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성수민 기자,  천문우주과학과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도망만 쳐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주어진 현실에 충실하라는 의미이다. 하지만 기자는 지금까지 숱하게 도망쳐 왔다.  
  기자의 전공은 천문우주과학과로, 신문기자라는 직업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분야를 전공하고 있다. 어릴 적 처음으로 소망했던 디자이너라는 꿈은 그림을 잘 그릴 자신이 없어서, 다음으로 찾은 목표인 작가는 만족스러운 글을 쓰지 못해서 시도도 해보지 않고 도망쳤다. 그리고 찾은 새로운 꿈이 천문학 연구원이었다. 하지만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다짐으로 선택한 전공은 각오한 것보다 쉽지 않은 길이었고, 다시 도망쳐 충대신문에 이르렀다. 
  충대신문에 입사한 후 단독으로 쓴 첫 기사는 GPA 실점환산 기준에 대한 것이었다. 첫 기사를 그리 어렵지 않게 썼던 터라 앞으로 기자라는 직업에 도전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루기 어려운 기획기사나 인터뷰 기사, 무거운 주제인 학생회 비리 기사를 작성하며 다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이게 됐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일 년 동안의 기자 생활을 되돌아보고 든 생각이었다. 학보사 기자 활동을 더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퇴사한다면 입사 조건인 ‘3학기 이상 활동’을 충족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또한 이전 기수 기자들이 퇴사해 남은 기자들끼리 기사를 2개씩 도맡는 중이었기에 다른 기자들에게도 부담을 주는 책임감 없는 행동이었다. 
  그렇게 마냥 버티자는 생각으로 임한 충대신문 기자로서의 마지막 학기에, 취재부장이라는 중책을 권유받았다. 몇 달 동안 고민한 끝에 굳은 결심으로 제안을 수락했다. 국장단으로서 일하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충대신문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보기와 달리 국장단이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3학년이 되자 전공수업과 기자 일을 병행하는 게 벅차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발행하는 모든 기사를 읽으며 수정할 부분을 찾고, 더 좋은 기사를 위해 회의하고, 수습기자 모집 면접관으로 임한 것은 힘들었지만 앞으로 내게 보탬이 될 활동들이었다. 아마 4년간의 대학생활에서 가장 값진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기자는 도망쳐 온 곳에서 많은 것을 얻어 다시 도망쳐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지만 도망치는 모든 이들은 낙원을 바라고 도망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항상 버텨낼 수도 없고, 도망친 곳에서 의도치 않게 좋은 경험을 얻기도 한다. 도망치면 안 된다는 중압감에 번아웃을 겪기도 하는 현 세대의 일원으로서, 충대신문을 통해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을지라도 새로운 길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독자에게도 이 점을 꼭 전하고 싶다. 도망친 곳에서 정답을 찾지는 못해도 정답으로 가는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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