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자의 아침

                                   김소연

나 잠깐만 죽을게

삼각형처럼

​정지한 사물들의 
고요한 그림자를 둘러본다
새장이 뱅글뱅글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 잠깐만 죽을게
단정한 선분처럼

​수학자는 눈을 감는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숨을 세기로 한다
들이쉬고 내쉬는 간격의 
이항대립 구조를 세기로 한다

​숨소리가 고동 소리가 맥박 소리가
수학자의 귓전에 함부로 들락거린다
비천한 육체에 깃든 비천한 기쁨에 대해 생각한다

​눈물 따위와 한숨 따위를 오래 잊고 살았습니다
잘 살고 있지 않는데도 불구하고요

​잠깐만 죽을게.
어디서도 목격한 적 없는 온전한 원주율을 생각하며

​사람의 숨결이
수학자의 속눈썹에 닿는다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를 상상한다 

 

  신록이 가득한 유월이 다가옵니다. 저는 유월을 제일 좋아하지만, 동시에 가장 슬픔을 느끼는 달이기도 합니다. 유월은 저에게  한 해의 반이 지나갔다는 시간의 날카로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또 저는 자라나는 초록의 생명 속에서 져버리는 꽃들을 보며 죽음을 느끼기도 합니다. 이번 연재에서 다룰 작품은 슬픔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시, 김소연 시인의 <수학자의 아침>입니다. 학우 여러분들은 슬픔과 수학이 관련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감정 그 자체인 슬픔과 더 이상의 의미가 필요 없는 수학의 만남. 여러분들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인은 수학과 슬픔을 연결합니다. 수학은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 불변의 학문이기에, 시인은 죽음이 수학이라고 연결합니다. 1연에서 ‘나 잠깐만 죽을게/삼각형처럼’ 이 나오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시인은 온전한 원주율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들이쉬고 내쉬는 이항대립 구조를 세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죽지 않는 사람을 꿈꿉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금 안고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하기로 하고, 더 꼭 끌어안습니다.
  ‘사람의 숨결이/ 수학자의 속눈썹에 닿는다/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휘어질 직선의 길이를 상상한다’ 이 부분에서도 사람의 유한함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언젠가 바뀌게 될 사람의 존재, 지금은 직선이지만 즉 살아 있지만 언젠가 반드시 곡선으로 바뀌게 되어 죽게 될 사람의 존재를 상상합니다.
  우리는 다양하고도 극단적인 감정의 끝에 이르러 슬픔을 경험하게 됩니다. 슬픔은 종합적인 깨달음의 감정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슬픔은 온전한 감정의 부분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인은 슬픔이라는 감정은 결과를 도출해서 나온, 수학의 영역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제 <수학자의 아침>이라는 제목에서 슬픈 아침을 맞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언젠가 죽게 될 사람을 생각하며 감정의 끄트머리에서 슬픔을 느끼는 시인이, 저에게는 꼭 유월 같다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박시현 (국어국문학·4) @garnetstar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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