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사람을 쉽게 판단하는 그대들에게
  현대사회에는 사람을 판단하는 다양한 기준이 있다. 우리는 학벌, 외모, 재산 등 외적 요소만 보고 한 사람을 쉽게 예단하곤 한다. 나 역시도 아닌 척했지만, 누구보다 사람을 외적 요소로 쉽게 판단하는 사람이었다. 학벌 좋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으며, 돈 많은 사람이 심적 여유가 더 많을 것이라 생각해왔다. 그러던 중 2021년, 내가 스물한 살이 되던 해, 경험 삼아 카드사 콜센터에서 일하게 됐고, 그때 만난 사람들을 통해 내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21살 애 엄마
  콜센터에는 나이 많은 사람 투성이었지만 그중 유일하게 나와 동갑내기인 친구가 있었다. 이것도 인연이다 싶어 밥도 같이 먹고 가끔 얘기도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됐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은 그 친구가 내 어머니의 제자였고,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소위 말하는 날라리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사실 그 친구의 과거는 염색 머리, 문신, 짧은 치마 등 겉모습만 봐도 유추가 가능했다. 
  이후 그 친구가 일을 그만두며 짧은 인연은 끝이 났다. 그러다 얼마 전 그 친구 소식을 듣게 됐다. 애 엄마가 된 그 친구는 시어머니를 엄마라고 부르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친부모님의 이혼으로 늘 불안정해 보였던 그 친구는 이제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면 그게 성공한 인생 아닐까?
  21살 인권운동가
  콜센터는 기수별로 교육을 듣고 이를 통과한 사람들끼리 팀을 꾸려 일하는 구조다. 교육을 통과한 후 또 다른 동갑내기 여자아이를 알게 됐다. 짧고 동그스름한 머리를 가진, 편한 복장의 여자아이였다. 처음 봤을 땐 추레한 행색만 보고 편견을 가졌는데, 실은 성격도 좋고 성실한 아이였다. 퇴근 후 그 아이와 함께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고등학교를 1년 꿇었다던 얘기를 듣자마자 나는 또 편견을 가질 뻔했다. 그러던 찰나, 중3 때 아버지와 1년간 세계일주를 하느라 고등학교를 늦게 갔다는 얘기가 이어졌다. 대학은 가지 않을 예정이라 했다. 남들이 가라는 길을 가지 않고, 누구보다 꿋꿋이 자기의 길을 걸어가는 그 아이를 보며 행복의 기준은 여러 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6살 연극배우
  이 언니가 처음 내게 건넨 말은 “담배 피워요?”였다. 언니는 쉬는 시간마다 담배를 피웠다. 속으로 ‘이거 순 날라리 아니야!’하며 그다지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외로 언니는 일도 잘하고 똑똑했다. 또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연극배우라는 꿈을 위해 돈을 모으며 어린이 연극단 일을 병행하고 있었고, 주말에는 동물원에서 연극을 하고 있었다.
  이밖에도 유아교육과 휴학생, 간호조무사를 그만두고 온 사람도 있었다. 또, 기자 생활을 한 사람, 컴퓨터를 못 다뤄 울면서 그만둔 사람도 있었다. 
  사실 우습게 생각하고 갔던 콜센터였지만 나름 대로 공부 좀 했다고 생각하는 내가 일을 제일 못했다. 콜센터에서 일하던 그때는 내 오만함에 부끄럼을 느꼈던 나날이었다. 동시에 오만과 편견을 조금이나마 고치고 세상을 넓다는 것을 알려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오만과 편견>-제인 오스틴

이다연 (국어교육·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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