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일을 두달 보름 남겨놓은 지금 우리는 벌써 7회의 TV토론회를 치렀다. 지방방송의 토론회와 라디오토론회, 대선예비주자 부인 초청 토론회까지 합하면 15회에 이른다.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 전에는 아직 경선도 거치지 않은 예비주자들까지 전부 나와 토론회를 열흘에 거쳐 치르기도 했다. 토론회 주최기간으로 보나 방영시간으로 보나 엄청난양이다. 게다가 아침토크쇼 등의 프로그램들까지 대선후보들을 초청해 유사TV토론을 벌였다. 가히 ‘TV토론 신드롬’이라 불릴 만하다. 사태가 이쯤 되다보니 시청자들도 대선TV토론회에 시들해졌다. 최근의 TV토론 시청률도 방영초기에 비해 차츰 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선TV토론이 썩어빠진 선거판을 뒤엎을 대안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대선자금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TV토론 한 번에 2백억씩 버는 셈’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청률 25%면 5백만명인데 이는 한번에 40억원 드는 1백만명 동원유세 5번의 효과라는 것이다. 고비용으로 각종 비리를 초래한 조직정치의 한계를 저비용의 미디어정치가 뛰어넘을 수 있으리라는 청사진은 그런 점에서 현실성을 가진다.
 또한 대선TV토론이나 후보들의 TV출연은 유권자인 시청자에서 어떤 형태건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한국 현대사에서 대통령후보들이 언제 이만큼이나마의 검증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정작 문제는 정보와 이해의 질에있다. 현재의 방송에서 유권자는 후보자가 제공하길 원하는 것외의 정보는 얻기 힘들다. 현재의 TV토론회는 토론이 아니라 간담의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 명의 대통령을 뽑아야하는 유권자들이 개별 간담회를 보고 어느 후보가 나은 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대선후보 초청토크쇼 등도 마찬가지다. ‘아내빼고는 무엇이든 새것이 좋다’라든가 ‘여자문제에 관한 한 나는 불행한 남자다’ 따위의 질문에 예 아니오로 답하는 후보들을 보면 유권자가 얻을 정보가 도대체 뭘까.
 TV라는 대중매체는 이미지 제조기다. TV에서 제공되는 유형 무형의 모든 정보들은 한 대상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이미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정보는 사소한 것들이다.
 92년, 대통령 빌 클린턴 후보와 조지 부시 대통령의 TV토론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빌 클린턴은 시청자에게 친밀감을 주어 높은 점수를 얻었다. 토론회 때 클린턴은 의자에서 일어나 청중석으로 다가가 질문자의눈을 응시하며 마치 일 대 일로 대화하는 듯한 태도로 답변했다. 그동안 부시는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지 않는 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리에 앉아 시간을  체크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유권자인 시청자에게 부시가 청중과 분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후보자의 태도 뿐 아니라 방송상의 사소한 화면변화도 당락에 영향을 준다. 프랑스의 74년 대선토론회에서 데스탱은 젊고 자신감 넘치는 이미지를 얻은 반면 미테랑은 긴장과 초조로 안절부절하는 이미지로 비춰졌다. 원인은 데스탱의 발언 도중 미테랑의 모습을 비춘 데에 있었다. 데스탱의 공격을 받자 눈을 깜박거리는 미테랑의 모습을 TV카메라가 여러번 비춘것이다. 화면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미테랑은 81년 대선에서 토론중 카메라가 발언하는 후보의 모습만을 비출 것과 측정후보에게 유리한 카메라조작을 배제하기 위해 후보 개인별로 보조연출자를 지칭할 것을 전제로 내세웠다. 미테랑의 조건은 받아들여졌고 공정한 TV화면 속에서 그는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대통련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강력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최대한 공정한 환경 속에서 TV토론을 개최해야 하는 것이다. 또 가장 중요한 정보만을 TV토론에서 다루어야 한다.
 유권자에게 후보간의 우열을 가를만한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토론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가까운 대안은 역시 후보자간 TV합동토론회다. 생중계되는 TV합동토론회에서는 집권정당이나 방송국의 편파적 시각에 의해 정보가 왜곡될 우려가 최소화될 뿐 아니라 후보간의 직접 대결을 통해 일인 기자회견식의 토론회에서는 나타나기 어려운 후보간의 격차가 뚜렷이 드러나 보이기 때문이다.
 결정적 정보를 가려보는 유권자의 안목도 중요하다. 유권자가 TV토론회 시청 전후에 TV토론과 대통령후보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이해를 갖는다면 TV토론에서 중요한 정보를 가려서 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제대로 아는 유권자가 제대로 된 대통령을 뽑는다.

 이 경 숙
<한국기자협회편집국 기자 · TV토론위원회 토론형식연구분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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