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재발견, 사회학적 상상력

  사회학적 상상력은 익숙한 대상과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를 마시면서 제3세계와 선진국 간 불공정 무역을 떠올리고, 축구 경기를 보면서 축구공 생산 과정에서의 열악한 아동 노동을 생각하는 것이 사회학적 상상력에 해당한다. 사회학적 상상력을 통해 우리는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현상에 숨겨진 사회·경제적 구조와 법칙을 읽을 수 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회학적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주말 아침, 당신은 산책하고자 집을 나섰다. 거리엔 지저귀는 새소리가 들리고 도로엔 차가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이때 도로 가장자리, 한 여성 노인이 폐지가 실린 손수레를 끌고 있다. 이 광경을 본 당신은 어떤 심정이 드는가? 그녀가 겪는 경제적 고충의 원인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보는가?  
  혹자는 폐지 줍는 노인들을 연민의 대상으로 보거나,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개인의 노력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다. 그러나 사회학적 상상력을 펼친다면, 이들이 겪는 고충은 사회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먼저 폐지 수집 행위는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닌, 정부의 자원 순환 정책과 재활용 산업의 국제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엄연한 노동적 성격을 갖고 있다. 특정 산업 노동자를 위한 지원과 보호는 정부의 의무이지, 시혜일 수 없다. 폐지 줍는 노인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그저 복지 정책의 수동적 수혜자로만 인식할 수 없다.    
  한편 폐지 줍는 ‘여성’ 노인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에는 IMF 금융위기 등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된 삶의 경로 변화가 토대가 됐을 수 있다. 당시 한국 사회는 하루 아침에 굴지의 기업이 도산하고 많은 사람이 거리에 내앉았다. 또한, 출산 및 독박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과 가부장적 문화는 여성의 사회 참여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가부장 사회 속에서 여성은 불안한 삶을 이어간다. 이들이 할 수 있는 건 폐지 수집·청소·경비와 같은 단순 반복 노동뿐이다. 
  개인은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특정 사회의 문화·경제적 상황은 구성원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사회학의 쓸모이다. 사회학적 상상력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학의 볼록렌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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