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호출 택시 시장의 강자 카카오택시는 별점 시스템을 활용한다. 사진/ 김덕형 기자

  상대방 얼굴에 숫자가 떠오른다. 5점 만점에 4.23점. 이 숫자는 상대방의 가치를 나타낸다. 드라마 <블랙미러>의 ‘추락’ 에피소드는 별점이 지배하는 사회를 그린다. 드라마 인물들은 누구를 만나도 스마트폰으로 타인의 점수를 매기기 바쁘다. 이 점수는 개인의 직장과 집을 결정하고 각종 사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주인공 레이시는 가식과 위선에 찬 가면을 쓰고 별점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이내 경멸감을 느끼며 별점의 족쇄를 벗고 ‘추락’한다. <블랙미러>의 ‘추락’은 그저 드라마와 영화 속 이야기일까.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별점 시스템을 살펴봤다.  

별점 피해  별점 시스템 피해는 주로 자영업자에 집중돼 있다. 인포/ 김덕형 기자

  일상에서의 별점

  중국은 <블랙미러>의 별점 시스템과 유사한 사회신용시스템을 2014년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중국의 사회신용시스템은 공과금 납부 내역, 교통법규 준수 여부, 온라인 대화 내용 등을 토대로 시민에게 점수를 부여한다. 고득점자는 창업 지원과 자녀 장학금 지원, 전기료 인하 등 각종 혜택을 누리지만 저득점자는 공공부문에 취업할 수 없거나 고속철도, 항공기, 고급 숙박시설 등을 이용할 수 없다. 
  우리 일상은 어떨까. 모바일 기술이 발전하고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별점 시스템은 사회 곳곳에 자리 잡게 됐다. 음식 주문부터 영화 시청, 택시 호출, 쇼핑 등 별점 시스템은 여가 활동을 넘어 의식주 분야까지 활용된다. 이전에는 책자를 보며 무슨 음식을 먹을지 고민했다면, 오늘날에는 배달 앱에서 별점과 후기를 참고해 어디서든 배달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소비자는 미용·병원 진료 등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온라인에서 재화 구매 시 사람들이 내린 별점과 후기를 참고한다.  

별점 테러  배달 앱에 근거 없이 적혀 있는 별점과 리뷰를 재구성했다. 인포/ 김덕형 기자

   모바일 플랫폼과 별점

  별점 시스템은 단순히 소비 분야에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플랫폼 노동이 등장하면서 별점 시스템은 노동 분야에까지 녹아들고 있다. 
  플랫폼이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일종의 유무형 공간을 의미한다.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배달 앱, 택시 호출 앱, SNS 등이 플랫폼에 해당한다. 플랫폼 노동은 주로 모바일 앱 환경에서 이뤄진다.
  플랫폼 노동은 고도로 분업화된 형태로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플랫폼에선 누구나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가사 도움부터 번역, 영상 편집, 생활 심부름, 법률 서비스, 배달 서비스 등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노동은 무궁무진하다. 주목할 점은 별점 시스템이 노동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A 씨는 온라인 플랫폼 ‘크몽’에서 내레이션 녹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 씨는 고객이 자신의 온라인 페이지를 검토하고 의뢰를 맡기면 고객과 소통하며 작업을 진행한다. A 씨는 고객이 남기는 별점과 후기에 대해 “작업을 의뢰했던 고객이 만족했다는 별점과 후기를 남기면 더욱 열심히 작업에 임하려는 동기가 생긴다”고 말했다.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T’(이하 카카오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는 별점으로 인한 고충을 토로한다. 카카오택시의 별점 평가 제도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에게 기사를 별점으로 평가하도록 하는데, 별점은 배차 알고리즘에 적용돼 기사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카카오 택시기사 B 씨는 “승객이 간혹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길에 내려달라는 부탁을 하는데 기사 입장에선 별점이 내려갈까 봐 부당한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운전 경력 30년의 또 다른 카카오 택시기사 C 씨는 “카카오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승객에게 매번 별점을 잘 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디지털플랫폼 노동 실태와 특징’에 따르면 플랫폼 노동자의 절반(50.1%)이 고객으로부터 평가를 받았으며, 노동자의 45.5%는 별점 평가 과정에서 불이익이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최인이 교수는 “별점 시스템을 통해 노동자는 고용주가 아닌 고객들에게 직접 평가를 받는다”며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더 많은 시간을 일하거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강제된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별점과 후기가 노동자의 노동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별점의 역기능

