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추이 대전시의 20년간 연평균 기온 추이를 4년 단위로 나타냈다. 인포/ 성수민 기자

  사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짧아진 봄과 가을,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더운 여름과 모든 것이 다 얼어버리는 겨울. 뚜렷한 사계절이 특색이었던 우리나라는 이제 봄,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도 빠듯한 기후로 변해가고 있다. 

안내문 지난해 감자 수급불안정으로 일부 메뉴 구성이 변경됐다. 캡쳐/ 롯데리아 홈페이지

  기후위기

  지금까지 기후위기는 지구온난화로 대표돼 왔다. 지구온난화는 산업화 이후 장기간에 걸쳐 전 지구 평균 지표면 기온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라는 용어가 인류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며 지난해 10월, ‘지구가열’이라는 용어가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됐다. 또한 온난화라는 단어로 인해 기온 상승에만 초점이 맞춰져 기온 양극화, 이상저온, 기상이변 등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최근에는 기후변화, 기후위기, 기후재앙 등 상황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 기온양극화
  기후위기는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 이후, 전 세계에서 기후위기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재작년 6월, 미국 포틀랜드는 섭씨 46.1도, 시애틀은 42.2도를 기록했고 캐나다 일부 지역은 49.6도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독일, 중국 등에서 수천만 명의 피해자를 낳은 홍수도 기후변화의 결과다. 콜럼비아 대학의 지구연구소는 2021년 8월, ‘네이처’에 게시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홍수 피해에 노출된 인구가 2000년부터 20년 동안 2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2030년까지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약 25개국이 새로운 수해 피해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연구는 지금까지 중국, 인도 등 아시아에 밀집해 있던 피해국이 유럽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중동 지역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남아공에서는 60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홍수가 발생해 500여 명의 사상자를 낳기도 했다.

