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듣기위해 강의실에 앉아있자면 강의내용보다는 가을의 맑은 날씨와 캠퍼스의 갖가지 행사로 인해 떠들썩한 분위기에 마음이 더 쏠린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우리를 더욱 싱숭생숭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박찬호 선수의 5연패에 이은 14승과 월드컵 예선 한 · 일 경기에서 한국의 승리이다.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내노라하는 메이저리거들을 상대로 삼진을 뽑아내는 모습과 2대1의 점수로 승리하기까지의 숨막히는 경기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한국사회와 국제사회에 대한 열심히 방송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그것은 우리의 눈과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은 과거의 정권에서 국민의 우민화 정책으로 내세운 3S중 스포츠인 것이다.
 먹고 먹히는 생존경쟁의 사회와 선의의 경쟁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단순히 스포츠의 우승과 승리에만 흥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소위 강대국이라 불리우는 나라에 의해 휘청거리며 잠식되어 가고있는 우리의 경제, 더 나아가 할리우드 영화에 의해 영화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문화까지도 스며들어가고 있는 현실, 이 와중에도 우리는 스포츠에서의 우승과 승리가 모든 것을 다 얻어내고 또한 한국을 대변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 환호성을 지르고 흥분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물론 현재 방향을 잃고 뒤죽박죽 흘러가는 한국의 전반적인 모습에서 더 이상의 안식도 더 이상의 희망도 찾을 수 없음에 도피로 선택한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도피가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할까? 오랜동안 강대국들에 의해 예속되고 억눌림을 당해와서인지 이제는 그런 것들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본질을 제쳐두고 현상적인 것들에 쏠려있지만, 우리는 그러한 현상적인 모습이 아닌 그 속에 가려있는 본질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 웃음과 기쁨을 가져다 주는 것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라는 것을.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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