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축산물 전면 개방 그 전후

 소값 폭락 · 농가 부채 급증 피폐해지는 농촌
 농경시대를 지나 산업화시대, 이제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이하면서 농업은 한 시대의 경제수단이었던 것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채 그 뒤안길로 사라져야만 하는가. 더 이상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문구는 풍물패의 만장에만 그저 형식적인 문구로 쓰여져야만 하는가.
 지난 7월 1일 모든 농축산물이 전면개방되었다. 농축산물 전면개방은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현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당장에 각종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있으며, 농가부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수단인 ‘의 · 식 · 수’ 중 우리는 우리의 ‘먹거리’가 수입농산물과 정부의 대책없는 농업정책으로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던 93년 당시 농가부채는 한 농가당 6백82만1천만원이었다. 이것이 94년에는 7백88만5천원, 95년에는 9백16만2천원으로 증가했고, 96년에는 무려 농가부채의 1.7배 가량인 1천1백74만원으로 급증해 버린 것이다. 올해 농축산물 전면개방으로 그 부채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미 7월 1일 이후 고추, 양파, 마늘 등과 과일류, 소값 등이 끝을 모르는 듯이 폭락하고 있다.
 소값의 경우 큰소한마리가 약 1백40만원인 사상최저가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이전의 소값에 비해 약 1백만원이 하락한 가격이다. 이에 반해 사육비와 사료값은 30%가량이 상승하였다. 이것은 ‘본전도 못 건지는’ 꼴이 되어 그야말로 농민에게 빚더미를 떠안겨 준 것이다. 그런데 소값이 폭락했음에도 일반 소비자들은 소값이 폭락한 것을 전혀 느끼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육점에서 파는 쇠고기의 값은 전혀 내리지 않은 이전가격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복잡한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데, 결국 유통업자 즉, 중간상인이 축산농가의 손해를 그대로 취한 것이다.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아래 수입된 농축산물은 무역수지 적자의 44%에 달하고 있고, 7월 1일 전면개방으로 50%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기 위해 이른바 ‘신농정’이라는 농업정책을 수립하고 4년여간 57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무대포’식의 농업정책으로 아무런 성과도 없이, 오히려 농가부채만 증가하는, 헛수고만 한셈이 되었다. 그럼에도 올해 농촌에 예산은 약 9천억이 삭감된다.
 이러한 농촌현실과 정부의 무대책을 규탄하기 위해 9월 초에 전국적인 규탄집회(농민대회)가 개최되었고, 충청지역에서도 ‘소값폭락규탄 · 농가부채 해결 ·  농축산물 제값받기 실현을 위한’ 충남농민대회가 지난 9월 5일부터 7일까지 공주와 부여에서, 충북 농민대회가 9월 9일 충북 청주에서 열렸다. 이 노인대회에서 농민들은 “농축산물 수입이 전면 재조정 되어야 하며, 94년 전국민이 합의한 WTO이행특별법 시행령을 즉각 제정하라”고 주장했다.
 요즈음 미국산 수입쇠고기에서 O-157균이 발견되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선통관 후검역’제도로 이미 O-157균에 감염된 쇠고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농업이 자꾸만 피폐해져만 가고, 겨우 5%선을 지키고 있는 농업자급율도 더 적어진다면, 앞으로 이처럼 오염된 수입농산물이 아니면 우리의 밥상 위에 채울 것이 수저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을지 모른다.

김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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