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경 학원강사인 이 아무개씨(26 · 학원강사)는 직장 앞에서 자신의 신상명세서(주소 · 전화번호 · 주민등록번호 등)를 들이대며 “수사에 협조해 달라”는 경찰관과 맞부닥쳤다. 이 씨는 별다른 생각없이 “물어볼 것이 있으면 여기서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2명의 수사관은 여기선 곤란하다며 장소를 옮길 것을 요구했고, 이 씨는 그들을 따라 인근파출소로 동행했다.
 인근파출소에서 그녀는 남자친구(한총련 간부, 수배중)에게 선물한 호출기 추적으로 수사관들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알게되었다. 수사관들은 호출기를 트집잡아 ‘국가보안법 상 편의제공 혐의 운운’하며 가택수사에 들어갔다. 가택수사를 통해 수사관들은 신바람(대중문예단체) 회지 몇 권과 민중가요 책자를 압수했고, 다시 이를 문제삼아 “이적표현물 소지혀의가 있다”며 그녀를 장안동 대공분실로 연행했다.
 불안과 공포에 떠는 그녀에게 수사관들은 신바람에 대한 집중조사하고 “다신 나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했다. 그 뒤 남자친구에 대해 이것저것 물은 뒤 “남자친구 호출기에 지금 만나자고 약속해라”고 녹음을 강요했다. 친구가 체포될 수 있다는 염려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음성녹음을 남길 수 밖에 없었고, 수사관들의 동행하에 둘이서 자주 만나던 인사동 어느 찻집에서 3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그뒤 수사관들은 남자친구에게 연락이 오면 반드시 자신에게 연락하라며 호출번호를 적어준 뒤에야 돌려보냈다. 그 뒤 날마다 그녀의 호출기로 수사관들의 연락이 오고, 그녀는 불안감 속에 생활하고 있다. <인권하루소식 8월 21일자>
 
 유명무실한 경찰관직무집행법
 위 사건에서 수사간들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불심검문)의 1 · 2 · 4 · 5항 등을 위반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에 따르면,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을 하거나 주위 사정으로 볼 때 죄를 범하였거나 지를 범하려 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자 등 극히 국한돈 경우에 한해 정지시켜 질문을 할 수 있다(동법 1항). 또 부근 경찰서나 파출소등으로 동행을 요구하는 경우는 불심검문을 당하는 자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의 방해가 될 때이며(2항), 질문하거나 동행을 명해야 하며, 동행장소를 밝혀야 한다(3항). 동행을 한 경우 그 가족들에게 경찰관의 신분 · 동행장소 · 목적과 이유를 알리거나 본인으로 하여금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변호인의 조직력을 받을 건리가 있음을 알려야 마땅한 것이다(4항), 더욱이 압수수색 영장없이 가택수사를 벌인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한총련 출범식 사건을 이후로 하루에도 몇 차례씩 불심검문을 당하면서 전경들에게 “왜 검문을 하냐?”고 반문해 본 이들은 얼마나 될까. 마음 속으로 불심검문이 부당하다고 느끼지만 차마 말로 하기가 두려운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런 소극적 행동은 우리가 누리는 최소한의 자유마저 더욱 짖누르는 결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작년 연세대 사태 당시 신촌 일대에서 벌어진 불심검문을 통해 학생운동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학생 · 시민들이 강제연행, 폭행, 성추행 등을 당한 사건들은 이 일들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을 보여준다.
 지난 5월말 한양대 앞에서 불심검문에 항의하던 한 여대생은 전경의 방패에 맞아 귀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이 소식을 접하며 다시금 이러한 용기를 내는 것은 쉬운 일도 아니며, 몇 번의 저항으로 해결될 사안은 더더욱 아닌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우리들의 암욱한 침묵과 방관자적 행동 속에 바로 ‘나’의 인권은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