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진흥법 개정안을 진단한다

 지난 달 서울에서 열렸던 제2회 다큐멘터리 영상제에서 자원봉사자들이 개막작인 중국영화 ‘태평천국의 문’의 상영 철회에 반발하며 집단 사퇴했던 일이 있다. 그 사건의 진행은 이렇다. 먼저 문체부가 ‘태평천국의 문’에 대해 중국 정부가 문제삼았던 작품이라 중국과 문제가 될 소지가 있으니 중국대사관에 문의하라는 통고를 해왔다. 그래서 주최측인 삼성이 문의를 했고 삼성은 중국 내 사업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해 개막작 자진철회를 결정했다. 자원봉사자들은 이것이 중국의 내정간섭을 허용한 것이며 ‘자본검열’이라는 주장으로 사퇴를 한 것이다.
 이번 영상제 뿐만 아니라 작년의 인권영화제, 여성영화제 등 많은 영화제는 여러 논리의 검열로 피해를 입고 있고 또한 올해의 영화제를 준비하는 사업단에서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다. 영화제 뿐만 아니라 구성주 감독의 ‘그는 나에게 지타를 아느냐고 물었다’는 국가 원수 모독이라는 이유로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에서 등급 보류 판정을 내리는 등 많은 심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화 사전심의는 위헌이라는 결정에 따라 올 3월 17일 국회에서는 영화진흥법(이하 영진법)개정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개정영진법이 기존 영진법과 다를 바 없어 영화 사전심의 위헌결정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개정 영진법의 주요 골자를 보면 ‘사전심의를 등급심의로 바꾸되 등급의 전용관은 허용치 않고 공륜을 한국공연예술진흥위원회(공진협)로 개편, 공진협의 등급 부여 6개월 보류 조항 등’이다.
 개정 영진법은 상영 전에 공진협이 5단계로 등급을 분류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영화는 6개월간 등급 부여가 보류된다. 이때 공진협은 문제가 되는 사유를 등급 신청자에게 알려주고 제작자가 자진 삭제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공륜이 영화를 직접 삭제하던 기존의 영진법과 방법 - 가위를 쥔 손의 임자 - 만 바뀌었을 뿐 ‘검열’이라는 근본은 같다. 또한 등급 심의로 바뀌어 그들이 보기에 ‘외설 영화’는 등급의 전용관에서 상영하라는 조항은 이에 동급외 전용관을 허용치 않고 있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등급의 전용관이 없는 상황에서 영화를 상영하려면 제작자가 자진 삭제할 수 밖에 없다.
 개정 영진법 조항 가운데 공진협이 보류나 불가판정을 내릴 수 있는 경우는 네가지가 있다. 헌법의 기본질서에 위반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을 때,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을 때 등으로 역시 옛 영진법에서 달라진 게 없다. 게다가 이 개정 영진법은 그동안 신한국당이 주장한 개정안을 야당이나 영화단체의 주장안 반영없이 의족수를 앞세워 그대로 통과시킨 것이라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10월께부터 시행령과 함께 발효되는 개정 영진법은 처음부터 다시 논의되어야 한다. 일부의 언론주도층이 성인영화전용관을 포르노 전용관이라고 우기면서 자율에 따른 혼란 등을 막기 위한 결과라 말한다. 공륜이나 공진협이나 검열의 유산이다. 영화를 짓눌러온 다양한 형태의 부당한 검열을 없애고 제작자에게는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보장하며 관객에게 ‘누더기’영화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 민간자율에 의한 완전한 등급 분류를 해야 한다.

 문 화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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