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을은 추수의 계절이자 행사의 계절이다. 상쾌하고 맑은 공기, 파랗고 높은 하늘, 따가운 햇살이 풍성한 수확과 알찬 행사들을 기약할 것 같다.
 들과 밭에는 농부들이 땀흘려 가꾼 오곡이 무르익고 탐스러운 과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우리의 마음도 풍요롭게 한다. 그래서 가을을 결실의 계절 또는 성숙의 계절이라고 하지 않는가.
 캠퍼스의 가을도 개강과 더불어 책과 새로운 게획들로 가득 채워진 묵직한 배낭을 메고 학생들이 줄을 지어 교문에 들어선다. 조용하고 텅비었던 강의실도 주인을 맞이한 듯 활기가 넘친다.
 한편 오래간 만에 만난 학생들은 방학동안에 있었던 캠핑, 해외연수, 여행, 학원수강, 아르바이트 등에 대한 화제로 시간가는 줄을 모르는 것 같다. 게다가 각종 써클행사, 학술답사, 전시회, 체육대회 등의 축제준비로 분주한 모습을 볼 때 조은 성과가 기대된다.
 이처럼 풍요로운 가을에는 우리 모두 ‘심은 만큼 거두어 들인다’는 성현의 말씀을 상기해야 할 것 같다. 농부들의 피땀 어린 로격과 정성에서 풍성한 오곡백과 얻어지듯 우리의 학문에 대한 열정과 노력에서 지식과 기술이 향상되고 지성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든 과일은 각각 그것들의 독특한 맛과 향이 더욱 가을의 풍성함을 더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하겠다. 만약 우리에게 과일과 같은 독특한 맛과 향이 없다면 우리는 정말로 개성도 멋도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생활도 무미거조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대들보와 같은 큰 인물도 있어야 하지만 각자 자신의 일에 충실한 개성 있고 멋있는 사람이 더욱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중 · 소기업이 계속 도산되는 등의 경기침체로 실업자들이 늘어나고 취업이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가 각각 개성과 맛을 가지고 있다면 걱정할 것이 없다. 기회는 언제나 준비된 자에게 있다. 이번 가을학기는 탐스러운 과일처럼 우리 모두 자신의 맛을 풍성하게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서 정 복
(사학 ·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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