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스 피크’ 를 보고

과거 영화속에 등장하는 적은 거의 KGB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탈냉전의 결과로 인해 더이상 눈에 보이는 현실 속의 적이 사라지게 되자 영화제작자들은 그 자리를 채어줄 만한 존재로서 가공할 만한 파괴력과 두려움을 안겨줄 새로운 적을 찾게 되었다. 그 새로운 적이 등장한 영화로 작년 여름을 강타했던 ‘인디펜던트 데이’를 들수가 있다.
 과거 80년대의 어린이 영화였던 ‘ET’에서나 볼수 있었던 착하고 맑은 눈망울의 친근한 외계인 대신에 이제는 문어처럼 흐물흐물거리면 기분나쁜 점액같은 것이 묻어나올 것만 같은 피부의 혐오스러운 외계인이 탄생되고 있으며, 팀버튼의 ‘화성침공’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점입가경을 이룰 정도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영화 속의 새로운 적으로써 대두되는 이러한 외계인의 등장과 더불어 자연재앙을 소재로 한 영화가 속속들이 제작되어지고 있는데, 이미 작년에 ‘스피드’의 장드봉 감독이 ‘트위스터’로 재난 영화 유행의 테이프를 끊었으며 ‘겟 어웨이’의 로저 도널드슨 감독의 ‘단테스 피크’가 그 뒤를 잇게 되었다.
 ‘단테스 피크’는 화산폭발을 소재로 한 그야말로 엄청날 수 밖에 없는 자연재해 영화이다. 화산모형은 물론 3차원 디지털 CG기술 도입으로 6개월간을 찍었다니 보지 않고서도 이 영화속의 화산폭발의 리얼리티는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이다.
 지질학자이며 유명한 화산학자인 해리 달튼(피어스 브로스난역)은 전원적인 온천 관광도시인 단테스 피크에 자리잡은 휴화산의 활동 재개 유무를 조사하기 위해 마을에 도착한다. 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젖어있고 모든 것이 아름답고 조용하지만 해리는 직감적으로 그곳이 더 이상 평온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감한다. 과거 화산폭발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그로써는 더 이상의 주저함 없이 축제에 젖어있는 사람들을 대피시키려 한다. 하지만 그의 상관 폴은 과학적 증거 없이 경솔히 행동하는 해리를 제지하게 되고 두 사람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대립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해리의 예감대로 단테스 피크는 휴화산의 활동재개로 인한 지진과 화산포발로 순식간에 화산재와 용암으로 뒤덮이게 된다.
 이상의 줄거리를 갖는 영화 ‘단테스 피크’는 화산폭발과 그로인한 재난을 다룬 영화이다. 영화 예고편을 본 이라면 이미 예고만으로도 이 영화의 스펙터클한 매력을 감지했을 정도로 ‘단테스 피크’는 화산폭발을 정말로 그럴싸하게 묘사한다. 손에 땀이 용암 흐르듯 줄줄 흐를 정도로 영화는 긴장을 놓을수 없도록 팽팽히 전개되며, 붉은 혀를 날름거리는 용암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를 유발한다.
 영화 ‘단테스 피크’는 정말로 볼만한 영화라고 서슴치 않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재난영화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다 구비하면서도, 인간애를 놓치지 않은 정말로 가슴 따스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단테스 피크 시장인 레이첼(린다 해밀턴 역)과 그녀의 가족들간의 가족애와 해리와 폴을 포함하는 화산 조사원들간의 동료애가 영화 속의 긴박감과 함께 보는 이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비록 자연이라는 존재앞에서 인간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소위 현대과학문명조차 졸지에 한낱 기계덩어리에 불과하게 여겨지는 상황이지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의 생명을 구한 레이첼 시어머니의 모습은 정말로 위대함 그 자체였다.
 이 영화속에서 한가지 어색한 점이 있는데 바로 린다 해밀턴의 캐스팅으로 인한 부조화이다.
 워낙 터미네이터에서의 강인한 여전사로써의 이미지가 강한 그녀이기 때문에 이 영화속에서처럼 연약한 여인의 캐릭터는 솔직히 잘 어울리지가 않았고 그러다보니 영화보는 내내 어색함을 배제시킬수가 없었다.
 재난영화의 행진은 ‘단테스 피크’에 이어 역시 화산폭발을 소재로 하는 믹 잭슨 감독의 ‘Volcano’, 그리고 홍수를 다룬다는 미카엘 솔로몬의 ‘Flood’로 이어질 예정이다.

이 순 옥
(고분자공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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