  별점 테러
  별점 시스템이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만큼 부작용과 피해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주로 플랫폼에서 을의 처지인 자영업자가 고객의 악의적 별점과 댓글 테러로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 6월, SNS에 생수 24병을 주문한 영수증과 배달 앱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 올라왔다. 배달 앱 캡처 사진에는 “생수를 시켰는데 매우 싱겁다”는 고객의 후기가 남겨져 있었다. 가게 주인이라 밝힌 작성자는 “생수 24병을 주문받아 고민 후 보냈는데 물이 싱겁다는 후기에 너무 어이가 없었다”며 “요즘 배달 업종은 다 리뷰로 먹고 사는데 너무한다”고 토로했다. 
  궁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D 씨 또한 별점으로 고충을 겪었다. D 씨는 “매출에서 배달 주문이 절반 정도 차지하고 있는데 간혹 배달 주문이 많았던 메뉴가 주문이 뜸해져 알아보면 배달 앱에서 낮은 별점 평가가 매겨져 있다”며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고객이 남기는 별점 평가가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손님 비율이 높아 저렴한 가격에 많은 양을 제공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음에도 양이 적다고 남긴 후기와 낮은 별점을 보면 매우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별점 조작
  별점을 남기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자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원천이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별점을 조작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작년 5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2018년부터 리뷰를 조작한 업자를 추적해 경찰에 고소했으며, 이후 법원은 리뷰 조작 주범인 E 씨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E 씨는 2년 반 동안 350회에 걸쳐 허위 리뷰를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별점 조작과 허위 의심 리뷰 적발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에 올라온 허위 의심 리뷰 적발 건수는 2019년 2만 건에서 2021년 9월 기준 20만 건까지 증가했다.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이보한 교수는 별점 시스템 역기능의 원인으로 익명성에 주목했다. 이보한 교수는 “익명성에 기초한 별점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정제하지 않고 표출할 수 있다”며 “나아가 허위 리뷰 논란 등 별점으로 야기되는 문제점은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고, 플랫폼 산업의 전반적인 신뢰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별점의 순기능

  조작과 악의적 후기로 얼룩진 별점 시스템에 대한 논란의 목소리가 일고 있지만, 별점 시스템이 지닌 순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별점을 남기고 공유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이며 정보 접근성 증진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택시는 소비자의 서비스 이용 편의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킨 사례 중 하나다. 카카오택시 가맹 택시기사는 매달 자신이 받은 별점에 기반해 재심사를 받고, 별점이 3.8점 미만이면 호출 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성진(27) 씨는 카카오택시에 대해 “원하는 곳에서 택시를 이용하거나 미리 택시를 부를 수 있어 편리하다”며 “별점 제도가 있는지 몰랐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별점을 통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별점은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에도 도움을 준다. 전주에 거주하는 취업 준비생 김보라(25) 씨는 “배달 앱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항상 식당의 별점과 후기를 참고한다”며 “칭찬 일색인 후기보단 소비자의 솔직한 후기가 선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요기요에 따르면 배달 앱 이용자는 배달 주문 시 리뷰 수와 내용(42.6%), 고객 평점(18.6%)을 주로 참고해 매장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보한 교수는 별점 시스템의 순기능 가운데 소비자의 주체성 변화를 강조했다. 별점 시스템의 보편화에 힘입어 소비자의 역할이 재화와 서비스를 받는 단순한 수동적 주체가 아닌, 직접 목소리를 내고 요구하는 능동적 주체로 변모했다는 것이다. 이보한 교수는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상품 설명보다 소비자의 리뷰나 별점 등을 먼저 확인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별점은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통로이자 소비자 간 정보 공유의 수단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별점 시스템 개선방향

