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가 사라진 자리

김덕형 기자,  사회학과

  「2022년 3월 28일 오전 8시 17분, 서울 지하철 3호선 열차엔 평소와 다른 안내방송이 흘렀다. “현재 장애인 지하철 시위로 인해 열차 출발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동권 등 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 장면이다. 당시 시민들은 “이걸 대체 언제까지 해”, “거지 같은 것들이 왜 난리야” 등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출근길에 지하철을 탄다는 말이 왜 특별한 말이어야 합니까? 우리는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해서 교육받지 못하고, 교육받지 못해서 일하지 못합니다”라며 장애인의 현실을 토로했다.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시민의 반응과 전장연의 주장, 그리고 여론 그 어디에도 공동체를 위한 목소리는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시민의 부정적인 반응과 전장연 대표의 주장 모두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시민은 전장연의 시위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어 이들에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전장연 또한 사회가 용인하는 방법으로는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는커녕, 여론의 관심조차 받을 수 없어 집단행동을 강행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장애인을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면, 여론은 단순히 ‘불법 시위 논란’, ‘시민의 불편’에만 집중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출근길 14만 명을 실어 나르는 지하철 운행 과정에서 장애인 7명이 연달아 지하철에 탑승했고 지하철이 지연됐다. 현재 대중교통 시스템은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사회 시스템이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됐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전장연의 집단행동만을 비난하고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타당한 것일까? 
  우리가 주목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지점은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한 특정 집단의 행동이 아니라, 나와 타인이 함께하는 공동체 시스템의 개선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전장연의 시위에 대한 한 정당 대표의 언행은 매우 무책임하다. 그는 자신의 SNS에 해당 시위를 비판하는 게시물을 3월 25일부터 닷새 동안 총 20건 게시했다. 그의 주된 논점은 전장연이 고의로 지하철을 지연시킨 행동이 비문명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에 틈이 있어 휠체어 바퀴가 빠졌고, 그로 인해 지하철이 지연됐다.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할 대상은 전장연이 아닌 서울교통공사이다. 
  우리는 전장연을 힐난하고 비꼬는 데 시간과 자원을 쏟을 게 아니라 공동체 바깥에 존재하는 이들은 누구인지, 이들을 공동체 안으로 포용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집중해야 한다. 공동체가 무너진 자리엔 각자도생을 향해 치닫는 개인만이 존재하고, 그 사회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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