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몰입의 즐거움』

  우리가 읽는 수많은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의 삶을 사랑해보라고 혹은 나 자신을 긍정해보라고. 그런데 이 책 『몰입의 즐거움』에서 미하이는 우리에게 조금 특이한 말을 한다.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해보라고’. 궁극적으로 그는 우리의 일, 놀이, 여가가 아무리 별것 아닌 것처럼 다가오더라도 그 일에 몰입할 수 있어야만 우리의 삶이 창조적으로 변화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몰입’이란 무엇일까? 미하이에 따르면 몰입이란 무언가에 완전히 빠져드는 경험을 의미한다.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을 표현하는 말이 바로 몰입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몰입이란 우리의 ‘관심’을 모으고 ‘행동’을 일으키는 정신력의 원천이다. 예컨대 운동선수가 경험하는 ‘몰아 일체의 상태’, 신비주의자가 경험하는 ‘무아경’, 예술가가 경험하는 ‘미적 황홀경’이 ‘몰입’에 해당한다. 
  이러한 몰입을 사람들은 언제 경험할까? 『몰입의 즐거움』에서 미하이는 우리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 노동의 측면에서 일을 할 때, 친구와 이야기 나눌 때 등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것은 ‘몰입 = 행복’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몰입은 무조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미하이는 어쩌면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하여 몰입하고 있을 때 오히려 우리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바라본다. 왜냐하면 행복을 느끼려면 내면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작 눈앞의 일을 소홀히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까다로운 수술을 하는 외과의나 고난도의 연주를 해야 하는 음악가는 그 순간에 행복을 느낄만한 여유를 가지지는 못한다. 그들이 느낄 행복감은 몰입에 뒤이어 온다. 이처럼 몰입 이후 찾아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것이어서 우리의 의식을 고양시키고 성숙시킨다.
  반면에 평범한 유지 활동, 수동적 여가 행위, 그렇고 그런 만남에서 느끼는 감정 등에서는  ‘몰입’을 경험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우리는 삶에 보다 더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 ‘몰입’이 우리 경험의 질에 창조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몰입으로부터의 창조적인 변화는 유전 명령・사회 관습・어릴 적 익힌 버릇 등에서부터 생기는 ‘타성’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개인의 삶에서는 놀이와 일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과정을 보면 오히려 자기가 원하는 쪽에 일을 맞추어 왔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창조적인 사람들은 자기 목적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자기목적성이란 ‘그 일 자체가 좋아서 할 때 그 일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자기 목적성을 가진 사람은 원하는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보상이 되기에 물질적 수혜 등 별도의 보상을 반드시 필요로 하지 않는다. 
  ‘몰입’하는 창조적인 사람들처럼 삶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하이는 시간과 마음을 통제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삶의 지배권을 되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 자신의 의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을 기울이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라 그는 강조한다. 
  ‘몰입하는 순간에 우리는 스스로를 잊을 정도로 정열적이 된다. 몰입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는 게 좋으며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주인의식을 가지고 행동해나가야 한다’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각각 우리가 어떤 것에 몰입하고 있는지 아니면 몰입할 수 있는지, 반대로 삶에서 몰입하는 것이 전혀 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차진명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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