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전반에 걸쳐 자살 도미노현상이 우려되면서 자제력이 부족하고 감성에 쉽게 흔들리는 청소년 등의 자살사건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적 어려움으로 탈출구를 찾지 못 한 사람들이 자살을 하나의 도피수단으로 여기게 되었다.
  최초로 자살에 대한 심리학적 통찰을 한 S. Freud는, 그의 저서 ‘애도와 우울’에서 자살이란 자신이 동일시한 대상에 대한 무의식적 공격이라고 기술하였다. 한 인간이 사랑과 증오의 상반된 감정을 갖고 대하던 어떤 것을 잃고 나면 사랑하던 감정은 영구히 그 상실한 대상에 애도, 추모하는 심정으로 남지만 증오하던 감정은 그것에서 떨어져 나와 이제는 방향을 돌려 자기 자신에게로 오는 까닭에, 결과로 그 자신을 미워하게 된다. 즉 공격욕 또는 무의식적 가학성이 자신에게로 방향전환을 한 상태가 우울증이다. 그리하여 ‘나는 가치 없는 놈’, ‘나 같은 자는 죽어야 한다’는 심정에서 우울증이 심해지면 그는 ‘내가 나를 죽이는’ 자살을 하는 것이다.
  자살기도자 및 자살자의 생활사를 조사해 보면 대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정신 역동적 유형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첫째는 어려운 상황을 피하기 위한 도피성 자살이다. 경제위기 이후 실직, 파탄, 카드 빚 등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위 딜레마 상황에서 문제해결 방법으로 죽음으로써 도피해 버리는 경우이다. 둘째는 보복심리에 의한 자살이다. ‘남은 1등을 하는데 너는 왜 이 모양이냐?’는 부모의 꾸중에 대한 반발로, 혹은 ‘돈을 네가 훔쳤지?’하는 교사의 추궁에 결백을 주장하기 위하여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로, 저변에는 부모나 교사에 대한 복수심, 적개심이 강하게 포함되어 있다. ‘내가 죽음으로써 너희도 고통을 당해 보아라’는 보복적 내면심리가 있다. 셋째로 자기 응징으로서의 자살이다. 인생의 어느 중대한 사항을 성취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자신을 처벌하는 것인데, 남자에 많다. 이들은 자살 전 우울증에 빠져 있고 또 편집적 경향을 보인다. 넷째는 욕구좌절에 의한 자살로서, 자신의 욕구가 좌절시에 마치 새장에 갇힌 새가 자기성질을 못 이겨 창살에 머리를 부딪치는 행동과 유사하다. 다섯째는 저승에서의 재결합을 위한 자살인데, 현실생활의 좌절과 불행에 지친 나머지 차라리 먼저 간 가족 친지를 저 세상에서 만나 행복하게 살자는 환상에 사로잡혀 감행하는 자살이다. 여섯째로 재생을 기약하는 자살로서 인생의 모든 의미를 상실하였다는 강한 느낌을 가진 사람들이 영적 재생을 바라는 무의식적 소망에서 자살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살은 고의적으로 자신에게 죽음을 부과하는 행위로서 함부로 저지르거나 의미가 없는 행동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에게 심한 고통을 주는 위기나 어려운 문제로부터의 탈출인 것이다. 자살의 가장 근본적 치료책은 예방이며, 그들의 구조요청을 잘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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