  별점 시스템의 역기능을 막고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노동자는 별점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플랫폼 업체와 소비자의 자정 노력을 꼽는다.  
  소비자 역할
  궁동 자영업자 D 씨는 “젊은 자영업자는 고객이 남기는 별점과 후기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온라인 환경이 어색한 부모 세대는 어려움을 겪는다”며 “소비자가 별점과 후기를 남길 때 되도록 인신공격이나 욕설은 삼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대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F 씨는 “소비자가 어떤 점이 별로였는지 구체적으로 평가해주면 개선해 나갈 수 있지만, 단순히 맛이 없다고 낮은 별점을 남기면 일할 의욕이 없어진다”며 소비자의 구체적이고 진솔한 평가를 당부했다. 
  별점 시스템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고충은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배달 앱 별점·리뷰제도 개선 종합대책 보고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외식업체의 20%가 배달 앱을 이용 중이며, 자영업자 10명 중 6명은 악성 리뷰 피해를 겪었다. 이 중 4.2명은 별점 리뷰로 매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사업자 역할
  배달 앱 등 플랫폼은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자영업자와 노동자는 별점 시스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플랫폼 사업자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했다. 작년 6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배달 앱에서 매장 평가의 절대적 기준은 리뷰와 평점인데, 점주들은 이를 악용하는 고객들에게 대응하기 어렵다”며 “플랫폼 사업자는 허위·악의적 리뷰나 별점 테러를 일삼는 고객으로부터 점주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택시 운행 경력 4년 차인 카카오 택시기사는 “택시 운행을 하다 보면 취한 승객이나 무례한 고객과 다툼을 벌이게 된다”며 “택시기사도 승객을 평가할 수 있는 상호 별점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대동 자영업자 F 씨는 “플랫폼 업체가 별점 후기 실명제를 검토하거나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기업은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고 있다. 네이버는 작년 7월 별점 리뷰를 없애고 키워드 리뷰를 도입했다.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는 별점 대신 ‘재료가 신선해요’, ‘가성비 좋아요’ 등 키워드를 선택해 남길 수 있다. 배달의민족은 인공지능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악의적 리뷰를 비공개로 처리하는 ‘클린리뷰 시스템’을 운영하고 쿠팡이츠는 작년 10월부터 폭언, 욕설, 성희롱을 포함한 악의적 리뷰를 남기는 이용자에게 리뷰 작성 권한 및 구매 활동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리뷰와 평점은 자영업자의 매출에 직결된다. 기업의 대책은 악의적 리뷰를 일삼는 블랙컨슈머의 활동을 근절하고, 이들로부터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어 자영업자의 고충을 경감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역할
  정부의 별점 시스템 개선 마련 움직임도 활발하다. 별점 시스템의 부작용이 사회문제로 부상하자 정부는 발 빠르게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대책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별점 시스템의 부작용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7월 방송통신위원회는(이하 방통위) 별점과 악의적 리뷰로 피해를 본 사업자를 구제하고 플랫폼 업체의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플랫폼 서비스 리뷰‧별점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한 방통위는 쿠팡, 네이버쇼핑,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를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보호업무평가 대상으로 설정했다.  
  플랫폼 사업자의 적극 조치 의무를 담은 법 개정 움직임도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빈 의원은 지난 9월, ‘허위정보‧악성 댓글‧별점 테러 피해 방지’를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거짓‧과장‧기만 정보에 대해 플랫폼 사업자는 의무적으로 관련 조처를 해야 한다. 위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가 피해자 보호 조치를 자율적으로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기존 태도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플랫폼 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된다. 
  별점 시스템은 소비자와 플랫폼 기업, 판매자가 얽혀 있는 복합적인 시스템이다. 어느 한 주체의 노력만이 아닌, 모든 주체의 상호 협력과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이보한 교수는 “소비자는 자신의 별점과 리뷰가 다른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하며, 정부와 기업은 플랫폼 내에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별점 시스템은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당신이 무심코 남긴 별점은 누군가의 일감과 매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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