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보고 적용하는 전공 지식
  무역학을 전공한 지도 벌써 4년째다. 우리 학과의 교육과정은 경제 이론을 다루는 몇 가지 수업을 제외하면 실무와 관련된 강의가 많다. 교수님들께서 학과 공부와 실무 사이의 연관성이 높다고 말씀해 주셔도 직접 경험한 적이 없으니 뜬구름 잡듯 어렵고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시험공부를 할 때면 ‘이게 정말 실무에서 쓰이긴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인턴십을 시작한 지 벌써 4주가 지났다. 일하다 보니 학교에서 배운 개념이 종종 등장하기도 하고, 무작정 암기한 부분을 이제서야 이해하기도 한다. 수출입 업무를 직접 다루는 부서가 아닌데도 전공 지식이 적용되는 모습을 보니 그동안 배운 내용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기분이다. 
  수출자와 수입자가 물품의 운임, 보험료, 위험이전시기 등을 합의하는 무역조건인 인코텀즈는 해외 공장에서 물건을 들여올 때 고려하는 사항 중 하나이다. 사수분께 인코텀즈에 대한 설명을 따로 듣지 않고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때 11가지의 인코텀즈 조건을 열심히 외운 보람을 느꼈다. 
  수출입자 사이의 대금 지급은 친구에게 계좌이체를 하듯 간단하지 않다. 국가를 넘나들며, 큰 금액을 정해진 기일 안에 납부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얽힌 중요한 사안이다 보니 중간에 은행이 개입하는 때도 있다. 이때 은행은 수출자에게 돈을 먼저 지급하고 수입자에게 나중에 수금하며 이자로 수익을 올리는데, 이것을 ‘국제 팩터링(Factoring)’이라고 한다. 실제 상황에 대입해 설명을 듣고 직접 서류를 보니 학교 다닐 때 이해하지 못한 어려운 개념이 이해가 됐다. 
  미국 집에서 살아남기
  여러 플랫폼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집을 구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룸메이트를 구했다. 이곳의 룸메이트는 한 집안에서 각자의 방을 가지고 화장실과 부엌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내 공간은 일반 주택의 2층 방 한 칸이다. 준수한 외관, 리모델링과 새 페인트칠을 거친 내부, 친절한 집주인, 출퇴근 거리, 적당한 가격 등 여러 요소에 합격점을 주어 계약한 방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난생처음으로 쥐를 봤다. 깔끔한 페인트칠과 새로 깐 바닥에 가려져 상당히 오래된 집이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쥐는 지하실에서 출발해 바닥에 설치된 라디에이터 틈 사이로 올라온 것으로 추측된다. 집주인은 지하실에 쥐덫과 쥐약을 놓았고, 나는 라디에이터 주변 틈을 모조리 막으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어릴 적 영화 <라따뚜이>를 정말 좋아해서 DVD를 수도 없이 돌려봤다. 이제는 쥐가 요리하는 이 영화를 절대 보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체크카드 속 활짝 웃고 있는 미키마우스도 마냥 귀여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미국 주택도시개발부가 시행한 주택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집 건축 중위 연도가 1974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집의 건축 시기를 나열했을 때의 중간값이 1975년이니, 이때 집이 지어졌다면 2022년 현재 약 50년이나 된 셈이다. 
  도어락 번호를 외우는 대신 열쇠를 챙겨 다니고, 나무로 지은 집과 배수 시스템 탓에 세탁기가 없어 빨래방에 가는 것이 일상이 됐다. GDP 규모 세계 1위인 미국은 한국보다 편리하고 새것이 많을 거라 막연히 기대했는데, 일찍이 발전한 나라인 만큼 오래된 것도 많다는 걸 느낀 첫 한 달이었다.

이도경 (무역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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