시뮬레이션 해수면이 39m 상승하면 빨간 부분까지 침수된다. 캡쳐/ 해양환경공단 홈페이지


  이상저온도 점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18년부터 매년 4월 상순경에 저온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실황을 발표했다. 2020년 7월은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3도나 낮게 지속됐고, 2021년 5월은 예년에 비해 2도가량 낮은 평균기온을 기록했다. 이로 인한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2018년 경기도는 도내 배 재배지를 대상으로 이상저온에 의한 피해규모를 조사했다. 그 결과, 약 700ha 면적에서 약 700억 원의 피해 금액이 발생했다. 지난해 농림식품부가 봄철 이상저온 피해 규모가 약 3만 ha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을 감안하면 이상저온 피해 또한 극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저온은 폭염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예년과 달리 그 빈도가 잦아지며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 갖은 노력에도 제자리 걸음
  지표면 가열로 인한 빙하 해빙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빙하는 빙하 내 온실가스 포획, 태양 빛 반사 및 기온 유지, 해수 운용 이외에도 지구 순환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지구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빙하의 해빙은 단순히 해수면 상승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이에 스위스 정부는 알프스산맥 최고봉인 몽블랑 일부 빙하에서까지 붕괴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자 방수포를 덮어 해빙 속도를 늦추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빙하 전체에 방수포를 덮는 데 연간 1조 2000억 원이 필요할뿐더러 기후변화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어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후위기를 저지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하나둘씩 등장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은 기술은 대기 중에 에어로졸을 주입하는 것이다. 에어로졸은 대기를 부유하는 기체가 아닌 입자를 이르는 말로, 대기 중에 미립자가 많아지면 태양 빛 반사율을 높이고 구름 형성을 도와 강수량을 늘릴 수 있어 기온 조절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지난달 미 국립과학원회보는 인위적으로 강수를 제어하는 것이 대기·해수 순환에 영향을 줘 우리나라의 계절별 기상현상을 관장하는 몬순기후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기후는 특정 장소에서 30년 이상의 주기 동안 평균적으로 발생하는 기상 상황을 의미하는데, 기상예보 또한 이를 토대로 계산된다. 기후가 바뀌면 가뭄, 홍수, 해수 온도 상승과 그에 따른 해양생태계 변화 등의 문제를 발생시켜 기상예보의 정확도를 떨어뜨린다.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이 오히려 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고 과학계는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기술 연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2020년 1월, 미국 의회가 기후 관련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400만 달러를 배당하며 기술 연구가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어두운 미래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는 잠시도 멈춘 적이 없고, 앞으로도 돌이키기 힘들지 모른다. 만약 우리가 기후위기를 개선해 나가지 않는다면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까.
  - 아사로 끝나지 않는다
  ‘2000원 아메리카노’가 옛말이라도 된 듯 이제는 많은 커피 업계가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원재룟값 인상으로 인한 피치 못한 결정이었으며, 이 또한 기후변화가 초래한 결과다. 커피 원두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로 손꼽히는 브라질은 전 세계 원두 공급량의 3분의 1을 생산한다. 하지만 브라질 커피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브라질의 원두 생산량은 작년 대비 22.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심장이라 불리는 브라질에서조차 한파와 가뭄이 반복되며 작황에 무리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식량난 문제는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국가에서 주식으로 삼는 밀과 감자의 흉작은 식량난이 정말 우리의 목숨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경고 메시지다. 올해 초, 감자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감자튀김을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악조건 속에서도 일정 수확량을 내던 감자가 기후변화 여파로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감자가 어떤 조건에서도 잘 자라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최근엔 기온상승에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식량난에 대해 유성구에 거주하는 A 씨는 “커피 가격이 오르는 건 물가 상승과 함께하는 예삿일이었는데, 패스트푸드점에서 감자튀김을 아예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은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몇 달 동안 여러 지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정도로 기후변화가 심각한가’ 하는 우려를 처음으로 해봤다”며 기후변화를 체감하게 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식량난은 단순히 작황 악화, 수급 불안정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4월, 통계청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20년 기준 19.3%를 기록해 사상 처음 20% 선이 붕괴됐다. 우리나라처럼 식량자급률이 낮은 국가는 세계적인 식량난에 직격타를 맞는다. 식량안보가 극심히 위협되고 더 이상 자급이나 원조로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하면 식량전쟁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견도 존재한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식량 수출 통제에 나선 나라는 35개국에 달한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8일 식용유로 쓰이는 팜유와 팜유 원유 수출을 전면 금지하며 불법 수출을 막기 위해 해군 함정까지 동원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놨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의 세계적 확산과 잦아지는 기상이변 등 전 지구적인 환경 문제로 인해 ‘식량의 무기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돈 주고도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우리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 익사로 끝나지 않는다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은 이미 저명한 사실이다. 몰디브와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섬이다. 몰디브는 해수면 상승으로  지반이 침식돼 2100년경 지구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투발루는 이미 국토 3분의 1이 침수돼 2060년경, 9개의 섬 모두가 가라앉을 것이라 예상된다. 한편 최근 새롭게 떠오른 피해지역은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기존 수도였던 자카르타 대신 다른 곳으로 수도를 이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높은 인구밀집도와 그에 따른 대기오염이 근거가 됐으나 지반 침식 또한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까지 높은 이전 비용과 큰 규모의 사업으로 지지부진했던 수도 이전을 기후변화로 인해 앞당기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이 물에 잠기고 발 디딜 땅이 부족해진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으나,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해수면 상승은 동일한 해발고도의 모든 지역까지 물이 들어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건물이 조밀히 들어서 있고 지하까지 면밀히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하시설에 대한 문제는 아직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생활에 가장 많이 쓰이는 지하시설로는 통신·전기·난방열관 시설 등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해당 시설의 지중화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세종시의 신도시인 행정중심복합도시는 구축 당시 이미 100% 지중화를 완료했다. 또한 한국전력공사가 2020년 8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은 89.6%, 인천은 72.8% 지중화를 완료했고 대전도 28.9% 지중화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장마철 일부 지역이 침수되는 경우도 있어 지중화사업을 수행할 때 침수에 대비하고 배수로도 함께 정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지하시설이 수몰되는 경우의 해결책이 되지 못하며 이에 대한 대비는 거의 돼 있지 않다.
  지하시설에서 교통도 많은 몫을 차지한다. 지하철이나 지하차도는 우리 삶에서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작년 한 해, 대전 1호선은 약 15만 명이 이용해 전국 이용객 수 19위에 올랐고, 전국에서 가장 많이 이용한 노선인 서울 2호선의 경우 이용객이 216만여 명에 달한다. 전국에 운행 중인 지하철 노선이 33개인 것을 감안하면 지하 교통시설을 이용하는 인구가 적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로 수몰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존재하지 않는다. 전국의 10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교통시설이 수몰되는 미래는 해수면 상승이 사회 기반을 파괴할 것임을 드러낸다.
  - 갈사·동사로 끝나지 않는다
  기상이변으로 인해 가뭄, 폭염, 한파 등이 덮쳐 흔히 ‘에너지 빈곤층’이라 하는 특정 계층의 사망률이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광열비(광원과 열원에 대한 비용)로 소득의 10% 이상을 지출하는 가구를 뜻한다. 
  이들은 여름철에는 적절한 냉방을 하지 못해 온열질환을 겪고, 겨울철에는 적절한 난방을 하지 못해 한랭질환을 겪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빈곤국이나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온열·한랭 질환자가 다수 발생하는 만큼 기상이변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다.
  그러나 기상이변은 ‘빈곤층’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갈사·동사 피해자도 분명 발생하겠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기상이변의 심화는 기후난민 발생을 야기한다. 기후난민이란 기후변화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세계 인구 중 30%가 기후난민에 해당할 것이라는 보고도 존재한다.
  난민의 등장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온다. 실제로 2015년에 발생했던 시리아 난민은 국제적인 화제였다. 그들이 분명 정치적 난민임에도 그들을 돕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았다. 더욱이 기후난민은 더 많은 논쟁거리를 포함한다. 그들의 국적은 어떻게 정할 것이며 그들을 포용할 나라는 어떻게 선정할지 등 세부적인 문제가 이어진다. 하물며 수용할 수 있는 면적이 더 줄어든 상황에서 단순히 난민들이 갈사·동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인 불화를 유발할지도 모른다.

