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충남대다

  충남대가 개교 70주년을 맞았다. 1952년 도립 충남대로 출발했다. 10년 후 국립 충청대학교가 되었다. 이듬해 충남대와 충북대로 분리되었다. 20주년이 되던 1972년 충남대 의대 부속병원이 개원했다. 중부권 최초의 교육병원이었다. 개교 30년이 될 때 대덕 캠퍼스 시대가 열렸다. 이후 성장은 눈부시다. 현재 16개 대학 93개 학과에서 2만 3천여 명의 학부생이 공부하고 있다. 일반·전문·특수대학원에서 학업 하는 석·박사과정 학생은 6천여 명이다. 물경 졸업생은 학부 16만, 대학원 5만여 명에 이른다. 
  충남대가 이룬 성과는 도민과 시민, 재학생과 졸업생, 보직자와 일반 구성원들이 뜻을 모은 결과물이다. 또 있다. 삯바느질로 밤을 새우고 돌멩이 논밭을 괭이로 일궈 번 돈으로 학비를 마련해 준 학부모의 땀방울이 있다. 차마 부모의 가난한 눈물을 외면할 수 없어 비싼 서울행 유학 보따리를 싸는 대신 국립충남대에 입학한 마음 따뜻한 동문의 한이 있다. 모두가 박수를 받아야 할 장학생이다. 발전기금의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으랴만, 우리는 어떤 분들의 아주 특별한 기여를 한 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심화 이복순, 이영순, 성옥심 여사는 파출부를 하거나 김밥, 포목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했다. 헌신한 분들의 한결같은 뜻은 “사람을 키워달라”는 것이었다. 
  사람이 충남대다. 충남대는 창의·개발·봉사 정신이 풍부한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 과연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가? 2021년 기준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르면, 충남대의 인재상은 ‘미래 혁신 주도형 창의인재’다. 미래 사회 수요에 대응한 창의 융합형 인재 양성이 세부 목표다. 발전계획서에 담겨 있는 비전과 내용은 나무랄 데 없이 화려하다. 성과도 나쁘지 않다. 일례로 LINC·LINC+ 그리고 LINC 3.0 사업에 잇따라 선정되고, 최대 6년간 330억 원의 재정지원을 받게 되었다. 
  사람이 충남대다. 사람은 질문하는 존재다. 이치에 맞지 않을 때는 물론, 당연한 것에 대해서도 질문하는 존재다. 그래서 우리도 묻는다. ‘미래 혁신 주도형 창의인재’ 목표는 적절한가? 발전계획은 차근차근,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가? 또 묻는다. 미래는 언제를 가리키는가? 지금, 여기서 발생하는 ‘현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미래’로 건너갈 수 있는가? 미래 혁신을 주도할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하나의 기술과 다른 기술과 부가적인 기술을 익히고 융합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의 배양이 ‘창의인재’ 교육의 궁극인가? 70년 전 우리의 선각들이 충남대를 설립하여 육성하려던 ‘사람’과 지금 우리가 발전계획을 통해 달성하려는 인재상은 같은가, 다른가? 아낌없이 모든 재산을 충남대에 기부한 분들이 소망한 인재를 우리는 양성하고 있는가? 
  사람이 충남대다. 학교 땅이 넓어지고 건물 수가 많아지며, 외부의 재정지원 사업의 수와 액수가 늘어나는 것이 발전의 표징일 수도 있으나,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당장 학교 통합 문제만 해도 그렇다. 통합 논의를 이끄는 사람들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잃어야 할 것을 정직하게 가름해 알려야 하고, 구성원 저마다의 생각과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것을 대화의 전제로 삼아야 한다. 실험실과 강의실 교육만으로 인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발전계획과 교실 수업과 현장의 대화가 따로 분리돼 제각각이라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학교통합 논의에 지금의 학생과 학생이었던 동문과 학생의 이웃인 지역민들의 의견을 더 많이, 실질적으로 들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은 그런 과정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대학은 사람이 모여 사람을 키워내는 곳이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거두고, 더불어 공존하려는 태도야말로 현재와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아닐까? 공감과 소통하는 역량을 갖춘 사람. 그리고 부단히 미래 첨단의 기술 능력을 배양하는 것. 충남대 개교 70주년의 역사가 이룩한 가치이자 앞으로 백 년을 이끌어 갈 힘의 원천일 것이다. 사람이 충남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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