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도서관 자료실 도서관은 협력소비의 대표적인 예다. 사진/ 성수민 기자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2016년 한국 상륙 이후, 6년 만에 이용자 수 1,000만 명을 달성했다. 그러나 구독자들은 여전히 이용권 선택에 고민이 많다. 9,500원인 1인용 기본권 ‘베이식’은 혼자 이용하기엔 요금이 그 자체로 부담될뿐더러 다인권에 비해 기능이 제한된다. 그 때문에 ‘프리미엄’ 이용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베이식의 2배를 호가하는 가격 탓에 선뜻 혼자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최근에는 구독자들이 모여 이용권을 함께 사용하는 모습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상품이나 서비스를 여럿이 공유하는 문화를 협력소비라 한다. 

대전시 공유자전거 ‘타슈’ 이용자가 많아 거치대 대부분이 비어 있다. 사진/ 성수민 기자

  협력소비란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협력소비란,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인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 나눠쓰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크게 공공재, 대여·중고거래, 공유경제로 구분할 수 있다.
  공공재는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로, 대개 국가가 국민의 편의를 위해 운영 주체로 나선다. 때문에 시장가격이 존재하지 않고 누구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공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대여·중고거래는 협력소비 중에서도 이윤을 추구하는 상품 소비 형태이다. 소유자는 본인의 물건을 이용하지 않을 때, 그 가치가 발하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대가를 지불한 상품이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길 바라는 것이다. 때문에 자신이 사용하지 않을 때 다른 이에게 물건을 대여해주거나 물건을 버리지 않고 판매해 금전적 수익을 얻는다. 이때 이용자 혹은 구매자 역시 자신이 필요한 만큼만 상품을 이용하거나 싼 값에 상품을 구매해 금전적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반면 공유경제는 공공성 없이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지만 이윤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2008년 하버드대학교, 로렌스 레식 교수는 그의 책 <리믹스>에서 화폐를 매개로 하지 않는 경제 활동으로 공유경제를 제시했다. 그가 정의한 공유경제는 화폐를 교환의 매개로 삼는 상업경제와 달리 인간관계나 자기만족감 등이 복잡하게 결합해 교환의 매개로 작용한다.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잉여자본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웃 간에 도움을 주고받으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인 것이다.

연도별 주요 협력소비 분야 성장 추이 협력소비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인포/ 성수민 기자

   역사 속 협력소비

  ‘사람 인(人)’이라는 한자는 두 사람이 기대어 서 있는 모습을 나타냈다는 말이 있다. 이처럼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 도우며 살아 그 모습이 글자로 굳어졌을 정도이니 협력소비의 기원을 특정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그중 눈여겨볼 만한 것은 무엇일까.  
  협력소비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바로 공공재로 저명한 도서관이다. 초기 도서관은 기록물 보관용에 지나지 않았지만 도시의 지도자가 권력 과시를 위해 도서관을 점차 시민에게 개방하기 시작했다. 운영자는 자신의 권력을 굳히고 이용자는 구하기 어렵던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이처럼 도서관은 서로의 목표를 책이라는 공통된 물품으로 충족하는 가장 초기의 협력소비라고 할 수 있다.  
  어릴 적에 ‘아나바다’를 경험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는 협력소비 중 대여·중고거래의 예다. 아나바다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준말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를 다시 일으키고 물자절약을 실천하기 위해 이뤄졌던 캠페인이다. 아이가 다 자라 사용하지 않게 된 유모차나 몇 번 이용하고 손이 가지 않던 가습기 등 집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지역민들과 싸게 주고받던 기억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공유경제 또한 우리 삶에 녹아 있었다. 최근까지도 활발히 활용되는 무료나눔은 공유경제의 의의가 잘 드러난다. 제공자는 자신에게 쓸모를 다한 물건을 무료로 나눠주고 타인에게 도움을 줬다는 것에 자기만족감을 얻는다. 
  하지만 최근 협력소비는 소개한 세 가지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우리 삶 속에서 협력소비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중고거래 채팅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의 채팅 화면을 재구성했다. 인포/ 성수민 기자

  일상 속 협력소비

  이제 우리 삶은 공유문화와 떼어놓기 힘들다. 20세기 후반 광범위하게 보급된 자동차는 생활에 편리를 더했지만 비싼 가격과 유지 비용은 여전히 흠이었다. 이때, 목적지가 비슷한 사람끼리 한 대의 차를 같이 타고 다니는 카풀 문화가 등장했다. 지금은 더 발전해 시간제로 자동차를 대여하는 카셰어링 서비스까지 대중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교통
  우리 학교 학우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유 킥보드도 협력소비의 예다. 공유 킥보드 이용 만족도가 높다는 A 학우는 “등교할 때 공유 킥보드를 종종 이용하는데, 항상 이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거금을 들여 구매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충전, 기기 점검 등 관리가 필요하다 보니 필요할 때마다 빌려쓰는 것이 편한 것 같다”며 “요금이 비싸긴 하지만 교내에서 이동할 때 타기에는 무리가 없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공유 킥보드와 더불어 공공자전거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처음 공공자전거의 이름을 알린 서울시의 ‘따릉이’는 900여 대의 자전거로 사업을 시작해 6년 만에 40,000여 대의 자전거를 제공하고 있다. 대전시의 공공자전거인 ‘타슈’ 또한 2012년 사업을 시작해 현재 총 2,305대의 자전거를 지원한다.
  공간
  이동수단뿐만 아니라 공간에도 협력소비가 적용된다. 21세기 자본주의는 경제가 고속성장하던 20세기와 비교해 저성장 시대를 맞이했다. 그로 인해 최소한의 자본으로 최고의 효율을 내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도 팽배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공간을 공용으로 이용하거나 미팅룸을 단시간 임대하는 공유 오피스 문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 학교 도서관 지하에 마련된 세미나실, 스터디룸 등을 포함한 크리에이티브 존이 그 예이다. 크리에이티브 존은 일주일 동안 해당 주간의 이용을 예약할 수 있다. 도서관 앱 예약창에 들어가보면 금요일 자리도 미리 예약된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많은 학우가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중고거래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도 두드러진다. 2015년 7월 출시된 당근마켓의 월평균 이용자가 1,500만 명에 도달할 정도로 중고 물품을 쉽게 구매·판매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고 있다. 대전시 서구에서 중고거래를 이용하는 B 씨는 “평소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게시글을 둘러보기도 하고 잘 쓰지 않는 것들을 소소하게 용돈 받는 기분으로 팔기도 한다”며 “거래를 하고 좋은 후기가 달리는 게 뿌듯해 앞으로도 중고거래를 자주 할 것 같고, 서로 나누는 문화가 삶에 자리 잡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협력소비의 효과 

