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연인들의 것
 작년부터 나에게 축제는 악몽이었다. 축제기간에 학교를 돌면 모두가 팔짱을 낀체 쌍쌍으로 걸어가지만 내 옆에 있는 것은 칙칙한 남자뿐이다. 모든 연인들은 서로 자기네가 잘났다는 듯이 뽐을 내며 다니고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이 싫어진다.
 언젠가 내 친구-남자-가 나에게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껄껄껄 웃으며 나 쫓아 다니는 여자애들 때문에 귀찮아 죽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사귀고 있는 그녀뿐이다라는 등의 거짓말을 했지만 뒤돌아 서서는 눈물로 가슴이 덜그덕거린다.
 웃으면서 주점으로 들어가는 한쌍의 연인들. 여전히 눈뜨기가 싫다. 칙칙한 남자들과 다니려니 영 쪽팔리다.
 그렇다. 축제는 연인들만의 것이다. 애인이 없는 놈이 무슨 축제냐, 집에 가서 비디오나 봐야 한다. 이런 속마음은 모르고 옆의 친구자식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른다. 이 자식이 친구냐, 왠수지.
 홧김에 캔 맞추기에 나갔지만 돈만 나가고... 정말 축제는 싫다. 내년에는 나에게 새롭고 뜻깊은 축제가 되게 하기 위해서 나는 분발해야한다.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앞에 가는 저 연인들은 눈뜨고 못봐주겠어.
조 성 현
(항공우주 · 2)

 백마축전에 백마는 어디로??
 내가 학교에 들어와서 맞는 이번 축제는 작정하고 놀려고 해도 놀만한 것이 딱히 없었다. 주점거리도 예년에 비해 썰렁했고 젊은이의 치기 어린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아이디어 사업도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의 프로그램도 축제기간이 아니라도 TV만 틀면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나 싶다.
 그나마 대동제라는 이름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마련한 행사들도 아마추어 춤꾼들에게 그들의 관객을 빼앗겨 그 큰 echo만큼이나 허전한 모습이었다. 옛날에 내가 꿈꾸었던 대학축제는 이런 아류(?) 연예인들의 무대만은 아니었다. 음.. 이런것이 우리 축제때 있었으면 어땠을까? 저 옛날 아크로폴리스처럼 자유롭게 자신만의 언어로 얘기할 수 있는 발언대를 민주광장에 마련하여 평소 밉보였던 교수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흠모하는 사람에게 만인 앞에서 고백하기도 하고, 나라가 왜 이모양이냐고 소리 질러가며 임꺽정이 되보기도 하는 것이다. 자기주장도 하고 남의 얘기도 들어 보는 자리, 괜찮지 않을까? 우린 젊으니까 할 얘기도 많지 않은가? 여하튼, 이번 축제때는 백마를 보지 못했다. 한 세기에 한 번 볼까말까한 숫총각을 만나 승천했는지도 모를일이다.
박 현 정
(심리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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