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대인의 자살생각

요즘 몇 주전부터 언론에서 자살소식이 끊임없이 보도되고 있다. 작년에 비해 자살이 급증한 까닭은 경제적으로 서서히 자본주의가 붕괴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충대인은 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번호 주제기획에서는 자살에 대한 충대인의 생각과 역사, 경제, 관계 속 자살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십수년 전, 중고생들 특히 여학생들 사이에 학교에서 자살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가서 일년에도 수십명이 자살했었다. 이것의 시발점이 된 것이 어느 여중생의 유서였는데, 그 유서에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고 적혀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공감대를 형성한 이 말에 진정한 행복을 꿈꾸던 이 땅의 많은 소녀들이 삶의 희망을 버리고 자살을 했다.

  우리는 현실을 도피하고 싶을 때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카드 빚으로 인한 일가족 투신자살, 성적비관 자살, 정몽헌 회장의 자살, 그리고 아바타를 꾸미다 부모님께 꾸중들었던 어느 초등학생 자살…….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자살에 대해 4백52명의 학우들 생각을 들어봤다. 그 중 2백2명(44.7%)이 자살하는 사람들을 인정했다. 김민세(수학·2)군은 “자살하는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회적 편견 속에서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어려운 시기라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이 자살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모방하는 지경이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자살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정신적 스트레스(51%), 생활고(20.9%), 인명경시 풍조의 만연(15.9%), 모방행위(6%) 순이었고, 기타의견으로는 정신의 나약함, 냉정한 사회 분위기 등이 있었다.
  김민영(경영학부·1)양은 “나도 우울감을 느낄 때 자살충동을 느낀다. 하지만 자살하는 사람은 자기 생명을 포기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이기적이어서 자살을 하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자살할 수 있을까?”라고 고백했다.
  그렇다면 학우들은 자살을 얼마나 느끼고 있을까. 4백54명중 1백84명인 40.5%가 자살충동을 느꼈고, 그 원인으로 ‘우울증 등 정신건강문제(35.8%)’가 가장 많았다.
  학생상담센터에서 전임상담원 임정섭씨는 “심리학에서 자살의 원인을 조울증, 우울증 등의 정신적인 것으로 본다. 요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항상 가지고 있는 복합적이고 밑바탕에 깔려 있는 문제들이 우울증이 오면 부각되어 버린다. 우울증은 억압, 절망의 단계를 거쳐 나타나는데 심해질 경우 감정적인 자신의 논리에 빠져 비합리적, 비논리적인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우울증 외에 학우들이 꼽은 자살 원인은 인간관계(16.3%), 가족간의 불화(14.0%), 성적(6.5%), 카드 빚 등 경제적 빈곤(5.1%), 취업(3.2%)이 있었다. 임씨는 “우리나라처럼 유교적 문화가 형성된 곳에서는 윗사람(권위주의적)의 부당한 대우, 억압된 생각이 ‘자살’이라는 자신에 대한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 쉽다. 주변사람들에 대한 ‘화’를 참으며 자신에 대한 피해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자살 충동의 빈도는 한두번 정도(42.6%), 아주 드물게(26.9%), 가끔(18.8%), 때때로(7.1%), 매우 자주(4.6%) 순으로 나타났고, 4백11명 중 21명(5.1%)이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자살사이트에 방문하거나 가입을 한 적이 있는 학우는 4백39명 중 12명(2.7%)이었다.
  “우울증은 MMPI(다면적 인성검사)를 통해서 정상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몇 해 전 검사 결과, 10명의 학생들 중 8명의 학생이 우울증이 있었다. 우울증은 자신이 극복해야 한다. 긍정적 사고와 자기의지,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임씨는 이야기했다.
  이 밖에 학우들이 생각하는 자살 예방책으로는 종교 갖기, 보람된 일 찾기, 생명존중사상, 정부의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제도 마련 등이 나왔다.
  예전의 상담센터는 ‘문제 있는’ 학생들이 드나드는 곳이었는데, 요즘은 자기발달, 성장차원에서 자기와 타인을 수용하는 법을 배우는 곳으로 상담실의 기능이 바뀌었다. 병에 걸렸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라는 말처럼, 감기와 같다는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상담실 문을 두드려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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