  유엔 인구분과위원회에 따르면 1850년 산업혁명의 효과로 세계 인구는 11억 명까지 급증했다. 불과 110년이 지난 1960년대에는 2배가 넘는 30억 명에 도달했으며 현재는 79억 명에 육박한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와 맞물려 자원고갈도 큰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협력소비는 자원 부족과 인구 증가에 따른 수요 증진 해결에서 그 효용을 드러낸다. 여러 사람이 한 상품을 나눠 쓰면서 자칫 낭비할 수 있는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것이다.
  협력소비는 우리에게 경제적 도움도 준다.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라는 신조어는 협력소비의 경제적 이점을 대변한다. 우리는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협력소비를 통해 한 상품에 소비할 금액을 여러 명과 나눠 부담하면 자본도 절약할 수 있고 남는 금액을 다른 것에 더 투자할 수도 있다. 적은 금액과 노력으로 여러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는 점에서 협력소비의 효율성이 잘 드러난다.
  최근에 화두로 떠오른 기후변화의 대책으로도 협력소비를 활용할 수 있다. 협력소비의 한 예인 차량공유는 운용하는 차량 수를 감축해 오염물질 배출을 절감하도록 한다. 그뿐만 아니라 유휴자산 활용률을 증대시켜 신규 생산을 축소하고 이전보다 환경비용을 저감할 수 있다.
  또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당근마켓은 이용자가 거래 가능한 지역을 거주지 주변 동네로 제한해 이웃과 거래를 유도한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의 ‘공유경제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에 따르면 당근마켓처럼 신규로 창출되는 거래가 지역기반일 경우, 지역자원을 활용해 지역에서 새로운 소득을 창출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다수의 수요자와 다수의 공급자가 낮은 탐색비용으로 거래를 이루며 소비자 후생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협력소비의 옥에 티

  반면 공유물품을 사용할 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바로 안전성이다. 공유숙박업이나 자동차 대여는 협력소비에서 우리가 가장 접하기 쉬운 형태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공유서비스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늘고 있어 이용자들은 불안에 휩싸인다. 지난해에는 공유차량을 빌려 초등학생을 납치·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불법 도촬 관련 문제도 여전히 끊이지 않고, 최근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는 경우 여러 사람을 거치는 협력소비는 더욱 문제가 된다. 협력소비는 그 특성상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소유자와 이용자가 일치하지 않아 관리나 문제를 책임질 주체가 없다. 제공자와 이용자가 대부분 개인이기 때문에 이용자가 자신의 안전에 전적인 책임을 도맡아야 하는 점은 여전히 불편 사항으로 남아 있다.
  협력소비 확대가 개인 수준의 부작용만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KDI는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아래의 사회적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다.
  우선 공간공유가 활성화되면 주거안정성이 위축될 수 있다. 주택, 오피스텔 매입 수요가 증가해 집값 상승을 야기하고 임대인들이 세입자에게 퇴거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재능기부 등 노동력이 거래되는 형태에서는 단순노동일수록 공급경쟁이 치열해져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그 결과, 개인이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거나 거래관계가 고용관계로 발전해도 상호 신뢰를 쌓지 못하는 등 사회적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
  협력소비로 인해 상품에 대한 실수요가 감소하고 그 결과 실물경제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협력소비가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IT 산업과도 접목하면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교보증권의 ‘공유경제와 투자의 기회’에 따르면 협력소비는 개인 간에 거래가 이루어지는 특성상 관련 문제점을 해결하기 어렵다. 현재, 중고거래나 개인 대여 등 돈이 오가는 협력소비 형태에는 개인을 보호할 마땅한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때문에 시장 규모가 더 커지기 전에 미리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기 전까지는 규제하지 않고 관망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 간의 거래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는 만큼 소비자와 공급자를 보호할 관련 법안이나 규제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소비, 새로운 태도

  프랑스의 경제학 교수인 다니엘 코엔은 책 <초예측>에서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다른 사람이 소유한 것을 가지려고 한다”며 “프랑스에서 일반 국민의 삶은 1970년과 비교해 2배 윤택해졌지만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소유는 더 이상 우리에게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를 소유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줄 협력소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협력소비가 새로운 모습으로 주목받고 계속 진화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이나 인식은 그 속도를 뒤쫓지 못하고 있다. 협력소비가 우리 삶에 올바르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용자이자 제공자인 우리의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1세기의 우리는 저성장 시대, 자원은 부족하고 인구는 넘쳐나는 시대에 놓여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협력소비의 필요성은 계속 제기될 것이다. 앞으로 마주할 국면에 이 소비 형태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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