 않다. 시청자는 현실과 환상사이에서 갈등할 겨를도 없이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골치아픈 현실을 외면하게 된다. 엄청난 아노미 현상을 의식못하는 사이에 신분상승 욕구와 사랑에 대한 환상, 물질에 대해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다.
 또한 이런 소재의 드라마는 충분한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브렌드가 앞다투어 협찬을 원한다. 대부분이 100만원대 옷이고, ‘모델’의 장동건은 협찬사의 계약으로 상표를 부착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방송국에는 소품들 - 외제 장식장 등 - 에 대한 문의전화가 빗발친다고 한다. 소비문화 최고의 경지이다.
 각 방송사마다 제각기 ‘경제살리기’라는 주제로 공동캠페인을 하고 있다.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이것이 진짜 경제를 살리자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방송사들아, 경제를 살리자.

문 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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