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신한국당 대표는 지난 8월 31일 ‘추석전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대통령 사면’을 김영삼대통령에게 9월 4일 주례회동시 건의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영삼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불가방침을 천명하였다. 그러나 몇 개월 남지 않은 김영삼 대통령의 임기내에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문제의 역사적 중대성에 비해 그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전노씨의 사면문제는 기본적으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전제가 충분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모일간지의 여론조사에서도 전노사면 반대가 무려 74%에 이르고 있음은 충분한 조건이나 명분도 있지 않다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판단이 아닐까 생가한다.
 전노씨의 구속은 두 개인에 대한 정치보복적인 인신구속이 아니라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국민의 인권을 유리하였던 독재권력에 대한 역사의 심판이며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한 역사적인 정치행위이다.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라는 역사적 진리를 정치권이 전노사면문제를 당리와 선거국면에 이용하려는 것은 그 어떠한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5 · 18특별법제정배경에 다시 한번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임기초 김영삼 대통령은 전노처벌에 대해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고 했으며, 국민들의 고소고발을 받아 조사한 검찰은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나서서 5 · 18 특별법 제정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하였고, 전국적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자 김영삼 대통령은 마지못해 특별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그간의 이러한 사정을 감안할 때 전노씨에 대한 사면은 적어도 이들에 의해 피해를 받은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대의 명분이 있을 때 이들에 대한 사면이 가능하고 또 사면의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지만 권한의 행사는 합리적이어야 함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우선 형기의 2/3를 넘겨야 하고, 당사자의 참회가 있어야 하며, 이를 근거로 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의 폭정 밑에서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치유가 있어야 하며, 열사와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및 양심수들의 사면 문제도 동시에 거론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이러한 이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사면논의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음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전노씨 사면건의가 이회창 대표가 일관되게 견지한다고 주장해왔던 ‘법대로’의 원칙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일이며, 지난 대선자금논란에 이어 이번 전노씨에 대한 이회창 대표의 사면건의는 그 원칙이 항간의 지적대로 ‘법대로’가 아닌 권련논리에 충신한 ‘표대로’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의 전노씨에 대한 무조건 사면제기 역시 반역사적인 정략적 태도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전노씨 사면에 대해 그동안 국민회의는 공식적으로 선사과 후사면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이번 김대중총재의 조건없는 사면제기는 최소한의 국민감정을 무시하고 무원칙한 정략적 발상에 기초한 것이므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노씨에 대한 사면은 국민의사를 무시한채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된다.
 이 땅의 정의와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목숨으로 보여준 광주영령들과 양심수들 그리고 국민들이 용서할 때 가능한 것이며 또한 죄를 지은자들의 사죄와 그 죄값을 충분히 받을 때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아쉽게도 죄인들은 참회하지 않고 있으며 양심수도 그대로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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