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같은 분위기의 수의대 임상실습동아리 keiron 회장 남종현(수의·2)군을 만나

 저멀리 자리한 수의대. 왠만해선 그들의 생활을 엿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모처럼 걸어서 수의대까지 가는 길은 왠지 비밀에 싸인 성에 가는 마법사가 된 것 처럼 설렌다. 
 오늘은 동아리 모임이 있는 날이란다. 모임시간이 가까워 오자 서로 인사를 건내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가득 찬 수의대 2층 복도에서 오늘 실습할 준비물을 담은 상자를 든 남종현(수의·2)군을 만났다.  

▲수의대 임상실습동아리 keiron 회장 남종현(수의·2)군 ©
 동아리 ‘keiron’소개해 주세요.
 남종현: 아 keiron은요. 수업시간에 책으로 배우는 것을 직접 실습도 해보고 학교 밖 수의사분들이 실전에서 쓰는 기술도 배우고 직접 해보기도 해요. 또 예과 본과 따로 교재를 정해 세미나를 하기도 하구요. 처음 만들어 진건 80년대 에요. 그 당시에는 수의대가 4년제여서 실습이 턱없이 부족했대요. 그게 안타까워서 선배님들이 만드신 거에요. 죽은 송아지 부검 같은건 송아지를 구하기 힘들어서 잘 못해보거든요. 그런데 동아리 하면서 해봤어요. 아무래도 동아리 안하는 애들보다 주사 한번이라도 더 놔보니까 큰 도움이 돼요. 또 방학 때는 수의 봉사활동(이하 수활)도 가구요. 여러 가지로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마의 형상을 가졌으나 다른 동족과 달리 성품이 온화하며 약제와 의술을 담당했던 chiron의 이름을 딴 동아리 ‘keiron’. 그 안에 모인 이들도 신화 속 인물인 그와 같을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수의봉사활동(이하 수활)이 뭔가요?
 여름방학 때 마다 9박 10일 동안 낙농가로 수의봉사활동을 떠나거든요. 거기 가서 소가 출산하는 것도 직접보고 송아지가 나올 때 다리도 땡겨보고(웃음). 또 여름이라 가축들이 쓰러지면 치료를 하기도 하고 그밖에 다른 일거리들도 도와 드리구요.

 이번 수활이야기 들려주세요.
 이번에는 저희 인원이 많아서 수용할 곳이 마땅치 않아 4박 5일 동안 철원에 있는 조류보호소로 다녀왔어요. 이쪽 분야는 수의사들의 투입이 잘 안되는 분야지만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가서 고란이에게 청진기도 대보고, TV에서만 보던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도 손으로 만져보기도 하고 잠자리를 잡아 먹이도 줘보고··· 정말 재미있었죠. 치료해서 재활훈련을 거쳐 방사할 때 가장 일하는 기쁨을 크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또 40명이 넘는 인원이 다같이 땀 흘리고 생활했던 것도 좋았구요.

 그 많은 인원이 함께 생활하면서 문제가 있을 법도 한데 가족끼리 생활하는 느낌이었다는 그. ‘밥이 모자란 정도요?’라며 너털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식구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자신에게 있어서 keiron은?
 군대 다녀온 세월까지 치면 7년을 함께 했어요. 제대 후 학교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제일 기억에 남는 일도 재작년 수활이에요. 복학 전에 참여했었는데 같이 생활하면서 두려움 같은 것이 없어 졌어요. 생각해 보면 그 때가 대학 처음 입학할 때 보다 더 떨렸던 것 같아요(웃음).
 사람이 살면서 뭔가를 남기는 것이 삶이라 생각하는데 제 대학생활에서는 keiron이 가장 크게 남는 것 같아요. 지금 선배님들처럼 저도 졸업한 다음에도 물심양면으로 keiron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에요.

 집에서 소를 키워 어렸을 적부터 많이 접했다니 그가 수의사의 길을 택한 것도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사람을 잘 따르는 큰개를 좋아하고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이 아버지라 서슴없이 말하며 둥글둥글 무난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실력은 없이 자격증만 갖고 병원을 차리는 것은 안된다는 그의 눈빛에는 한줄기 날카로움도 묻어난다.

 비밀에 싸인 성안에는 열정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이들이 살고 있다. 그들과의 짧지만 진지하고 따듯한 만남은 가을날의 시원한 바람처럼 기분 좋은 일이다.


오은교기자 hoanh35@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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