  지구는 아프지 않다

  지금까지 기후위기를 예방하기 위한 환경보전 운동의 가장 대표적인 표어는 ‘지구가 아파요’였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환경이 파괴되면서 지구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표어가 근본적으로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지 못한다는 의문이 계속 제기돼 왔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지구를 쪼개버린다거나 녹여버린다거나 붕괴시키지 않는다. 기후변화는 순전히 인류 활동에 의한 결과이므로 지구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임은 분명하나 이로 인해 지구가 아프지는 않다. 우리는 기후변화로 멸망에 달하는 것이 우리 자신임을 간과하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최재천 교수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닥친 현실이라고 일깨웠다. 최재천 교수는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난은 전쟁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인간 사회가 붕괴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덧붙여 기후위기에 대체하기 위해 국제기구, 국가, 기업, 개인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서 각자의 노력을 강조했다. 특히 “이미 MZ세대는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고르는 등 환경에 일조하는 소비를 하며, 이러한 움직임이 기업을 변하게 하고 나아가 사회와 세계를 바꿀 수 있다”며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사람의 노력은 미약해 보일 수 있을지라도 그런 개인이 모여 사회가 만들어지듯 각자의 노력이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삶을 이 극단까지 밀어 넣은 것도, 다시 우리 삶을 구제하는 것도 모두 우리 자신이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지금,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자의 노력이 절실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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